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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산다는 것> 조너선 코졸, 양철북 본문
교사로 산다는 것
조너선 코졸 지음, 양철북, 만원
장곡중 박현숙 발췌함.
01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사회 체제의 보수적 가치를 수호하는 거룩한 성지에 다름 아닌 공립학교에서 거짓 성스러움을 벗겨내 아이들에게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는 갖가지 감미롭고 낙관적인 것들로 자신을 광고한다. 하지만 포장을 뜯으면 공교육 체제의 창시자들이 말했던 바고 그 계급화와 정치적 교화를 발견하게 된다. 학교가 선전하는 것과 실제로 파는 것은 같지 않다.
02 내가 한 말은 나의 의견이 아니다?
1인칭으로 말하기
학생과 교사가 학교를 개혁할 수 있다는 내적 자신감을 갖추려면, 일인칭 복수형(‘우리’)으로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당당히 누려야 한다. 하지만 먼저 ‘나’를 당당히 말할 수 없다면 ‘우리’를 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위장하지 않은 ‘일인칭’의 열린 자세로 말하고 존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저 우리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자신이 더 깊은 측면을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이 눈앞에서 일인칭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문직업인다운 근엄함’이 우리에게 강요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 자존심 있는 교사라면 따르지 말아야 할 관행으로, 아이들과 교사를 진정 위하거나 교육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교사의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격려해야 할 것이다. 친구나 가족, 자녀를 대하는 것과 똑같이 학생들에게도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 일인칭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우리 학생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울고 숨 쉬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투쟁할 능력과 권리가 있음을 가르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나’를 말하다보면 자연스레 ‘우리’를 말하게 될 것이다.
03 ‘중도’는 진실하고 ‘양극단’은 불온하다?
극단적 견해
극단에 대한 편견은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의식을 마비시킨다. 때로 극단적인 시련에 맞서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건전하고 지혜로운 일일 뿐 아니라 인류의 고통을 목격할 때 고결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하게 윤리적인 반응일 때가 많다. 교사 자신의 진정성과 살아 있는 신념은 보이지 않는 교육과정인 셈이다.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
04 “아니오”라고 말하기
불복종 교육
공립학교 학생과 교사의 의식에 주입된 가장 두드러진 억압들 중 하나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다. 모든 것에 대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 아이히만의 순종적인 태도는 독일 공립학교에서 길러진 것이다. “나는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라고 아이히만은 말했다. 잘 통제된 공립학교에서 그는 복종하는 것 외에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악의와 원한에 찬 반항과 공격, 그리고 불복종의 활기찬 표현, 이 두 마음상태를 확실히 구분해줘야 한다. 전자는 사람을 공격하는 반면, 후자는 그 사람의 견해와 신념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말과 그 사람의 내적 자아를 명확히 구분 지어주지 않으면,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반박할 때마다 교사에게 타격을 가한다고 느끼기 쉽다.
05 헬렌 켈러는 무엇을 보았는가?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위대한 여성들
그녀는 적어도 두 종류의 실명을 극복했다. 육체적인 실명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암흑에서 벗어나 새로이 눈을 떴던 것이다. 교과서에는 전자에 대해서만 언급되어 있다. 후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06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교과서의 감옥에서 나오기
진실은 학교 당국이 수업용으로 지정해준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1800년대 미국의 정확한 역사를 밝힌 전문서적에서 얼마든지 이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진리는 언제나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07 “이 학생을 조심하라....”
비밀 기록부
누적 기록부는 FBI가 시민을 사찰하던 비밀 기록부의 교육부 버전이다. 사려 깊은 저항자들은 흔히 더 천천히 움직이고, 사소한 싸움은 우회하고, 다른 이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결국 진정한 싸움에서 승리한다. 우리가 바라는 동료는 바로 이런 교사들이다.
08 “학생들이 다음 결론에 이르도록 한다”
교사용 지도서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의 업무를 줄여주는 한편, 매일매일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몰수해간다. 우리는 깜끔하고 간편한 ‘검증된’ 학습지도안 세트를 얻고, 이 진부한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사게 한다. 지도서는 교사에게 시리즈를 팔고 교사는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판다. 이런 과정에 의해 교사의 직업적 가치는 기술적 중개자로 축소된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현 정권의 정치적 의도에 맞춰 자신의 하잘 것 없는 재능을 발휘한 교과서 저자들의 앞잡이로 전락한다. 분명 교과서 출판업자와 교육위원회와 교실 사이에는 아주 심각한 기만이 실제로 일어난다. 문제는 이것이다. 교육위원회, 출판업자, 학생, 이 세 당사자들 중 이런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자는 누구인가?
09 아래로부터의 역사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교과서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시선으로 기술된 역사다. 보통사람들은 느낄 수 없고 살아낼 수 없고 기술할 수 없을 그런 역사다. 학생들은 전통적인 교과서 집필자가 편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면 스스로 편향된 언어를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다만 다른 관점으로. 교사는 학생들에게 비편향적 언어로 글을 쓸 수 없다는 거슬 보여줘야 한다. 모든 말에는 어떤 편견이 스며 있기 마련이다.
10 “가난한 아이들이 우리와 무슨 상관 있어요?”
사회정의와 진실 앞에서
불공정한 체제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장소는 바로 우리가 서 있는 곳이다. 어떤 경우든 ‘더 큰 상황’을 조용히 인식하면서 바로 지금, 바로 여기부터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우리가 꿈꿀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수단을 써가며 노력해야 한다. 죄책감과 자유를 구분 짓는 차이다.
11 학교교육의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
국기에 대한 맹세
국기에 대한 맹세는 여러 점에서 독특하게 비민주적인 의식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공립학교가 이이들에게 봉사하고 정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국기는 치워버려야 한다. 맹세가 단지 꿈이고 소망이라면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차별받는 사람들로 분리된 이 나라를 정의롭고 살 만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죽을 때까지 노력할 것을 맹세합니다”
12 평화를 사랑하는, 자유세게
관례적 표현
정치적 의도가 담긴 모든 주입교육 중에서 가장 은밀해서 파악하기 힘든 항목은 맹목적 애국주의 프로파간다이다. 이 프로파간다는 관례적 표현들에 의해 전달된다. 솔직히 말해 ‘자유세계’는 세 가지 의미로 귀결된다. 미국 기업들이 거액의 이윤을 얻는 자유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 미국 군대가 부지 및 항구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곳, 이기적인 상류층이 군사력과 긴밀히 공조하여 아무런 제약 없이 빈민을 착취할 자유로운 기회를 갖는 곳. 이 세력들은 대체로 미국 정부와 공조하며 자금을 지원받는다.
13 ‘나쁜 주입교육’의 반대는 ‘좋은 주입교육’인가?
자유로운 생각의 장
수많은 교사들은 교육이 정치와 얽히면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교육은 비정치적이고 중립적인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교육은 중립적이지 않다. ‘나쁜 것을 주입하는 교육’에 대한 윤리적 대응이 ‘좋은 것을 주입하는 교육’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유일한 대응책은 주입을 하지 않는 것이리라.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그 답이다. 교사는 첫째, 허위선전과 압제, 부당한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째, 교사가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피력하기 훨씬 이전부터 학생들에게 모든 논쟁방법과 전략을 알려주기 위해, 셋째, 학생들이 교사의 반대의견을 또 반박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실제 데이터와 모든 가능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 주입교육은 전체주의적 방식이다. 다른 견해를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 교사들은 교실에서 높은 수준의 도덕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비난이나 자아비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소신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교사의 견해에 반대하는 어떤 학생도 이슈 그 자체가 주는 도덕적 고뇌 이외에 다른 대가를 치르거나 따돌림을 당해서는 안 된다.
14 “진실과 거짓을 맞대결시켜라!”
맹목적 애국주의
우리는 양식과 절개를 지닌 애국자를 좀처럼 길러내지 못한다. 우리는 약탈 전쟁이나 눈먼 전쟁에 투입되는 무분별하고 생각 없는 군인들을 배출하거나, 또는 다른 이의 행위에 그저 막연한 불편을 느끼며 TV 화면 앞에 앉은 채 그 모든 일에 대해 무력하게 투덜대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무감하고 묵종하는 사람들을 길러낸다. 이처럼 편협하고 독단적인 애국심은 위험하고 허약한 인간을 만들어낸다. 이타적인 국민을 길러내는 교육은 이제 머지않아 인류애와 생존을 향한 열망이 전쟁을 대체할 세상에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15 누가 우리에게 지금은 저항할 시기가 아니라고 하는가?
우리는 어느 시기에 어떤 것을 지정하여 저항하기로 동의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래야 한다고 느낄 때 이 문제들에 대해 – 투쟁과 명령과 열정 등에 대해 – 이야기할 것이다.
거짓말
아이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네
허위를 진실인 양 말하는 것도 잘못이지
아이들에게 천국에 하느님이 계시고
이 세상이 잘 굴러간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야
아이들은 자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안다네. 아이들도 인간이거든
아이들에게 숱한 어려움에 대해 말해주게
앞으로 일어날 일만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분명히 보게 해줘야 하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장애와 난관에 대해 말해주게
마주치게 될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해주게
지옥 같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말해주게
행복의 대가를 아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잘못을 알면서도 용서해서는 안 되네
그냥 두면 반복되고 늘어나
나중에 우리 학생들은
우리가 용서했다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예브게니 옙투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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