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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1호> 마을축제의 에피소드 본문
마을축제 에피소트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아이고, 페스탈로찌 났네.”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최고의 이죽거림이다. 이 이죽거림을 듣고, 교사로서 지내온 25년이 한 순간에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이 말을 한 사람과 인연을 끊겠다고 생각했다. 이 말은 장곡노루마루축제 2회를 추진하면서 마을 어른한테 들었다.
장곡노루마루축제, 마을이 없는 마당에 축제를 하려니 동네에 말 깨나 하고, 힘 깨나 쓰는 사람들의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그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다 그분들이 몸 담고 있는 조직들의 참여도 절실하기에 도움도 요청하고, 눈치도 보게 된다.
마을 축제가 별 것인가? 동네 장삼이사가 모여 한 판 놀고, 먹고, 마시면서 하루 보내는 마당인데, 힘 깨나 쓰는 사람들이 감 놔라 배 놔라 시작하면 어지럽고 복잡해진다. 도움을 주거나 돈을 주는 입장에선 ‘돈만 받고 입 닦는’ 우리가 서운할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일을 진행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평범한 교사인 내가 난데없는 페스탈로찌가 된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동네에 인선왕후축제가 있었고, 그 축제에서 인선왕후가 뽑혔다. 인선왕후축제를 벌이는 측에서는 인선왕후축제에 왕후를 뽑기 위해 동네 학교에 여학생들을 후보로 보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축제 측으로부터 어떤 설명을 듣지 못했던 학교의 교사들로서는 여학생들을 인선왕후축제의 후보로 보내라는 공문이 껄끄러웠다. 미스코리아와 같은 미인대회도 공영방송에서 하다가 성상품화다 뭐다 하는 비판으로 없어졌는데, 무슨 목적인지도 모르는데 동네에서 하는 축제에서 인선왕후 후보로 여학생들을 보내달라는 공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후보를 보내지 못했다. 동네에서 인선왕후축제를 준비하던 쪽에서는 이런 학교의 처사가 괘씸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동네에 있는 학교들이 모여 마을축제를 한다고 했으니, 인선왕후축제를 준비했던 측에서는 서운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축제의 성격이 다르고, 또 명색이 마을축제니 마을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축제 사무국장에게 인선왕후축제에서 뽑힌 인선왕후를 우리 축제 페레이드에 앞세우고 행사를 진행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몹시 난감했다. 마을축제는 한 마디로 ‘장삼이사들의 잔치’가 컨셉이었기 때문에 유명한 가수나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고, 동네 학생들과 사람들의 장기자랑을 무대로, 같이 어울려 놀고, 즐기는 판으로 구상되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인선왕후라고 뽑힌 ‘잘난 사람’이 들어와서 퍼레이드 맨 앞에 서면, 전체 축제 구상이 그 한 장면으로 어그러지는 것이었다.
요구하는 측에서는 ‘한 15분 퍼레이드에 인선왕후가 선두에 선다고 뭐가 문제가 되나? 오히려 인선왕후축제 선전도 동시에 되고 좋지 않냐?’였고, 마을축제 측에선 축제 시작에 축제 전체 컨셉을 한 방에 날리는 프로그램을 제안 받은 것이었다. 이런 축제 측의 입장을 사무국장이 잘 설명하고 정중하게 거절해야 했으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마을 어른에게 부탁했다. 저 대신 거절을 부탁드린다고.
왜냐하면 당시 나는 장곡중학교 교사였고, 인선왕후로 뽑힌 학생은 장곡중학교 졸업생이었다. 그 학생의 엄마는 장곡중학교 운영위원으로 열심히 활동을 하셔서 나와 친분이 깊었다. 마을에서 개인적으로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마을축제 사무국장으로 ‘우리 축제에 인선왕후를 퍼레이드 선두에 세울 수 없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 없었다. 내가 이 말을 했다면 그 말을 전해들은 우리 학교 졸업생은 얼마나 상처를 받을 것이며, 그 엄마는 얼마나 속상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관계가 부딪혔고, 그 속에서 공적인 입장을 고수하지 못하고 동네 어른에게 그 일을 부탁했다.
그때 그 동네어른이 내게 했던 말이 “아이고. 페스탈로찌났네.”였다. 이 말의 숨은 의미를 안다. 왜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자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네 교사로 마을축제와 같은 행사에 깊이 관여하다 보면 공과 사는 엉키고, 관계와 행정 절차는 꼬인다. 인선왕후를 앞세우면 사는 풀리지만 행사는 우스꽝스러워지고, 거절하면 관계는 망가지고, 행정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진다.
이런 과정에서 동네 어른과 크게 싸우고 의절하고 한 동안 얼굴도 서로 마주 보지 않았다. 인선왕후는 우리의 이런 다툼과 괴로움과 축제위원회 사이의 갈등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퍼레이드에 올 수가 없었다. 인선왕후의 참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두 단체가 서로 자존심을 걸고 어이없는 갈등을 벌인 참 웃긴 상황을 연출한 것이었다.
올해 마을축제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인선왕후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참! 페스탈로찌 났네 했던 마을 어른과는 지금 몹시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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