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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이택광 저, 자음과 모음, 2013 본문
마녀 프레임
이택광, 자음과 모음, 2013
에필로그
마녀 프레임은 박물관에 남겨진 유물이라기보다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곁에서 의사소통에 간섭하는 요소다. 마녀 프레임은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을 넘어서서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기 의사에 반하면 마녀로 낙인찍어서 사냥을 벌이려는 시도는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배제를 위한 논리가 마녀 프레임을 이루는 핵심이다.
1장 마녀사냥과 인쇄술
(마녀 사냥에 작동한 중요한 요소는) 이데올로기였다.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강제나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 복종이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자발적으로 하려면 즐거워야 한다.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는 즐거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마녀사냥이 어쩌면 요즘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 게임과 흡사했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관점으로 보면 마녀사냥은 잔인하게 보이겠지만 중세 세계관에서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중세인에게 잔인성은 오히려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요소였다. 하위징아가 ‘중세의 가을’에서 그리고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묘사한 것처럼 죄수 처형은 중세인에게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실제로 마녀사냥 과정에서 고통을 받은 희생자를 제외하고 대다수들은 이 사건을 즐겼다고 보는 것이 즉절한 판단이다.
중세적 가치관이 소멸하면서 (중세를 관통하던) 여성의 이데올로기가 흔들리게 되었고, 과거 체제 안에서 추앙받던 여성의 장점은 의혹의 대상으로 비치면서 중세말의 혼란상에 대한 위험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여성이 지목되었고, 그 여성 중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들이 마녀 사냥에 희생되었다. (잔다르크도 마녀라 하여 타 죽었다.)
2장 근대 과학과 마녀
마녀는 ‘영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집단적 테러엿다. 여성이 가진 권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공동체 위기를 여성에게 떠넘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여성 권력은 기독교적인 패러다임에 수렴되지 않는 이교적인 것이었다. 마녀사냥에는 이렇듯 사상적으로 서로 다른 노선을 걷는 특정 집단을 말살해버리려는 의식이 내재해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오늘날에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입장과 이념이 다른 타인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마녀사냥에 대단히 취약한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3장 마녀 프레임의 유령
아감벤에 따르면 ‘신성한 것’이라는 말에 숨어 있는 의미는 법과 희생 제의라는 영역 바깥에 있는 폭력의 대상을 의미한다. ‘신성한 인간’은 법과 법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것ㅇ로 간주되는 ‘비존재’다. 마녀는 자본-민족-국가라는 삼위일체가 수립되어가던 시기에 법이 내포한 한계를 드러냈던 비존재적 징후가 된다. 나타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마녀사냥은 계몽주의 지배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녀는 언제나 자본-민족-국가라는 삼위일체를 유지하기 위한 예외 상태로 남아 았다. 이것이 바로 마녀 프레임을 여전히 작동하게 하는 원천이다. 지금 우리는 법에게 보호받고 있지만 언제든지 법과 법 사이에 놓이는 ‘호모 사케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본-민족-국가는 언제나 예외적 존재를 보이지 않는 지점에 고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은 본질적으로 사법 체계 출현과 무관하지 않다. 마녀사냥은 궁극적으로 마녀로 표상할 수 있는 공포를 다스리기 이해 법이 개입한 것이었다. ‘호모 사케르’는 법으로부터 배제되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법이 가진 위력을 가장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존재다.
근대의 출현은 마녀를 다른 방식으로 규정했을 뿐이다. 마녀는 언제든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까닭에 마녀는 끊임없이 현재로 귀환하는 유령 같은 존재이다. 근대 체제를 구성하는 공백으로서 마녀라는 기표는 어떤 내용으로도 채워질 수 있는 텅빈 형식으로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다. 마녀 프레임이 우리의 인식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마녀사냥의 특징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마녀의 보편성을 증명한다. 마녀는 근대의 정상성을 확립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날 것의 생명’을 지칭하는 은유인 셈이다. 마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은 다른 세상을 꿈꾸기 위해 필수적이다. 마녀는 우리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하는 타자의 얼굴이다. 누구나 마녀가 돌 수 있기 때문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만 한다. 그 사유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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