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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41) 누구를 위한 모의고사?

나무와 들풀 2024. 11. 1. 10:50

교사의 4대 명절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시험 기간이다. 시험 전 혹독한 나날을 지내고 무사히 시험 기간을 넘기고 있기에 지나가는 게 아까운 날들이다.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섣부르게 이런 소리 해서 동티가 나려나? 5일 시험 기간 중 3일째인데 아직까지는 출결에서 서류 필요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험 이틀 전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있었다. 이런 날은 우리 학교에 3년 있으면서 지켜본 바로는 3학년 학생들이 많이 결석한다. 현재 보고 있는 지필고사도 오늘 3학년 감독하러 들어갔더니 10명 이상 학생들이 미인정 결석과 인정 결석, 질병 결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3학년 이야기였다. 오해할 수 있어 해명하자면 3학년은 이래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그런 현상이 있고, 그것을 걱정하고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어려움에 빠져 손 놓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10월 모의고사는 2학년에서 무려 재학생의 반이 넘는 학생들이 생리 결석, 질병 결석 등을 했고, 1학년도 1/4에 가깝게 결석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반은 단연 독보적으로 결석이 많았다.

그날 아침 6시부터 카톡으로 “병원 가도 돼요?”, “생리 결석 써도 돼요?”라고 하더니 “알았다”라고 답변하자 7시를 넘기면서 우르르 아파서 병원에 가겠다, 생리 결석 쓰고 집에 있겠다고 하는 메시지가 연속 “깨톡 깨톡” 한다. 학부모에게서도 “애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겠다.” “생리 결석으로 집에서 하루 쉬게 하겠다”라는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그런 메시지에 일일이 “알았다”라는 답변을 했더니 결국 결석한 학생이 가장 많은 반으로 탑을 찍었다.

어떤 반 담임은 그런저런 카톡 메시지에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적으로 탑을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날 아침 싸하던 마음이 완치되지 않은 기분이다.

모의고사 날 아침 1교시 담임 시간에 교실에 들어갔더니 학생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너무 놀라서 눈이 동그래져서,

“샘, 이래도 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나는 마음으로는

“되는 거 아냐?”였지만, 입은

“글쎄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온 너희들이 고마운 건 확실하다.”라고 답했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하나같이 모의고사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 미안했고, 고마웠다.

아침에 줄줄이 오는 카톡 메시지에 “알았다”라고 답하면서 이런 사태를 짐작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프다고 하는데, 평소에 허리가 아팠는데 오늘 병원에 좀 가겠다는데, “알았다”가 아닌 다른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감기 기운이 있는데 이틀 후부터 지필고사가 있어서 자신에게 쓸모없는 모의고사를 위해 하루 종일 학교에 있기보다 차라리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학급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그 상황이 오히려 미안했다.

모의고사가 끝나고 학교에서는 이러면 안 된다고 학년 협의를 하고 대책을 논의하라고 했다. 학생들이 그런 게 어떤 대책을 세운다고 안 그럴 것도 아니고,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모의고사 기간과 지필고사 기간을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은 이미 학교에서 내년 학사 운영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는데, 더 이상의 무슨 대책이 나올 것인가? 오히려 이런 현상을, 비록 3학년이긴 하나 모의고사 기간마다 겪고 있는 학교 현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 체 하거나 하는 기관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지, 우리가 학년 협의회를 하면서 어떤 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한 것이며 그 대책이 효과적일 것이라 기대하는가?

어쨌거나 학년 협의를 하며 대책이라고 만들었고, 그 대책은 결국 인권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이야기가 되었다. 아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지금도 딱히 인권적이랄 것도 없는 학교 규정에 또 모의고사 기간 출석 관련 규정이 부차적으로 만들어지면 누가 지키기나 하겠나! 에구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