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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 말, 말 본문
장곡타임즈 칼럼
말, 말, 말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시(詩)를 쓸 때 시어(詩語)로 쓰면 망하기 쉬운 단어들이 있다. ‘사랑, 희망, 꿈, 믿음, 아름다움’. 반면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단어들도 있다. ‘똥, 걸레, 쓰레기, 구더기’.
문학 교수님이 시작법(詩作法)을 강의할 때 했었던 말인 것 같다. 말해준 사람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가 말한 내용은 내가 국어 교사로 아이들이 시를 쓰는 것을 보며 새록새록 맞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 말이 의심스러우면 지금 당장 종이를 꺼내들고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단어를 넣어서 시를 지어보라.
장미 같은 너
5월의 햇살에 빛나는 너의 모습에
사람들은 찬양하지
붉디 붉은 너의 아름다움
하하하... 애들이 보면 오글거린다고 소리를 빽빽 지를 것 같다.
너, 구더기
습기 차고 음습한 곳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하나 둘 태어나기 시작 한다.
네가 날개를 달면
세상은 병으로 창궐한다.
글을 쓰는 지금 바로 지어봤다. 내 취향인지,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구더기’가 뭔가 내용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싶다.
장미 시는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왜냐 하면 뻔한 내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쓰는 재미가 없다. 물론 읽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반면 구더기 시는 좀 더 쓸 수 있을 것 같고 독자들의 호기심도 자극할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시작법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2012년에 『희망의 학교를 꿈꾸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장곡중학교가 혁신학교로 발돋음 하기까지 과정을 상세하게 쓴 책이었다. 그런데 별로 팔리지 않았다. 이 책을 쓸 당시 혁신학교에 대한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수요가 많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썼다. 그래서 혁신학교 쪽의 책을 내지 않는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 요구가 들어왔고 장곡중학교의 혁신 과정을 상세하게 썼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혁신학교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 되었고, 어떻게 하면 혁신학교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강의 요청도 수없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 책이 왜 안 팔렸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 ‘학교’와 ‘희망’과 ‘꿈’은 나란히 쓰면 아무도 안 믿는 비현실적인 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름다운 시어를 쓰면 시가 망하는 것처럼 학교에 희망과 꿈을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X소리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런 책을 사서 보겠는가?
차라리 ‘혁신학교 만드는 법-장곡중학교의 사례’ 이렇게 사실 대로 제목을 붙였더라면 필요한 사람들이 사서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었을지 모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걱정이다. 우한 폐렴이라고 처음에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전세기를 띄워 우한에 있는 우리 교민들을 수송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수송하면 안 된다는 댓글도 심심찮게 달렸다는 말도 들린다. 우한 폐렴이라 하니 우한 사람들 나아가 중국 사람들 봉쇄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그게 가능한 일이며 그렇게 하면 해결이 되는 걸까? 만약 신종 독감 바이러스가 시흥에서 가장 먼저 발발해서 감염 속도가 빠르고 그것으로 인해 죽는다면 시흥 독감이라 이름 짓고 시흥을 봉쇄할 것인가?
가장 보편적인 대책이 감염 환자를 격리하여 치료에 전념하며 확산을 방지하고, 백신을 빨리 개발해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나쁜 말이 횡행하는 것 같다. 그럴수록 정확한 말을 쓰는 것이 어지러운 세상을 덜 어지럽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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