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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교장> 2016년 2월 썼다. 본문
딸깍발이 교장
박현숙
우리의 교육과정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실제로 학자들도 들어와서 보는데, 연구자들이 상상했던 그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장곡이 현재 6년째 혁신학교를 진행하고 있는데, 나는 내가 상상했던 수업을 장곡에서 다 해보게 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무슨 일을 촘촘하게 하지 못 하지만 번뜩이는 창의성은 젊은이 못지않다. 그 번뜩이는 창의성이 가끔 내가 하고 싶은 수업으로 만들어지고, 그 수업은 장곡의 괜찮은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은 것들이 몇 개 있다.
그런데 번뜩이는 창의력과는 상관이 없는 교육의 철학이랄까 하는 면에서 교장 선생님께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뭐라 말할까? 이를 테면, 창의력은 일회성이며 수준이 낮지만, 철학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깊고, 의미 있으며, 넓은 관계망 속에 자리 잡는다고 하면 될까? 그것은 위안부 수요 집회 참가였다.
이런 말을 하면 나는 여전히 자기 검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몹시 허약한 교사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 교장 선생님의 결기가 몹시 부럽다. 딸깍발이의 전형이라고 할까?
어느 날 우리의 덜렁이 김현정 교사가 수요 집회를 준비한다고 즐거운 허둥거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현정 교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교장 선생님께 허락받고 하는 거야?”
그랬더니, 현정 교사 말하길
“아니요, 교장 선생님이 수요 집회 가라고 하셨어요.”
순간, ‘아! 우리는 진짜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회장님이셨던 분을 교장님으로 모셨구나.’ 했다.
내가 역사 교사라면 정녕 그런 수업을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역사란 것이 현정 교사가 늘 수업에서 이야기 하듯 ‘오래된 미래’ 혹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과거의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현장인 수요 집회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자, 아주 뛰어난 역사 교과서이며, 그 시위에 참여한다는 것은 역사의 현장에 고스란히 아이들을 담글 수 있는 대단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교장이라면 이곳에 애들 데리고 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역사 수업이 시작되는 2학년 아이들이 5•18 묘역을 다녀오고, 동학유적지를 다녀오면서 사전 수업으로 광주민중항쟁을 배우고, 동학농민혁명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다른 학교라면 펼쳐질 수 있었을까?
내가 겁쟁이 새가슴이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학교라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교 역사 교사들은 더없이 좋은 수업 멘토와 함께 있었고, 이 점 참 부러웠었다.
작년 여름 밤에 모 학부모가 나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왜 아이들에게 의식화 수업을 하냐고, 그 학부모의 아이는 2학년이고, 나는 그 학부모가 말하는 의식화 수업이 2학년의 ‘새세발’이란 걸 바로 감지했다. 그때 그 학부모에게 나는 ‘그런 일이 있었냐? 내일 학교 가서 알아보고 전화 드리겠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런 학부모는 당장 어떤 일의 해결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잠시 시간을 두면 저절로 해결이 된다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안다.
이런 전화를 나만 받았을까? 교장 선생님은 더 많이, 더 자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역사 교사들에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다(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건 교장 선생님의 역사수업에 대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그 어떤 도전을 받아도 막아내신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런 꼬장꼬장한 자존심이 좋다. 그리고 교사로서 이런 선배가 우리 학교의 교장이어서 좋았다. 교육에 대한 철저한 철학을 가진 교장 선생님과 함께 교육을 했던 나의 경험은 다시 한 번 나를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되었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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