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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월 말라파스쿠아 다이빙 2024.01.16 ~ 01.20 <잘 생긴 환도 상어> 본문

운동/다이빙

2025. 1월 말라파스쿠아 다이빙 2024.01.16 ~ 01.20 <잘 생긴 환도 상어>

나무와 들풀 2025. 1. 28. 21:36
2025. 1월 말라파스쿠아 다이빙
2025.01.16 ~ 01.20

<잘 생긴 환도 상어>

우리가 묵은 숙소는 파라다이브 리조트. 보통 리조트라고 했을 때 호텔보다 즐길 거리가 많은 곳?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다이빙 리조트는 다이빙을 위한 숙박 시설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파라다이브 리조트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로 장점은 한국어만 해도 되고, 음식은 한식이며, 특히 여기 말라파스쿠아는 물이 귀해서 바닷물로 씻는데 여기 리조트는 바닷물을 민물로 정수하는 시설을 갖춰서 따뜻한 민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아침, 저녁은 숙소에서 제공하고 저녁은 따로 주문하고 지불해야 한다. 밥맛은 좋았고, 저녁은 주문을 해도 따로 밥은 주문해야 한다.
쳇! 식사는 한식인데 식사 문화는 유럽?
나중에 저녁 밥 계산하신 강사 님이 밥값이 너무 비싸서 빡 돌았다고 하셨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바다. 이 바다로 다이빙을 하러 왔다 갔다 한다. 숙소의 바에 앉으면 이 정경이 바로 들어온다. 이게 좋아서 다이빙을 한다.


첫날 다이빙은 가토 아일랜드와 딥슬로프라고 하는데 가토는 고양이란다. 고양이처럼 생긴 섬이라는데. 사실은 거기에 있으나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므로 그러려니 한다.

(첫날 가토 아일랜드로 향하는 배 위.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새해 해맞이를 하기 위해 부산을 떨던 생각이 난다. 해는 매일 떠오르는데. 멋진 일출이었으나 이동 하며 기를 다 빨려서 모두들 무덤덤 하게 일출을 맞고 있다.)


(누가 그린 건지는 모르나 현지 강사 님이 들고 설명하는 다이빙 포인트. 고양이처럼 생긴 섬을 표현하려 애쓴 모습이 보인다.

둘째 날은 모나드 숄과 키무드 숄 다이빙이었다.
모나드 숄에는 타이거 상어가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그곳에 다이빙을 했고, 있었다고 했으나 나는 보지 못했다. 나중에 출수하고 물 위에 떠 있을 때 우리 밑에 두 마리 타이거 상어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걸 보았다.
우리 팀의 이번 다이빙의 목적은 환도 상어를 보는 것이었다. 나야 다이빙이 목적이다. 뭘 보던 다 새롭고 신기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적은 다른 다이버들처럼 여유 있게 물 속을 즐기는 것.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기회만 주어지면 경험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도 상어를 본 것은 오래 기억날 큰 경험이었다. 그 녀석의 가늠할 수 없는 검은 눈동자와 느릿느릿한 환영-동그랗게 헤엄치는 것-과 물 속을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은 다른 물고기와 다른 품위가 느껴졌다. 너무 잘 생겼고, 멋지게 수영하는 녀석이었다. 가까이 슥~ 하고 다가 와서 휙~ 하고 방향을 돌려 갔다가 다시 오는. 원을 크게 도는 습성이 있어서 그런다는데.
상어 밑에 있는 물고기들은 환도 상어의 몸에 있는 기생충을 먹는 고기들이다. 심해에 사는 환도 상어가 물 위로 오는 이유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데, 이 고기들이 그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 기생충이 있어서 상어가 물 위로 펄쩍 뛰어올라 기생충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물 위로 상어가 배를 뒤집고 펄쩍 뛰는 장면을 봤다.
"시몬, 너는 보았냐? 상어가 배 뒤집고 펄쩍 뛰는 장면을!"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이런 순간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강사 님이 말했다.
참, 인간이라 미안하고 부끄럽다.

(환도 상어. 꼬리가 칼처럼 생겨서 환도 상어라 한다고. 이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헤엄치는데, 나도 얘처럼 발을 살랑살랑 움직이며 수영을 잘 하고 싶었다. )

마지막 날은 캐피탄칠로에서 다이빙을 했다. 다이빙의 백미라고 현지 강사 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팀은 너무 시시하다고 했다. 앞에서도 한 얘기지만 사실은 거기에 있으나 사실에 대한 인식은 저마다 다르므로 그런 거지. 거기서 한 가지만 더 보태면 인식은 경험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행위이므로 내 경험의 비천함에서 나오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캐피탄칠로 섬. 캐피탄은 캡틴, 칠로는 사람 이름. 그래서 칠로 선장의 섬. 입도한 사람에게 돈을 받는 공무원만 있고 사람은 살지 않는다고. 일이 엄청나게 많을 때, 칠로 섬에 떨어뜨리고 3일 후에 데리러 오면 쌓인 일을 다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섬.)


캐피탄칠로 섬에 가려면 일단 돈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 팀에게 공지된 사항이었다. 다른 다이빙 포인트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배로 오래 이동해야 하고, 이 이동 거리만큼 가치 있는 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우리 팀은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다이빙을 한 이유는 노플라잉 타임 때문이었다. 새벽에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깊은 곳에서 다이빙이 불가능해서 깊지 않은 곳인 이곳을 선택했다고.
아무러나 나는 깊지 않아 3분 감압 필요 없어서 좋았다. 고기도 버글버글하고 예쁜 게 여기 저기 보여서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했다. 그래서 호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캐피탄칠로 섬에서 먹은 점심. 추가 요금이다. )


이렇게 우리의 환도 상어 다이빙은 끝났다. 사용한 사진 중 내가 찍은 것은 단 한 장도 없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고, 사진에 풍경을 담지 않고 눈과 가슴에 담는다. 사진을 찍어도 이후에 다시 본 적 없고, 오직 기록하는 데 집착이 있어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내 기록에 이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록물에 생생함과 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