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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 저,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교육연구모임 옮김, 살림터 본문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살림터, 15,000워
1장. 비고츠키 교육학의 기본 지향과 관점
인간이 만들어온 모든 개념과 정신기능들이 고립적 상황에서는 익힐 수 없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비고츠키는 인간 발달의 원천이 ‘사회’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비고츠키 인간관은 “동료 인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주체적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보통 협력 교육이라고 할 때 동료와의 협력에만 초점을 두기 쉽지만 더 선차적이고 규정적인 것은 어른과의 협력입니다. 그러므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철학적 원리가 학습 상황이나 발달적 과정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내 안의 나도 모르는 내가 있다’가 프로이트라면 비고츠키는 ‘내 밖에 나를 만든 수많은 내가 있다’ 인간 발달은 ‘사회화’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등정신기능의 내면화 과정을 통해 주쳇성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비고츠키는 인간의 행동 발달 단계를 ‘본능-관습-지성-자유의지’의 4단계로 구분합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의 ‘자유의지를 지닌 주체적 인간 형성’은 초중등 교육의 핵심 목표를 더욱 구체적이고 명료화하는 것입니다.
2장. 고등정신기능의 형성과 발달
인간의 문화적 발달은 도구와 기호의 사용으로 가능했다. 고등정신기능은 기호를 통해 통합된 고차적 체계로서, 지성, 정서, 의지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등정신기능을 키우는 보편적 교육 속에 상상려의 발달이라는 방향이 충분히 녹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3장. 생각 발달과 말 발달
혼합체적 사고: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 없이 주관적으로 생각합니다. 복합체적 사고: 주로 눈에 보이는 유사성을 기초로 사물을 연결합니다. 객관성을 갖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개념의 언어적 암기와 이해는 개념 이해의 시작일 뿐 진정한 개념 형성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천적 사용을 통한 숙달과 주체적 체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개념적 사고의 형성은 청소년기에 비로소 시작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입시를 위주로 하는 우리 교육은 개념의 형식적 이해까지만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언어’ 여부에 있다고도 했으나 동물들도 ‘언어’라 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이 있다고 밝혀진 지금 진정한 차이는 ‘생각과 말의 만남’ 여부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보통 2-3세 경. 어른이 되며 ‘내적 말’을 하는데, 이것은 말발달의 고도화된 경로로서 언어 발달의 후반부에 나타납니다. ‘내적 말’은 ‘속으로 하는 말’입니다. ‘말로 하는 생각’입니다. ‘생각인 동시에 말’입니다. 생각과 말은 서로 연관되면서 함께 발달해갑니다. 같은 낱말을 쓰더라도 발달 단계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낱말’의 의미는 발달합니다. 생각 발달의 과정에서 어른과 교사의 직접적 도움만이 아니라 책을 보고 스스로 익히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적 도움과 협력입니다.
4장 근접발달영역과 교수-학습
비고츠키는 ‘타인과의 교류’, ‘사회적 관계’가 인간 발달의 원천이고, 어린이의 경우 특히나 ‘어른과의 언어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 “교수-학습이 발달을 이끈다”. 근접발달영역은 실제적 발달 수준과 잠재적 발달 수준 사이의 거리이다. 교육의 효과가 좀 뒤처진 아이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진단’이 중요하다. 발달의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근접발달영역은 ‘발달의 가능성을 창출하고 실현하는 곳이 학교’임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입니다. ‘야생아(늑대소녀)’, ‘헬렌 켈러’의 경우. “근접발달영역은 교수-학습에 의해,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의 만남, 달리 표현하면 서로가 ‘상호 침투함’으로써 창출”된다고 표현했습니다. ‘협력과 모방’에 의해 창출되는데, 학습의 상한선과 하한선이 존재하며 선행학습이나 조기 교육이 무익하다. 교사는 교육과정 구성에서 발달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인간 이해의 전문가’여야 합니다. 교사도 발달적 존재이므로 더 나은 교육과 수업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만나서 공부해야 합니다. ‘오브체니’란 교수와 학습의 역동적 결합을 의미합니다. 학교에서 교과 학습은 고차적 기능들과 관련됩니다. 일정한 분과적 교과 학습과 이를 통합하는 주제 학습을 적절히 결합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과학적 개념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학습과 발달의 문제입니다. 개념적 사고는 추상적 사고가 가능한 일정한 발달 단계를 조건으로 할 뿐 아니라 체계적 학습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과학적 개념이 일상적 개념이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어질 경우 ‘기계적 모방’이나 ‘피상적인 언어적 정의’에 그치게 됩니다.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추상에서 구체로’, ‘구체에서 추상으로’의 나선형적 상승 과정을 이루어나가는 두 계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국어 발달과 외국어 발달과정은 서로 반대 방향입니다. 외국어의 발달은 어린이의 언어적 사고를 구체적인 언어적 현상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글자 쓰는 것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글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고등정신기능이 총제적으로 작동하고 발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5장 인간 발달의 역동적 과정 : 유아에서 청소년까지
발달의 시기 구분은 “삶에 대한 총체적 이해”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총제가 바로 ‘인격’입니다. 인격은 ‘형성되는 것’입니다. 결국 ‘인격’은 인간 발달의 결과인 것입니다. 비고츠키는 ‘인간 발달’을 기본으로 “생물학적 존재에서 사회적 관계를 토대로 문화역사적인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봅니다. 교육은 ‘인격 형성’을 목표로 하는 행위이므로 ‘발달 단계’의 문제에 더욱 민감해야 할 것입니다. 비고츠키는 ‘발달에서의 위기’를 당시 학자들이 ‘병리적인 것’으로 취급했던 것에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위기의 시기는 곧 질적으로 다른 단계로 이행하는 도약과 이행의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형성’이 ‘출현’합니다. 옹알이가 양적으로 확대된 형태가 입말인 것은 아닙니다. 소멸과 생성이 교차하는 시기가 바로 발달에서 위기의 시기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동료와의 협력 활동이 신형성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동기에는 놀이가 중요한데 이 활동은 학령기 학습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친 어린이는 ‘놀이’라는 상황이 아닌 학교의 학습 상황에서 ‘자발적 주의집중’, ‘도덕적 자기 규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의 발달을 위해 부모의 돌봄 권리와 영유아 교육기관의 질 높은 돌봄의 조건을 사회적으로 보장해주지 않으면 더 큰 교육의 위기, 발달의 위기로 이러질 수 있습니다. 학령기 발달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글말 배우기’입니다. 글말을 익히는 것은 자연스럽게 입말을 배우게 되는 것과 달리 의식적이고 지적인 과정입니다. 청소년기는 개념적 사고 발달이 일어나는 단계로 지적 혁명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체계적인 교수-학습에서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는데, ‘과학적 지식’은 개념에 대한 숙달을 요구합니다. 어린이에게는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라고 요구해도 기억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개념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청소년은 지각한 것을 논리적으로 종합하여 기억합니다. 상상과 창조는 경험한 것들을 자유롭게 처리하고 자유롭게 결합하는 것입니다. 상상과 창조는 “구체적 상황과 직접적 지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청소년기 창조적 상상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개념적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비고츠키는 진정한 저항에는 개념적 사고가 내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폴 윌리스의 ‘학교와 계급 재생산’이라는 책에서 ‘싸나이들’의 사례를 볼 때 진정한 저항의식에는 사회구조를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개념적 사고가 내재되어야 하며 개념적 사고를 발달시키는 체계적 학습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폴 윌리스는 ‘싸나이들’의 ‘대항적 문화’가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 구조적 제약 속에 놓여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패거리 의식과는 구별되는 집단의식의 형성은 ‘공동체적 경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비고츠키의 냉철한 판단이었습니다. 교육과정의 또 하나의 축으로 교과활동 이외에 청소년들이 협력적 집단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협력으로 상승시키는 것은 교사의 몫이라고 하겠습니다. 협력을 통한 발달과정은 곧 ‘주체화’의 과정입니다. 개념적 사고 발달과 관련하여 본다면 한국 청소년의 경우 발달 지연의 문제는 일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6장 비고츠키 교육학의 실천적 적용
핀란드 교육개혁은 비고츠키 교육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토 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도 비고츠키 교육학을 기반하고 있으나 ‘교사 조직 개혁’에 주안점을 둔 부분적 적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워치의 ‘대화학습법’은 언어의 창조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러고프의 ‘도제학습법’은 교사의 안내자 역할에 주안점을 둡니다. 말라구치의 ‘소집단 프로젝트 학습’은 학습자들의 상호관계에 주목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의 문제는 발달과 협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의 목적인 발달과 협력 그 자체를 제대로 도모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개념적 사고 형성이 미비합니다. 진정한 개념 형성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천적 사용을 통한 숙달과 주체적 체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둘째로 발달 결손의 구조화입니다. 발달과정을 무시하고 학습의 양과 난이도가 특히 많이 뛰면서 발달 지연이 대규모로 나타나는 때가 바로 초4, 중학 입학 시기입니다. 이때 발생한 학습 부진을 대부분 극복하지 못하고 발달 결손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차원에서 무서운 초6, 중2 현상과 교실 붕괴 현상으로 연결됩니다. 셋째, 발달 왜곡의 양산입니다. 이 경우 올바른 사회적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사회적인 문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교사-학생의 관계는 ‘발달의 도움’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떤 관계보다 협력성이 가장 요청되는 관계입니다. 관계 왜곡은 서로에 대한 소외로 연결됩니다. 익명화는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소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익명적 행위를 익히게 됩니다. 대립적인 교사/학생 관계는 대입적인 교사/학부모 관계로 전이되기도 합니다. 시장주의 경쟁이데올로기와 교육 소비자론이 만연은 교사-학부모 간 대립의 확대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육 관계에 대한 새롭고 근본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비고츠키의 관점으로 볼 때 한국의 교육과정은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과도한 양과 난이도의 문제입니다. 교육과정의 주체여야 할 교사로부터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빼앗다 보니 올바른 전문성 신장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사의 진정한 전문성은 ‘인간 이해의 전문성’입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은 “학업성취도에서 발달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관계가 먼저다” 등의 명확한 교육관을 제출합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을 통해 아이들과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학생의 경우 비고츠키 교육학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적 상황’의 대부분은 ‘태도’ 이전에 ‘발달 기능’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바라볼 경우 우리는 상황을 보다 객관적이고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에서 ‘반성적 성찰’이란 수업 기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전반, 실천적 삶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의 가장 실천적인 적용은 이 땅의 반교육적인 교육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론 :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 저작 읽기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기호’입니다. 인간은 동물로부터 확장된 존재라기보다는 고유의 발달 노선을 거칩니다. 그 발달 노선은 바로 문화역사적 노선입니다. 이 노선에서 핵심이 바로 ‘기호’인 것입니다. 사회적 관계 즉 협력을 전제로 하는 기호와 도구 없이는 인간이 인간됨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다운 인간은 ‘상황의 노예’가 아닌 자기 규제력을 획득한 보다 자유로워진 해방된 주체입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자기 자신의 존잴ㄹ 인식하고 자기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주체입니다. 인간의 고등정신기능은 인간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인간의 고유성이란 개별 인간에게는 ‘인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고츠키는 고등정신기능의 총체가 인격이라고 보았습니다. 비고츠키는 말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이다. (역사와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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