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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청에 바란다-혁신학교 교사가 바라는 지원-> 2019년 7월 혁신장학사 연수 본문
지원청에 바란다.
- 혁신학교 교사가 바라는 지원 -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혁신학교를 하면서 중요한 고비가 되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그것을 해결했던 과정 속에는 장곡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금까지 진화 발전하게 된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전국의 혁신 교육 장학사들 앞에 지원청에 바라는 바를 말해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수많은 고민이 스쳐갔다. 그 끝에 에피소드를 함께 나누면 혁신 학교, 혁신교육지구를 담당하며 속앓이 했던 것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에피소드는 여기에 소개하고, 과정과 담긴 의미는 파워포인트로 직접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피소드는 사실이고, 담긴 의미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에피소드 1. 그게 수업이냐? 교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
2010년 학교 전체의 수업을 바꾸고, 수업 공개를 했다. 혁신 학교 네트워킹이 중요시 되던 시기였다. 학교 내 교사들 외에 다른 학교에도 공개된 수업을 함께 보고 연구회도 같이 할 수 있게 열었다.
당시 대안 학교가 아닌 공교육에서 수업 관련 연구시범 학교가 아니면 수업 공개란 용어는 생소한 것이었다. 각 학교마다 연구수업이라 해서 동교과 교사들이 시간표를 조정해서 한 사람의 수업을 보고 방과후에 협의회를 하는 문화였다.
장곡중의 수업은 수업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업을 보고 연구회를 함께 하며 많은 교사들이 혁신 학교, 수업 혁신을 보고 감동을 하고 돌아갔고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학교를 수업 혁신으로 만드는 혁신 학교를 시도했다.
사정이 그렇게 되자 지역교육청에 무형의 압박이 가해졌다. 전국에서 장곡중의 수업을 그렇게 많이 보고 가는데, 정작 지역교육청은 단 한 번도 와 보지 않는 게 말이 되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 압력이 작동해서 지역청의 교육장과 교수학습과장이 와서 봤다. 그리고 교장실에 내려와 교장에게 한 30분을 지청구했다고 한다.
“그게 수업이냐? 교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
“이런 수업을 창피스럽게 외부에 열면 어떡하냐!”
2011년 혁신학교 추진 계획서의 혁신학교 추진과제로 ‘학습자 중심 교육활동 개선’이 제시되었다.
에피소드 2. 교육과정이 안 바뀌면 혁신 학교 아니다. 수업만 바꾼다고 혁신학교냐?
장곡중이 혁신학교로 전국에 이름이 나면서 많은 학자들이 학교를 드나들었고 실제로 학위 논문이나 학술지에 인용되기 시작했다. 한 번의 인터뷰를 위해 들어온 학자들이 그것으로는 부족해 계획을 수정하여 하루 종일 학교를 참관하고 싶다는 요청부터, 1년을 넘게 마음대로 학교에 들어와서 수업을 보고 싶다는 것까지 있었다. 그렇게 되자 학생들이 연구자를 학교 교사인 줄 알고 복도나 교실에서 반갑게 인사할 정도로 학교 문턱이 닳도록 와서 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교육청 혁신정책을 담당하는 곳에서는 장곡중은 혁신학교가 아니라는 평가가 공공연했다. 이유는 수업만 바꾸었다고 혁신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2년 혁신학교 추진 계획을 보면, 혁신학교 운영 특징을 ‘혁신학교는 고정된 모델(내용과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여건을 반영하여 다양한 교육활동 전개’라고 밝히고 있다.
장곡중학교는 수업 혁신 이후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전국의 100대 학교 안에 들었고, 교육과정평가원의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조화 방안 연구’에서 국내 사례로 들어있다. 하루만 학교를 방문해서 참관해 보면 알 것을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에피소드 3.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구축하세요. 다양한 동아리 만들어서 선생님들이 활동하세요.
2009년 혁신학교 추진계획서부터 전문적 학습 공동체 구축이 혁신학교 모델을 그린 그림 속에 주요 동력으로 그려져 있었으나 잘 몰랐다. 2009년부터 혁신 학교를 준비하며 공부하던 우리들은 우리가 하는 공부가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혁신학교를 진행하며 그 이전에 교사로서 고민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름’과 ‘불확실성’이 있었고, 그것을 ‘앎’으로써 ‘확실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다. 공부를 해야 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구축’ 하라고 도교육청에서는 근무 시간에 전체 교사들이 모여서 연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연수 학점으로 인정하고 연수비도 지원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 안에 전체 교사들에게 필요한 연수와 혁신학교 처음부터 해오던 전체 수업 공개와 연구회를 넣었다.
그러나 이 ‘전문적 학습 공동체’로는 우리의 ‘모름’과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09년부터 시작했던 독서토론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 수업 공개 외에 수업보기 모임도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모여서 수업 동영상을 보며 했다. 2009년 관내 교사들과 했던 혁신연구모임도 계속 되었다. 2010년부터 방학 땐 특수분야 직무연수를 신청해서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분야인 배움중심 수업, 교육과정 재구성, 마을교육과정 등을 3박 4일 동안 공부했다. 그러면서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필요성과 학교 안에서 교사 학습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해야 시스템 속에서 전체 교사가 성장하는지, 학교 혁신으로 이어지는지 알게 됐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강조되면서 지원청에서는 학교마다 그것을 구축하라고 했다.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장학사들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단순한 학습 모임이나 교사 동아리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했던 공부나 실천 경험으로 봤을 때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닌, 등산 모임이나 영화 모임, 문학 또는 인문학 서적 읽기 모임은 전문적 학습 동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 것들은 취미 모임이었다. 취미 모임은 일과 후에 또는 휴일에 동호회에서 해야 한다. 이들을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고 하면 진짜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점점 인원수가 줄어들다가 없어진다.
에피소드 4. 마을교육공동체와 학습 생태계
2009 혁신학교 추진 계획에서 밝힌 혁신학교 철학 중 ‘지역성’이 있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지역사회 여건 및 실정에 적합한 학교교육’이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혁신 학교 모델로 제시한 그림 속엔 ‘대회협력‧참여 확대 속에 학부모‧지역 사회의 협력’이 있었다. 학부모‧지역사회와는 어떤 협력으로 혁신학교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 학부모와 협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협력은 상대방이 원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가 무엇을 원할까를 고민했다. 학부모와 지역 사회가 교사와 동등한 입장으로 주는 것만 아닌 주고 받는 것, 그러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 학교만 받는 게 아니라 협력하는 상대도 얻는 게 있어야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학교는 너무 받기만 바랐고, 이기적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은 큰 손해를 입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런 손해를 전체 교사들에게 바라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도 생각해야했다. 그렇지만 학생이라는 개인을 생각하면 그의 성장은 모두가 도와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교사들이 동의를 하고 개인 학생의 성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살다가 거기에서 죽는 것이 못난 삶인가? 옛날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인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태어난 곳에서 살다 죽는 것은 환경파괴와 4차산업혁명의 사회에서 농어촌‧중‧소도시의 소멸을 막는 지속가능한 삶을 지탱하는 것이라 판단이 되었다. 그러려면 학생이 행복한 밥벌이를 지역에서 할 수 있어야 했다. 지역에서조차 네트워킹이 없는 학생들이 어찌 마을에서 밥벌이를 구할 수 있으랴! 이런 깨달음은 학교 교육과정에 마을의 사람들과 자원들이 교과 역량과 성취기준 도달을 위한 교재나 교구로 들어왔다. 마을이 없이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지원이 없이는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교육청 장학사들은 1년 단위로 업무가 바뀐다.
1년 단위로 바뀌는 개체가 뿌리 뽑히는 곳에서 생태계가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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