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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24) 민지의 봄날을 기다리며

나무와 들풀 2024. 5. 21. 12:39

3월 화이트 데이에 손편지와 예쁜 사탕꽃다발을 나와 학급 친구들에게 선물했던 민지가 많이 아프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겠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약을 먹기도 쉽지 않고 먹어도 빠르게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민지는 4월 수련회에 갔다 와서 다음 날부터 아프다고 조퇴를 계속했다. 워낙 발랄하던 학생이라 진짜 아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련회에서 생긴 문제로 말미암은 마음의 병이었다. 수련회 때 밤에 친구들과 좋아하는 남학생을 비밀로 하기로 하고 서로 밝혔는데, 학교에 와 보니 남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느낌을 받았고 배신감으로 친구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친구들은 잘못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거부했고, 그 이후로 민지는 학교에서 조퇴를 거듭하면서 전학을 말했으며,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겨우 그 정도의 일로 그러는가 싶어 달래도 보고 설득도 했지만 민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학급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민지의 친구들은 그런 민지가 걱정이 돼서 나에게 와서 그동안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민지가 수련회 때 좋아하는 남학생을 밝혔지만, 그건 수련회에 가기 전부터 이미 당사자와 남학생들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마음은 속일 수 없기 때문에 벌써 마음이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사과를 요구하는 민지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 비밀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는데 – 사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민지가 너무 아파하니까 친구들은 민지가 안타까워 지속적으로 다가가는데도 민지는 친구들에게 거리를 두며 최근에 와서는 자해까지 했다. 처음엔 그게 그럴 만한 일인지, 왜 다가가는 친구들을 거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며 민지가 그러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민지와 엄마 말에 따르면 민지는 중학교 1학년 말부터 시작해서 3학년까지 일진에게 괴롭힘을 받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그 친구들과 헤어져 3월 초엔 발랄하게 생활했으나 이번 일을 겪으며 그 트라우마로 스스로가 친구들에게 멀어져서 들어오지 않고 도망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사이버 수사대에서 민지가 SNS에서 쓴 글 때문에 집에 가서 조사도 하고 지자체의 상담사와 연결하여 상담도 잡혀 있다. 학교에서도 상담 선생님과 보건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상담을 하고, 집에서는 병원에 상담 예약을 한 상태이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의 관계자 등이 모여 대책도 모색하고 있으나 민지는 여전히 아프다. 주변이 어떻게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우울한 얼굴로 조퇴를 하거나, 종례가 끝나면 쌩하고 학교를 빠져나가거나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과 대화하고 있다.

오늘은 휴일에 협박하는 디엠을 받았다고 해서 봤는데,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학교에 소문내겠다는 내용이었다. 아! 우리 민지를 어떻게 하면 3월의 민지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2024.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