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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살림터, 2021 본문
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지음, 살림터, 2021, 18,000원
1장 당신은 한국교육현실에 맞는 이론을 공부하지 않아 혼돈에 빠졌다
형식적 공정성이 정의를 죽이고 있다.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영국 철학자 버나드 윌리암스는 ‘전사 사회’의 사고 실험에서 형식적 기회균등의 한계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존 롤스의 정의론은 크게 두 가지 단계, 즉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와 ‘차등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기회가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하며 경쟁의 결과에서 나온 소득과 부의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을 주는 ‘차등의 원리’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면 정의로운가? 아니다!) (정의는) 독점이 부정의 핵심이다. 독점을 해체하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마이클 왈쩌의 주장처럼 독점을 허용하지 않고 복합적 평등에 도달한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가 부정의한 것은 돈이라는 단일 가치에 의해 모든 사회적 가치의 영역이 지배되기 때문이다. 마이클 왈쩌는 다원적인 가치와 다원기회구조를 가진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한다. 단일한 가치의 독점에 의해 단일기회구조로 축조된 사회는 부정의한 사회다.
주병기의 개천용 모델은 대학독점체제 안에서 가능한데, 대학이 평준화된 유럽에서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 대학 독점 체제에서만 개천용이 나올 수 있다. 김창환∙신희연(입시제도에 나타나는 적응의 법칙과 엘리트 대학 진학의 공공성)의 연구는 상위 계층의 자녀들이 어떤 대입유형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상위 계층이 가장 유리한 전형은 논술이고, 그다음은 수능, 마지막이 학종이다. 존 샤, 공정성은 ‘지배적인 제도와 가치’에 대한 공정성이다. 샌델이 이야기하듯 공정은 정의가 아니다. 개천용 학파가 말하는 공정은 대학독점체제 내에서 공정이다. 이 공정은 정의가 아니다. 독점을 해체해야만 정의가 이루어진다.
한국 교육체제는 최악의 독점체제로 되어 있고 이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종합이 필요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부르디외를 포함한 지위경쟁이론(네오베버주의), 대학사회학의 기술기능론, 피시킨의 병목 사회론을 종합한다. 대학은 지위권력과 창조권력의 합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독일처럼 대학이 지위권력을 평준화시켜 대학병목을 제거하고,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처럼 창조권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체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지위경쟁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으로 나의 지위는 상대방의 지위와 관계된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의 생산자로서의 대학은 사회적 지위를 최종적으로 부여하는 사회적 기관으로 사회적 불평등의 핵심 기제. 허쉬는 물질적 희소성과 사회적 희소성을 나누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물질적 희소성이 극복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향한 경쟁, 즉 사회적 희소성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위경제의 원리에 의해 지위재의 공급을 대폭 확대하여 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대 학위의 양적 완화’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과 학교에서의 경쟁, 곧 교육적 무기 전쟁을 피하자는 뜻이다. 지위재는 “절대적인 가치가 상대방의 위치에 의해 결정될 때” 발생한다. 지위재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교육적 무기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학벌은 대단히 중요한 권력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SKY 학벌은 필요조건이며, 이것은 이미 통계 자료들에 의해 입증되었다. 부르디외가 말하듯 한 인간의 능력은 경제자본(돈)뿐만 아니라 문화자본(학위)과 사회자본(연줄)의 총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인 것이며 이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었는데도 헬조선이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서울이라는 공간권력과 SKY라는 학벌권력의 독점체제에서 기인하는 강도 높은 경쟁과 이 경쟁에서 탈락한 패배감 때문이다. 지위경쟁이론이 주로 학위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한다면 기술기능이론은 학위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한다. 대학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할 지위권력일 뿐만 아니라, 창조권력으로서 경제적 생산성을 높여 직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 연구중심대학이 교육중심대학이나 직업중심대학보다 상위에 랭크되는가?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고 세계를 바꾸는 창조권력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서울대와 같은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전국에 만드는 것이다.
한국인은 병목사회에 살고 있다. 병목사회란 “사람들이 건너편에 펼쳐진 광범위한 기회에 도달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지점이 좁은 사회를 의미한다. 시험 사회는 전사 사회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험은 기회구조의 좁은 지점의 극단적 사례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기회의 균등이 아닌 기회구조의 균등을 목표로 한다. 기회구조로서 대학병목체제는 대학병목, 공간병목, 시험병목, 계급병목, 직업병목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병목은 엘리트 대학들의 지위권력 독점으로 생긴다. 공간병목은 엘리트 대학이 특정한 도시 또는 지역에 몰려 있는지 여부다.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세계적인 도시의 공통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탁월한 인적 자본과 대학의 보유라고 말한다. 시험 병목에서 한국의 상대 평가 내신은 극심은 시험병목을 유발한다. 계급병목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입시와 대학 진학에 얼마나 불평등하게 나타나느냐의 문제다. 직업병목은 정규직 고임금을 받은 노동시장과 학위의 관계를 말한다. 한국 대학의 극심한 병목을 해결하려면 그 처방이 복합적이어야 한다. 대학병목과 공간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시험병목의 해소를 위해서는 현행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계급병목의 해소를 위해서는 대학무상교육을 제안한다. 직업병목은 탁월한 직업교육의 제공과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것은 단지 지위권력의 평준화뿐만 아니라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창조권력을 전국적으로 다원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은 대학개혁의 원투펀치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대학무상교육’을 제시한다.
2장 교육지옥은 대학병목체제 때문에 발생한다
‘서울대 10개로 구성된 대학통합네트워크’는 10개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이루어진 캘리포니아대학체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대학병목을 없애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완전 평준화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대학무상교육’은 미국식 다원화 모델(특히 캘리포니아대학제체)과 유럽식 대학무상화 정책을 혼합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대학들이 평준화되어 있다. 독일은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으며 학벌이 없기 때문에 어느 대학을 들어가도 상관없다. 학벌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사회학의 창시자 버턴 클라크가 말하는 대학의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은 빌헬름 폰 훔볼트의 아이디어를 독일의 대학들에 적용시킨 때였다. 창조권력으로서의 연구중심대학은 지위경쟁이론과 더불어 한국의 대학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다. ‘서울대 10개를 전국에 만들자’는 말은 한국에 10개의 연구중심대학을 만들자는 말이며, 지위권력이 상향평준화뿐 아니라 창조권력의 다원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독일 대학의 평준화는 학벌이 아닌 학문 그 자체의 우수함으로 경쟁을 한다. 곧 ‘지위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창조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다. 평준화되었으니 실력으로 앞서야만 하며, 이것이 진정한 경쟁의 의미이다. 김누리 교수가 말하는 한국 대학에 없는 독일 대학의 강점은 대학서열이 없고, 대학등록금이 없고, 명문고등학교 같은 특권 학교가 없고, 한국식 대학입시가 없고, 따라서 사교육이 없다. 독일은 대학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적인 국가다.
아이비리그 입학 경쟁은 심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피라미드 구조의 대학 독점체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학생들이 명성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경쟁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전체 학생이 SKY에 들어가려고 하는 집단적 열망은 없다. 우수한 대학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체제를 당장 유럽식으로 평준화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다원화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교육학자들이 요즘 가장 많이 언급하는 대학체제는 핀란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설립도 핀란드 모델을 따른 것이다. 핀란드의 대학체제가 평준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강조하는 사람도 드물다. 핀란드 학생들은 어떤 대학에 들어가도 상관없다. 유럽식 평준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학자 유성상 교수는 한국 교육의 최대 문제를 SKY에 의한 독점이라고 단언한다. SKY에 의한 지위권력의 독점은 공간권력 독점과 얽혀 있어서 대학병목이 더욱 심화된다. 한국의 교육독점체제는 대학독점, 공간독점, 시험독점, 계급독점, 직업독점을 일으켜 교육지옥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강고하게 독점의 영역들이 결합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3장 강고한 교육지옥동맹
유성상 교수의 ‘한국 교육, 왜 바뀌지 않는가?’라는 글에서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강력한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정부 관료, 학부모, 그리고 사교육시장이다. 교육정책에서 학부모는 국가를 항상 이겼다. 유성상 교수는 국가가 학부모를 이긴 적이 딱 두 번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것은 중학교 무시험제도(1969년)고 고교평준화 정책(1974년)이었다. 이는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밀어붙여 한국 교육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획기적인 사례다. 국가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 혹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교육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이런 능력이 없다. 교육지옥을 영속시키는 세력 중 가장 목숨을 거는 쪽은 사교육 세력이다. 현재의 학벌체제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사교육 세력이다. 입시가 복잡해질수록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입시의 다양화 정책은 다양한 방법으로의 대응을 요구하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입시 전략을 제공해 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학종이 복잡할수록 사교육 비용은 올라간다. ‘교수인 우리도 힘들다’라고 입학사정관으로서 의견을 말한다. 학종은 지옥이다. 우리에겐 두 개의 선택지가 있는데, 학종 지옥이냐 정시 지옥이냐. 미국에서는 대입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학점제에 기반한 절대평가로 한다.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대학체제가 대입 병목현상을 일으키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학생부종합전형은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설명한 ‘판옵티콘’이 완벽하게 구현된 곳이다. 간수들은 ‘보는 권력’을 통해 죄수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죄수들은 ‘간수가 항상 있다’고 인식하여 이 권력을 내면화하고 순종하게 된다. 이것이 감옥뿐만 아니라 학교, 군대, 병원과 같은 근대 사회체제를 작동시키는 원리라는 점을 보여 준다. 학교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권력기관’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학종은 학생의 노예화와 사교육의 극대화를 낳는다.
학벌 포르노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자본주의 구조와 욕망 구조가 교묘하게 결합해 집단의 인성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 비판이론의 핵심 중 하나다. 아이들은 학벌 포르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인성∙욕망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길러진다. 우리의 학력주의는 구조적으로 학생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잔인한 사회적 사디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4장 무능한 교육개혁 세력
변혁 역량이 없는 교육개혁 세력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입시파, (2) 데이터주의자, (3) 국가교육위원회주의자, (4) 4차산업혁명주의자, (5) 대책 없는 완벽주의자, (6) 좋은 막말주의자.
한국의 교육개혁 세력은 입시파 때문에 망했고 또 망할 것이다. 데이터주의자들은 한국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대학병목현상 곧 교육 인프라의 불평등에 눈감아 버렸다. ‘사람들은 최고를 욕망하지 평균을 욕망하지 않는다’ 최고를 욕망하는 한국인과 평균을 들이미는 데이터주의자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존재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계의 특정 세력이 들어가는 것이다. 교육 자체가 이미 정치이고 이것은 정당과의 관계와 이념의 지형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성상 교수가 지적했듯이 한국 교육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에서 나왔다. 이들이 ‘사회적 합의’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교육 개혁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5장 교육혁명을 위한 두 개의 철학적 탐구 : 정의와 지능
‘평평한 운동장’ 지문은 틀렸다. ‘다양한 운동장들 모델’이 요구된다. 평평한 운동장 모델은 단일한 기회구조를 가진 전사 사회와 똑같다. 거대한 운동장에서 사회적 지위를 향해 만인의 지위를 향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투를 벌이는 사회가 한국인이다. 푸코가 지적하듯이 피시스트적 삶이란 “일원화되고 총체화되고 편집증적인” 체제에서 길러지는 삶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다원기회구조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불평등과 차별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외쳐야 할 것은 절차적 공정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이다. 정부가 할 일은 공정한 경쟁의 심판 역할이 아니라, 평등한 사회, 정의로운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공정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플린 효과가 설명하려는 것은 IQ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영향을 맺으면서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6장 ‘대통영’학파 : 대학통합네트워크론의 역사적 진화
서울대 10개로 구성된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지위권력의 민주화와 더불어 창조권력(인프라 권력)의 민주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
7장 서울대 10개로 구성된 대학통합네트워크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의 실질적 대학개혁 내용은 공공성, 접근성, 기회균등을 확보하면서도 탁월한 대학체제를 이룩한 캘리포니아대학체제를 모델로 한다. 연구중심대학 모델을 채택해야만 한다.
8장 서울대 10개 만들기 전략과 방향
최소화 전략. 대학개혁과 입시를 분리하여 입시를 건드리지 말자. 경기를 하는 도중에 룰을 바꾸어 버리면 선수들과 관중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창조를 위한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연성을 확보하게 해 준다. 포용력이 생긴다.
질베르 뒤랑은 “수천만 원짜리 사유도 서푼짜리 이미지들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거점국립대를 모두 서울대로 이름을 바꾼다면 단번에 ‘서울대 학위의 양적 완화’가 발생하여 서울대 학위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서울대 학위를 줌으로써 병목현상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다. 교육은 정치다. 에듀폴리틱스라 부른다. 대학에 지원된 예산을 살펴보면 대학서열의 차이는 상당 부분 예산 차이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구조적으로 철저하게 수십 년 동안 서울대 중심의 예산을 편성했고 이것은 병목사회 또는 독점사회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가는 상징자본의 중앙은행이다. 대학서열은 특성화를 방해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학문이 발전된 특성화된 대학과 학과에 가지 않고 학벌에 따라서 진학하기 때문이다. 지역은 인재를 끌어모아야 하는데 서울 중심의 독점적 기회구조 때문에 인재들이 모두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 버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장기적으로 지위권력의 민주화를 겨냥하는 동시에 창조권력의 다원화와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 투자하고 또 투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축적의 시간’은 새겨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축적은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에서 나온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축적의 시간에 의한 ‘인프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획이다.
9장 계급병목과 대학무상교육
대학무상교육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실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 유럽 선진국들 대부분이 수행하고 있다. 이수정은 논문에서 명문대 입학 기회, 즉 질적 대학 입학 기회 때문에 사교육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사교육에 의한 계급병목현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일치하는 견해다.
정부가 지출하는 1인당 공교육비를 보면 우리나라 정부는 대학교육 자체를 아예 포기했고 한국 대학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청년들에게 가장 좋으며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대학무상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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