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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미에 간다 33 - 아르헨티나, 모레노 빙하에 서서

나무와 들풀 2016. 6. 20. 13:10

2013년 1월 23일 오후

아르헨티나 모레노 빙하산을 올라가다

버스에서 내려 모레노 빙하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 모레노 빙하를 보았다. 칠레에서 빙하 조각을 보기 위해 그 먼길을 갔던 우리는 앞에 펼쳐진 거대한 빙하벽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산 골짜기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빙하는 400년 전의 것이라 했다. 빙하가 녹고 조각이 떨어져도 빙하의 위치는 늘 그대로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하루에 2미터씩 계속 골짜기에서 흘러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골짜기에는 늘 눈이 오기에 그 눈이 지속적으로 쌓여 밑으로 흘러내려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빙하기 있기 때문에 기온이 무척 낮을 것이라 상상이 되겠지만 기온은 우리 나라 늦가을 날씨 정도였다. 거대한 빙벽에서 떨어지는 빙하가 강물에서 떨어지면서 ‘펑펑’하는 소리를 냈고, 빙벽이 갈라지는 소리도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전망대에서 빙하를 본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미니 트레킹을 위해 떠났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서 미니 트레킹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을 걷는 줄 알았다. 그런데 20분 정도 걷고 나니 대피소 같은 곳에서 담당자들이 신발 위에 아이젠을 신겨 주고 있었다. 세상에는 별 직업이 다 있다 싶었다. 거기의 사람들이 하는 일은 하루 종일 관광객들에게 아이젠을 신겨 주는 것이었다. 아이젠은 우리가 흔히 등산을 다닐 때 신는 것처럼 앞 부분에만 쇠톱같은 날이 네 개 있는 것이 아니라, 신발 전체를 덧씌우는 쇠톱형이었다. 신발에 아이젠을 깔고 그 위를 끈으로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것이어서 신겨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았다. 아마 우리나라라면 신는 법을 써놓고 관광객 스스로 신게 했을 것이다.
일행들이 모두 아이젠을 장착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고, 장착한 후 모레노 빙하 등반을 시작했다. 빙하를 밑에서 볼 때는 거대한 빙벽처럼 생겼는데 가까이 가서 등반을 시작하니 빙하가 산과 같은 모양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눈이 산에 쌓이기 때문에 산 모양이 그대로 본떠진 형태에서 밀려오는데, 그 동안 녹아내리기도 하고, 비와 바람에 깎이기도 하기에 산 모양을 띤다고 했다.
단단한 얼음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기에 우리가 신는 아이젠보다 더한 것이 필요했을 것 같다. 빙산을 오르는 요령은 발에 신은 아이젠이 얼음에 박히도록 힘을 주어서 내디뎌야 한다. 또한 아이젠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걸음을 걸을 때 발 사이가 벌어지도록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올 때 주의가 더 필요한데 허리를 고추 세우고 무릎은 구부려서 안정적인 자세로 걸어야 한다. 굴신 자세라고 생각하면 된다.
빙하를 걷는 것은 눈 위를 걷는 것과 아주 달랐다. 얼음 산을 오르는 것에 가까웠다. 걸으며 흘러내린 물을 병에 담아 먹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끝이 안 보이는 하늘색 터널인 크레바스도 보았다.
빙하 등반은 아무 때나 할 수 없다고 했다. 6-8월엔 눈이 내려 쌓이기 때문에 크레바스가 눈에 덮여 밟으면 빠져서 지구 반대쪽인 한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때는 출입이 금지되고, 지금 여름에만 관광이 가능하다고 했다.
빙하 등반이 끝나갈 무렵 가이드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식탁처럼 차려진 곳이 있었다. 거기에는 위스키와 커다란 양푼이, 유리잔이 놓여 있었다. 우리 일행은 환호를 하며 그곳으로 뛰어갔다. 가이드는 커다란 양푼이에 빙하를 지팡이에 붙은 곡괭이 부위로 파서 담더니 컵에다 빙하를 쏟아붓고는 위스키를 모두의 컵에 따라 주었다. 들풀이의 위스키는 내가 먹었지만, 그러고도 병에 부은 위스키를 더 따라 마셨다. 언제 또 다시 빙하를 띄운 위스키를 먹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 모레노 빙하에서>


< 모레노 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