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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역자 서문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 가지의 무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말은 우리를 현실과 연결시켜준다. 나치스가 언어규칙을 만든 이유는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말의 유용성은 말이 현실을 알게 하여 사람에게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아렌트는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악의 평범성과 타자 중심적 윤리(정화열)아렌트가 아이히만에 대해 사유할 능력이 없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했을 때, 의미한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인간의 복수성에 있어 ‘평등’..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말과 생각을 하는 힘의 중요성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통해 자세히 알려주는 보고서다. 이와 함께 나치스가 유대인은 물론 인류에 저지른 악행도 세밀하게 언급되어 있다.『한나 아렌트 어두운 시대의 삶』에 의하면 아렌트는 이 보고서를 쓰고 시온주의자들에게 엄청난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인류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가 인간성을 포기한 괴물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며, 누구라도 조건만 갖춰진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는 당시 가장 크고 비참한 피해를 입은 유대인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민족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던 당시 시대 분위기에서 유대인인 아렌트가 그토록 냉철하게 재판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었으니 같은..
지필고사 출제 기간이라 시험에 관련된 사항들을 안내하는 평가 담당 교사의 메시지를 거의 매일 한 통 이상은 받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지필 교사 관련이 아닌 고등학교 성취평가제 모니터링 체제 시범운영에 대한 교육청 공문을 안내받았다. 성취평가제 운영을 내실 있게 하고, 학생 개인별 성취 수준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모니터링 체제를 시범 운영한다는 것이었다.이 메시지 이전에도 같은 담당자가 최소 성취기준 미도달 예방지도 및 보장지도 2학기 계획서를 내고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계획서를 만들고, 수행평가 계획을 확인하고, 지필고사 난이도를 고민하며 1학기 때 최소 성취 수준 미도달이었던 학생들을 만날 땐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종종 확인도 하고 있다.그런데 며칠 전엔 기초학력을 ..
나라 : 일본개봉 : 2014감독 : 이시이 유야출연 : 마츠다 류헤이, 마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조오프닝 : 물결 출렁이는 바다가 보이다 어느 출판사 사무실 풍경이 보인다. 물결 출렁이는 바다는 이 출판사가 편찬할 사전 '다도해'를 상징하는 오프닝이었다.그냥 스쳐가듯 보는 영화에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히이만'에서 만난 문장과 같은 생각이 거침없이 나와서 너무 놀랐다. "말은 우리를 현실과 연결시켜준다." 이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렌트가 아이히만에게 절망했던 중요한 요지다. '다도해'를 만드는 목적은 현실과 사람을 연결해 줄 가장 적확한 단어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던가. 왜냐하면 '말의 유용성은 말이 현실을 알게 하여 사람에게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아! 아..
여름은 필리핀의 우기라 적절한 여행 기간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이빙은 비가 온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은 시기이므로 그게 걱정이 되긴 한다. 나는 정말 좋은 휴가였다. 왜냐하면 하루 3번 다이빙을 했고, 남는 시간을 훌륭한 숙소-바다가 바로 보이는-에서 바다를 보며 책을 읽고 산미구엘을 맘껏 먹을 수 있었으니 일생에 이런 시간을 얼마나 가져보겠는가. 가져간 '철학자와 늑대'를 읽었고, 다이브 리조트에 있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었다. 밖이 흐리고, 바다가 적당히 화가 났으며, 그 기간에 현지인들은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며 큰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했으므로 최고의 환경에서 잘 지내고 왔다. 다이빙 실력이 미천해서 사진 같은 거 못 찍는다. 뽕뜨(갑자기 뽕하고 뜨는 것)만 안 ..
O2 다이브 리조트였는데, 사장님이 한국에서 피자 집의 셰프였단다. 음식을 직접 직원들과 함께 하는데, 매 끼니가 테마가 있는 정갈하고 적절한 식사였다.
아닐라오는 마닐라에서 차를 타고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가면 있다. 아주 시골이고, 마트 같은 것도 없다. 있는 것은 살리살리 샵이라고 필리핀 원어민 말로 '뭐든지 있는 가게'라는 뜻인 우리나라 60년대 시골 마을에나 있었을 법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거기서 차를 타고 2~30분 정도 나오면 대형 마트도 있고, 술집도 있으나 우리가 갔을 때는 태풍 개미가 대만에 있을 때여서 나가도 마트를 제외하곤 다 문을 닫았다. 태풍이 왔지만 차를 타고 반대편으로 가서 다이빙을 했기에 크게 문제없이 다이빙을 했다.
얼마 전에 수업 공개 협의회가 있었다. 학교 일 중에서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나, 내 동료 교사는 그날 조퇴를 쓰겠다고 했을 만큼 스트레스 주는 일이었다.2년 전 우리 학교에 왔을 때 수업 공개가 몹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았고, 일반계 고등학교의 보편적인 분위기인가 보다 생각하며 묻어갔다. 수업하며 궁금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은 다행히 혁신학교에 근무하다 우리 학교로 전근을 온 수학 선생님이 같은 학년 담임이라 그분과 서로 수업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고민했다. 우리 학교의 지극히 형식적인 수업 공개와 협의회를 하며 이전 학교의 수업 공개와 연구회가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학교가 그런 감정을 길게 끌며 간직할 만큼 여유 있는 곳은 아니다.그러다 교장 선생님이 바뀌면서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