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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지속 가능성에 대한 토론문(하하하 416교육혁명 연구소 토론회) 본문
제대로 하지 못 해 늘 개혁해야 하는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5 교육과정의 총론에 명시한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한 인간을 ‘민주시민으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고 개인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이 곧 민주 국가의 발전과 함께 하는 것이다. 또한 인류가 서로 평화롭고 행복하게 공존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여기서부터 혁신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김상곤 교육감의 혁신학교는 2009년 9월에 나왔는데, 이것은 우리 교육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당시 혁신학교는 학교 개혁 요구에 대한 공교육의 해법으로서 내놓은 모델 학교였다. 2009년 혁신학교 계획서를 보면, 혁신학교의 목적을 ‘학교 교육의 당면 문제 극복과 학교 교육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교육 정상화의 모형 창출 및 확산’이라고 제시하고 있고, 이후 2012년 경기도교육청 혁신 학교 계획서에서는 혁신학교의 개념을 ‘민주적 자치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의해 창의지성 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라고 명시한 것으로 보아 그렇다.
‘우리나라 공교육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라는 질문은 ‘어떤 학교가 혁신학교일까?’라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는 시작 당시 교사들에게 상당히 혼란스러운 개념이었다. 그 이유는 ‘혁신학교’라는 텍스트에서 오는 사람들의 개념 인식과 ‘공교육 개혁’이라는 콘텍스트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가진 ‘완전히 바꾼 것’이라는 의미를 공교육 정상화의 상황에 갖다 붙이니 ‘혁신’이라는 ‘변화’의 의미와 ‘정상화’에서 오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감’이라는 의미의 충돌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의미의 혼란은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어떻게 혁신 학교를 만들어갈 것이가?’에 대한 실천들을 만들었다. ‘학교란 무엇인가’를 물을 때 사회자본이란 개념을 비켜갈 수 없으며 사회자본의 축적을 담당해야 하는 공교육의 목적으로서 학교 교육의 중요성이 이야기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 교육이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생생히 드러나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도 잡힌다.
그동안은 공교육이 개인의 출세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도구로서 인적 자원 축적의 장으로 바뀐 현실이 사회 자본의 축적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번영보다는 몰락을 향해 가는 지형도를 그리는데 앞장서 왔다. 교육 개혁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김상곤의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의 모델 학교로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교육 정책의 전국 지형도를 진보 교육감들의 당선으로 바꿔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기도는 혁신 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면서 타시도 혁신 학교 정책과 학교 혁신 에 대해 큰 영향을 끼치면서 학교 개혁의 가능성과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후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 학교 정책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단정 지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은 혁신학교보다는 마을교육공동체에 올인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정책들도 기존의 혁신교육지구가 보여준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업을 통한 지역 전체 학교 교육에 대한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지원이 아니라, 본질을 살짝 비껴간 사업의 나열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꿈의 학교와 학교 협동조합, 자원봉사와 학부모지원사업은 공교육의 개혁의 중심 내용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었다. 지금 경기도와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운동과도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경기도에서 마을교육공동체로 이야기 되고 있는 것들은 경기도교육감이 내놓은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정책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고, 그 양상이 다른 지역의 모범으로 이야기 되고, 벤칭 마킹 되고 있으며, 전북 완주의 로컬 에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의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미가 있으나 실행의 측면으로 볼 때 꿈의 학교를 제외하면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꿈의 학교가 공교육 혁신의 본질이냐라고 물을 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마을교육공동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학교 협동조합이나 꿈의 학교, 자원 봉사, 학부모 사업과 같은 조각조각의 사업을 마을교육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학교와 마을에서 마을이 공동체의 기능을 상실하고 잠자러 가는 곳으로 전락한 상황에 대한 성찰이며, 학교가 인적 자본의 축적을 위한 경쟁터로 변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마을공동체’ 복원을 말하는 것이다.
깨어져 버린 마을을 복원하기 위해 학교가 중심으로 서서 그 일을 하자는 것이기에 학교 개혁과 함께 마을 공동체 만들기까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학교 뿐 아니라 교육청, 지자체, 학부모, 주민 모두의 협력이 요구되고, 역할도 필요하다. 이것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학교의 변화와 마을 주민의 정체성, 지자체의 역할 전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도의 교사로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교육감의 정책이 어떠하든 그 정책을 받아들여서 자신이 해석하고, 함께 고민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실천하고 연대하는 교사들이 있고, 장학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역의 주민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며, 지자체와도 협력하고 있고 이것은 교육의 희망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기 교육과 혁신학교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라고 하는데 별로 할 말이 없다. 지금 내가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왜 학교냐고 물어보면 쌈빡하게 답할 말이 없다. 넘어져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옆에 조금 튼튼한 나뭇가지가 있어 붙들고 일어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다 깨어진 판에 학교가 있고, 학교에 애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은 잠자는 곳에서 걸어들어온다. 그 아이들을 잘 키워서 우리 함께 이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동네에게, 시청에게 건네기에 학교만큼 명분 있는 데가 없다. 열심히 잘 키워서 서울 보낸 아이들이 직장 구하느라 청춘을 버리고, 어렵게 구한 직장 다니며 집 한 칸 마련하느라 젊은 시절 다 버리는 불행한 삶의 마침표를 찍자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주민들과 시청이 응답하고 있다.
새로운 경기 교육은 이런 방향이 아닐까 한다. 나의 행복이 공동체의 행복이며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는 길을 여는 것. 혁신 학교의 지속가능성에서 나아가 학교 혁신을 지역과 함께 하여 진정한 시민을 키워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결국 교육과정 총론에서 이야기하는 우리 나라 교육의 목적을 되풀이하며 말하고 있다. 전혀 새로울 것 없으나,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그래서 늘 개혁해야 하는 이 어리석음을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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