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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일기 18. 학생들하고 싸우면 교사는 백전백패

나무와 들풀 2024. 3. 14. 08:14

3월 4일 개학을 하고 마지막 날이다. 달리기 10킬로 정도는 시원하다 느낄 정도로 체력이 좋은 나도 금요일 6교시 입술에 물집이 잡히려는지 간질간질거리는 느낌이 든다. 3월 4일 개학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꽉 채우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장 힘들고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경험한다. 아침에 조회하며 “금요일, 우리 오늘까지 잘 왔네요.”했더니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1학년이라 생활기록부 사진을 걷고 있고, 응급의료 어쩌고 하는 가정통신문을 비롯하여 6가지 통신문을 배부하고 걷어서 제출했다. 학부모총회 안내 통신문이 오늘 또 나간다. 지금까지 회수된 통신문에서 참석자가 저조하다고 다시 또 보낸다고 한다. 나무야 미안타!

오늘도 메시지가 30개가 넘게 왔고, 그 중엔 교복 잘 입고 다니도록 지도해 달라는 것도 있다. 그동안 우리 학교가 좋다고 느꼈던 것 중 하나는 교복이나 신발처럼 학생들의 외모에 크게 학교가 간섭하지 않으면서 학생들 잘 돌봐달라고 하는 정도의 학교 측 입장이었다.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학교이므로 학생들 마음 어루만지고 학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함께 배우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서로 기뻐하며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교복 착용이니 실내외화 구분해서 신기 등등에 교사의 힘을 빼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2학기에 새로 온 교장님이 12월 모일에 교복을 안 입은 3학년 학생에게 모욕을 당했다면서 느닷없이 교복 지도를 빡세게 하기 시작했다.

그 후 올해 초빙 온 학생인권안전부장의 교복지도에 대한 안내를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교복 지도 얘기를 안 들은 날이 거의 없다. 1학년 교사들이야 교복 지도고 뭐고 할 것 없다. 전부 잘 입고 있는데다 교문 앞에서 교복 지도를 할 테니 어긋나게 입을 리가 있겠는가. 문제는 3학년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직원 조회 때 학생인권안전부장이, 3학년 수업 중에 교복 지도를 잘할 것이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우린 절대로 잘 입지 않을 건데요.”라는 대답을 듣고 어떻게 이런 대답을 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을 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무조건 하게 시킬 수 있겠는가. 학생들하고 싸우면 교사는 백전백패다. 학생하고 교사가 싸우는 것 자체가 패배다.

교복 전쟁은 결국 학교가 질 게 뻔한데 왜 3학년 교사들을 그 싸움으로 밀어 넣는지, 그렇게 밀어 넣어서 학교라는 공동체가 얻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것이 학교 공동체가 어떤 문제 의식을 느껴서 함께 토의하고 결론을 얻어서 실천을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전쟁도 아니고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교장님이 바뀌어서 개인적인 어떤 경험에서 학교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게 참 어이가 없다.

뭐 3학년 담임교사들이 아무 말 없는 이 마당에, 학교 분위기 때문에 교복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1학년 담임인 나야 강 건너 불구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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