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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2호> 수업이야기 : 잘 하는 수업에 태클 걸기 본문
잘 하는 수업에 태클 걸기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엎드려 자는 학생이 없는 교실은 교사들 모두가 꿈꾸는 수업일 수 있다. 모두가 수업에 들어와서 집중하니 수업하는 교사로선 참으로 기쁜 일일 것이다. 얼마 전에 봤던 수업인데, 교실 안에 앉아 있는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자거나 다른 짓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교실 안에 앉아 있는 학생 중 누구도 수업의 내용을 이해한 학생도 없었다. 그런데도 모두 수업에 집중했다. 교사가 그날 이루어진 수업의 내용 중 서너 문제 중간고사에 나올 것이고, 수행 평가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수업 시작 전에 말을 했다. 중간고사 시작 며칠 전 수업이었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은 나쁜가? 교사 혼자 자문자답하면서 수업을 일방적으로 이끌어 간다면 교사가 보기에 나쁠 수 있겠다. 안 자고 옆 사람과 이야기 하고 있다면 그것도 교사에게 나쁠 수 있겠다.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이건 어떤가? 학교 갔다가 끝나면 학원 가고, 학원 갔다 와서 학교 수행평가하고 학원 숙제 한 후 자고, 일어나서 학교에 왔다면 들어봐도 모르는 시간이나, 영 내 흥미와 관련 없는 시간 엎드려 있으면 나쁜가? 학교의 모든 시간을 온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야만 하며 과연 그럴 수 있는가?
점심 시간에 직원들과 밥을 먹다가 집에서 키우는 3살 아이에게 영어와 미술 과외를 시킨다는 말을 들었다. 3살 아이에게 영어와 미술 과외를 시키는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교육이 아이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거기에서 이익을 크게 뽑아내야 할 것이다. 3살 아이에게 이렇게 교육에 투자한다면 아이가 커 가면 투자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며, 이 아이는 미래에 큰 이익을 창출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투자 실패다. 부모는 투자에 실패했고, 아이는 인생을 실패한 것인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가 말했다. 배움의 목적이 결과에 있지 않고, 스스로의 깨달음에서 오는 즐거움에 있다 했다. 배움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라곤 고작 즐거움이다.
교육이 투자인 우리는 배움의 목적이 이익 생산에 있다. 그러므로 기쁨보다는 더 많은 이익 산출에 있다. 교육이 노동이 되는 것이다. 노동은 피곤하다. 그래서 공부하면 졸린다. 왜? 피곤하니까! 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학원에서 공부했는데, 집에 와서도 공부하라고 한다. 투자는 많이 하면 할수록 생산이 늘어나니까 공부하라고 자꾸 재촉할 수밖에 없다.
언제 놀아볼까? 이쯤 되면 공부가 지긋지긋해진다. 사정이 이런데 엎드려 자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고 선생님은 조금 엎드려 있으려고 하면 상냥한 얼굴로 다가와서 다정스레 어깨를 감싸면서 일어나서 수업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한다. 부탁하는 얼굴에 화 낼 수 없어 억지로 일어나서 학습 활동에 참여해 보지만 피곤한 게 떨쳐지진 않는다.
전체주의가 나쁘다고 말을 한다. 한 반에 있는 학생 모두가 똑같은 학습 주제로 똑 같은 활동지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전체주의가 아닌가? 전 시간에 그리다 만 그림을 다음 시간에 그리면 안 되는가? 어떤 일에 몰입해서 서너 시간을 빠질 수 있다면 그것은 소질이나 흥미가 있다는 작은 증거가 되는데, 전 시간 그리다 만 그림을 다음 시간까지 연장하여 그리면 안 되는가? 왜 열중하던 활동도 종을 치면 그만 두어야 하고, 다시 종을 치면 새로운 활동에 몰입해야 하는가? 배움인가, 훈련인가?
학습 활동은 왜 교사 마음대로 정해서 가져오는가? 그 활동이 정말 학생들에게 모두 유익한 학습 활동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한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다 그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인가? 다른 활동을 하면 안 되는가? 좀 엎드려 있으면 안 되는가? 인간의 자율성은 교사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작동이 된다면 진정 자율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수업 시간에 모둠 협력하는 활동으로 전지 주고, 모둠원이 의논하여 뭐 만든 후에 발표하라고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지 주고 하는 활동에서 모둠 전체가 참여해서 협의하는 모둠 별로 없다. 전지를 쥐고 주도하는 사람이 있고, 그 활동을 바라보는 방관자가 있다. 그런데 방관자가 능력이 없는 아이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저 상황이 적극적으로 끼어들기에 겸염쩍거나, 그 아이가 소극적인 면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아이들이 잘 하니까 굳이 끼어들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에도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박수 세 번 짝짝짝!도 좀 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아이들을 훈련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박수 세 번이 아니라, 두 번도 치고, 한 번도 치고, 열 번도 치면서 확실하게 숫자에 반응하게 훈련을 시켜야지 왜 세 번만 치게 하는지 모르겠다. 훈련이 아닌 교육이라면 어려워도 박수 세 번 치게 해서 조용히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경청하게 하도록 교사가 죽을 힘을 다해 아이들의 듣는 힘을 길러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교사가 편한 방법은 교사를 성장하게 하지도 않고, 아이들도 배움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이거 나가면 엄청난 태클이 들어올 것 같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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