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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 계획 수립과 실행에서 학교의 역할 본문
마을자치 계획 수립과 실행에서 학교의 역할
양도중학교 교사 박현숙
시흥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 ․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가 통과 되어 2020년 10월 7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처음 조례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시흥 시민으로서 몹시 기뻤습니다.
일찍이 장 자크 루소는 “시민은 선거 때만 주권자 노릇을 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가 된다.”라고 대의민주주의가 가지는 약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주권을 가지고 있으나 통치권이 없는 시민은 루소의 말 대로 선거 때만 한 표를 가진 사람으로 비칠 뿐 선거가 끝나면 아무런 힘이 없는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허망함을 안고 살아가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시흥시의 조례는 시민에게 주권과 함께 통치권을 돌려주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일을 앞장서서 추진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조례는 시흥시의 시범 실시를 거쳐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나갈 것임을 믿습니다. 그것은 역사의 흐름이 더 민주적이고, 더 자치적이며, 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만드는 방향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우리 시흥시의 조례가 가지는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례는 1장 5조 기능을 밝힌 항목에서 주민자치 업무인 주민총회 개최, 자치 계획 수립 마을 축제, 마을 신문, 소식지 발간, 기타 각종 교육 활동과 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명시했다는 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입으로 외치면서 몸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않는 선언 뿐인 행태를 보이는 다른 행정과는 아주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의에 참여하고,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을 필요와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주민자치회 위원의 자격으로 2장 6조에 ‘해당 동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뿐 아니라 ‘해당 동에 사업장 주소를 두고 사업장에 종사하는 사람’, ‘해당 동에 소재한 각급 학교, 기관, 단체 등에 속한 사람’까지 포괄한 것은 도시형 마을공동체의 특성까지 고려한 조치라 생각됩니다.
근래 들어 마을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과거 공동체의 개념에 갇혀 있을 경우 21세기를 살아가는 도시민의 정서와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역사는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이기에 과거와 현재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정화된 것이 아닌 항상 변화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을공동체와 같은 개념은 현재의 개념, 미래의 개념으로 지속적인 수정이 필요한 용어입니다. 현재와 같이 현실과 초현실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시대 혹은 더 혼합된 세상이 될 미래에 거주의 개념만으로는 한 지역의 주민자치 사업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때 지역의 거주자와 사업장, 학교와 단체에 근무하는 사람까지 포괄하여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시대를 잘 진단한 판단과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세상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습니다. 각자의 전문 지식을 따로 가지고 혼자 열심히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각각의 전문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필요한 전문 지식 분야에서는 도움을 얻고 그 도움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실천해야 합니다. 전문 지식은 실천적 힘이 미약할 수 있고, 실천력과 힘을 지닌 사람들은 전문성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기에 일을 도모할 때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일의 진행에서 미진하거나 매끄럽지 않거나 완성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네에서 각 분야별 전문가를 찾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홍보하고 설득하고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기획한 일들이 집단집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학교의 역할은 교육 분야에서 교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교육으로 먹고 사는 직업인입니다. 생계를 교육에 기대고 있으므로 그 전문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간파하고 조례에서 해당 동에 소재한 각급 학교에 속한 사람을 위원의 자격으로 두었을 것입니다. 교사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실천 경험과 지식이 마을의 교육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위원으로 참여하여 활동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는 교사들이 주민자치위원으로 참여하여 주민자치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참여를 보장하고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주민자치회가 하고자 하는 일들인 마을 축제, 마을 신문, 각종 교육 활동 등은 학교가 지금까지 장곡동에서는 적극적으로 마을과 협력해서 했던 활동이며, 이를 통해 마을에 사는 학생들의 경험의 폭을 넓혀왔고, 때로는 진로의 방향을 정하게 도움을 줬기도 했으며, 방과후 활동으로, 돌봄 활동으로, 심지어는 학교 교육과정으로까지 만들어진 활동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선언적으로 ‘온 마을이 학교’를 말할 때 장곡동은 실질적으로 그 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그 일을 법률적인 기반으로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고 있는 이때 모두가 지혜를 모아 시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을 장곡동에서 먼저 시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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