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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변명, 윤지형 저, 우리교육

나무와 들풀 2016. 6. 18. 11:48


교사를 위한 변명, 윤지형 저, 우리교육, 13000원

 

어제 윤지형 샘을 만났다. 샘을 만난 게 눈물나게 고마워서 샘께 말했다.

"책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아~ 바보같이...."

나는 샘을 모른다. 그러나 '교사를 위한 변명'을 읽으면서 윤지형 샘이 아주 오래 전부터 나랑 몹시 친숙한 사람처럼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페이스 북이 그렇잖은가.

'4명의 친구를 알고 있기에 당신도 알 수 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하면서 내게 친구 맺기를 권하면 나도 슬그머니 사진을 클릭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몇 다리 건너면 일 면식은 있었던 사람이란 것을...

 윤지형 샘의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인용된 샘들.

 배춘일, 이수호, 윤영규, 도종환, 배창환, 정혜숙, 이동진, 김연중, 정희곤 샘...

 가깝진 않지만 얼굴을 아는 샘들이다. 그리고 무수한 세월 동안 참 많이 보았던 샘들이시다. 그렇기에 윤지형 샘은 나의 친구였다. 무척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20년 가까이 나의 삶을 지탱해온, 나의 삶의 거의 전부였던 전교조에 대한 진솔하고도 세상에 알리고 싶었지만 세상이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 주신 샘에 대한 고마움이 내 가슴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전교조에 대해 세상은 참으로 편협하고도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어 정말 억울하고 분했다. 그 억울하고 분한 것에 대해 누군가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나 보다.

 나도 편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살고 싶었지만, 교사라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서서 부끄럽지 않았기에-누구든 아이들의 초롱하고 아름다운 눈망울을 따사롭게 받아보라. 그 눈길은 정녕 내가 바로 설 수 밖에 없는, 바른 길로 걷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게 하는 강렬한 메시지다. - 결국 전교조 교사일 수밖에 없었던 나를 궁색하게 변명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목이 메이고, 고마워서 읽는 내내 꺼이 꺼이 울었다. 가슴이 휑뎅그레질 때까지 펑펑 울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못견디게 그리웠다. 이 글을 쓰면서 선생님은 멀쩡했을까? 읽는 내 가슴이 미어지고 이렇게 아픈데 쓰는 사람은 어땠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 샘을 어제 만났다. 샘의 눈빛은 강렬했지만 따사로웠고, 부드러웠다. 늘 기가 넘쳐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나는 샘의 부드럽고도 강렬한 기에 마음의 편안함과 안식을 얻었다.

 나는 선생이 아니고 싶었다. 어떻게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먹고 살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점수 따서 교감, 교장을 바라는 선생이 아니고 싶었다.

 이 땅의 교사이고 싶었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바른 눈을 갖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세상에 맞서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앞에 내가 서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차별없이, 못 가져도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고 싶었다. 그런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선생님의 책이 정말 고마웠다. 전교조에 대한 변명, 전교조에 헌신하는 나의 활동에 대한 변명을 부득부득 하고 싶었다. 제발 귀 막지 말고, 나의 이야기에 귀 귀울여 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 외침을 이 책으로 대신 할 수 있어 읽는 내내 엉엉 울었다. 이제 시원하다.

 참, 이런 돈 안 되는 책을 출간하고 기획해 준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