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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민주시민교육의 마중물(임정훈 저) 중 학생자치 부분 발췌 본문
학생자치회장은 ‘선출직’ 대표
직선제는 학생들 투쟁의 결과 민주화의 산물
회장단이나 대표단을 뽑지 않고 다른 형태로 학생자치를 구현하는 일부 학굘ㄹ 제외하면 학생회장 선거는 학생들이 접하는 가장 직접적인 민주주의의 경험이기도 한다. 이제 18세부터는 학교 밖에서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참여와 경험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1975년 8월 28일 문교부는 학교 단위의 학생 대표 선거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를 실시하였다. 학생자치가 학교와 교사이 완벽한 통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거라는 민주주의 경험을 빼앗기게 된 것을 개탄하였다. 1985년 학생회 부활 조치에서도 학생자치 학생회 회장단 직선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7년 3월부터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회 구성 운영 지침을 내리기까지 직선제는 학생들의 투쟁으로 이루어진 민주화의 산물이다. 대표성 없는 대표를 만드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당시 ‘학생회장 직선제=교권 침해’라는 주장도 있었다.
‘급장은 형식상의 위치는 학급의 대표였지만, 학생들에 의하여 선출되었다기보다는 학교 당국에 의하여 주로 임명되었던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관습이었다. 임명 방식은 북한에서도 비슷한 모습의 특성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급 반장을 통해 수업을 통제하는 것 역시 남한과 북한이 큰 차이가 없다.
학생 대표의 위상과 역할 회복
학교에서 학생∙학급자치회장으로 통칭하는 학생 대표는 임명직이 아닌 온전한 선출직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가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하수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민주성고 시민성을 갖춘 선출직 대표로서의 자리를 학교와 교사는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 학교나 교사의 눈치를 보고 명령에 따라야 하는 임명직으로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선출직은 임명권의 눈치를 살피고 명령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선출한 유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불편과 문제 해결을 위해 경청하고 소통하며 실천한다. 학교에서 학생자치가 오롯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학생 대표의 자리가 바로 그래야 한다.
당선증과 임명장
임명직에는 임명장을, 선출직에는 당선증을 주는 것은 당연한 민주주의 과정이다. 임명장에는 임명장을 주는 임명권다의 이름이 들어가고 당선증에는 임명권자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이름이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2015년 당선증에는 교장의 이름과 직인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직인을 찍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교들이 바뀌었으나) 선거 절차는 학생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선관위 명의의 당선증까지 제작하지만 이를 교장이 당선인들에게 ‘수여’하는 기이한 형태를 보이는 학교도 있다.
학교도 학생 대표 인정하고 존중해야
당선증 이후에도 문제는 있다. 최종적으로 교장의 결재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교장 명의의 임명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직선제 선출직 학생 대표의 최종 ‘승인 결재’ 권한을 사실상 여전히 교장이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당선인이 확정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정한 교내 게시판, 학교 인터넷 누리집이나 공식 SNS 계정 등에 당선 공고를 게시하여 공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과 학생자치 선거 교육 등을 활용하여 선출직 대표에 대하여 반드시 알려 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급이나 전교생의 학생 대표가 선출직이라는 것과 선출직으로서 권한과 역할, 선출직과 임명직의 차이 등을 알려 주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탄핵도 가능하다는 내용까지 포함한다. 이는 모두 유권자로서 시민 의식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교장, 학생 자치의 지배자
교장 앞에서 무력한 학생자치
학생이 학교의 중심으로 주체적인 삶을 누리고 가꾸려면 학생을 대하고 바라보는 시각부터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학생을 주체적 인간으로 오롯이 대하지 않고 미숙하거나 보호가 필요하며 자기 생각이나 행동을 책임질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학생자치를 대하는 인식의 바탕도 그와 같은 정서가 지배적이다.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가로막는 첫 걸림돌은 다름 아닌 교장이다. 교장의 허락∙승인∙결재가 없으면 학생자치는 심장을 멈추고 생명을 잃는다. 대체로 학교 규정에 정해진 것들을 보면
1. 전교생이 투표하여 직선제로 학생자치회장을 뽑아도 교장의 결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2. 학급자치회, 학생자치회, 대의원회 등에서 의결한 각종 사항은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
3. 학생들이 교내 행사가 아닌 학교 외부 단체나 대회에 참가, 또는 방문하고자 할 때도 학교장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것이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집회나 결사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 1932년 해주고등보통학교의 학생생활 검사∙단속 관련 규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교외에서 모든 종류의 모임, 사회단체 등에 생도가 가입하는 것을 엄금한다. 생도 집회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미리 학급주임 및 감독계에 신고하여,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락받은 민주주의, 결재받는 학생자치
학생자치회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교장이 학생자치에 개입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학교 최고 권력자인 교장에게 ‘허락받는 민주주의’, ‘결재받는 학생자치’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문제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학주, 악역을 맡은 자?
명령하거나 군림하지 않고 지원하며 학생들과 함께하는 학생부장은 존재할 수 없을까? 더 깊이 고민해 보면 민주적인 학생자치를 구현하는 데 학생부장이라느 보직교사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학생자치는 특정한 보직교사의 담당 업무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교생활과 전반적인 교육 활동에서 가능해야 하니 말이다.
‘감독계’에서 ‘학주’로 굳은 이미지
1932년 해주공립고등보통학교에서 오늘날 학생부장에 해당하는 ‘감독계’의 사물ㄹ 정리한 내용을 보면,
지각자 접수 및 통고, 비상소집 소방연습, 등교, 외출, 여행, 원족, 복장 제장, 생도 제복 조제에 관한 것, 복장 검사의 시기 횟수 및 통독, 분유실물 및 습득물에 관한 장부, 손상물 변상에 관한 것, 방과 시 교실 거잔생의 단속, 청소 분담구역에 관한 것, 청소 감독자의 배당, 청소 지독 감독 참가, 청소 용구의 배급 검사, 음용탕에 관한 것, 화상, 산붕, 외투괘, 자전차치장에 관한 것, 구급약, 정양실 사용에 관한 것 타호, 진상, 변소의 청결에 관한 것, 난로의 감독, 참가, 야간 외출 단속에 관한 것, 흥업물 관람 단속 방법, 급회의 지도 참가, 교외사회의 모임 또는 단체에 관한 건, 교과서 검열에 관한 건, 우편물 위체환 증명에 관한 건, 게시의 허부 단속
학주 천국 학생 지옥
학생자치의 주도권은 학생에게 있어야 하고 학생부장은 이를 지원∙보조하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학생자치회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할 내용을 학생부장이나 학생자치 담당 교사가 해서 다듬고 정리된 내용을 학생자치회장을 불러서 하라고 시키는 것을 학생부장의 업무로 (여기면 안 된다.)
학생자치회는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고 확장하는 일을 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축소∙제한하고 불온시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을 향한 굴욕적인 캠페인 등에 동원되어서도 안 된다. 학생자치회는 학생들의 삶을 살피고 추동하는 집행 기구다. 법정처럼 질서와 규정을 살피며 규칙 위반자를 색출하는 쪽으로만 학생자치회의 기능과 역할이 기우는 것은 스스로 삶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학주’가 두려움과 공포, 원망과 저주의 대상이었다면, 학생부장은 학생을 적극적으로 이해함으로써 학생자치의 조력자이자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 ‘감독계’에서 시작해 한 세기 남짓 유지해 온 학생부장이라는 보직교사의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개선도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학생자치를 보조하는 교사를 ‘연결교사’, ‘신뢰교사’라고 부른다. 이들은 학생자치회를 통해 2-3년에 한 번씩 학생들이 선출한다.
선도부, 결코 착하지 않은
“교사뿐 아니라 학도호국단 간부와 규율부는 학생을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을 앞을 통과할 때면 늘 떨림과 안도가 교차했다“는 증언에 등장하는 ’규율부‘가 바로 선도부의 과거형이다. 학교가 교장∙교사의 권한을 학생에게 부당하게 위임하여 학생이 학생을 지도∙단속∙징계하도록 하는 건 이른바 분할통치 방식이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역할은 하나
최근에는 학교가 학생자치회를 동원해 질서, 규칙 준수와 준법 활동 등을 이벤트 삼아 일상적 활동으로 펼치는 상황이다. 이전보다 방식은 온건해졌지만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생자치회와 선도부의 활동이 학교 규칙 준수라는 준법 활동에 집중되는 현상은 학생자치는 물론 학생들의 시민성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도부원의 자격 요건
’문제 학생‘이거나 반항기 다분한 학생은 처음부터 학생자치회 집행부성의 구성원이 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당근과 채찍으로 길들이기
학교가 바라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통과하여 선도부원이 된 학생들에게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상을 한다. 입시와 관련하여 생기부에 가치가 부여되는 고등학교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현저하다.
’3주체론‘과 ’학교 공동체론‘이라는 오류
민주주의는 다수결?
학교에서 민주주의나 학생자치 존중을 거론할 때 ’3주체‘ 혹은 ’3주체 협의’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지금의 3주체 협의론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에 닿아있다. ”학교의 장은 ....학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은 (의도와 달리) 학생자치를 제한하고 훼손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지금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는 순수한 의도에서 제정한 것이 아니었다. 2011년 최초의 규정은 ”학교의 장은 ...학칙을 개정하거나 정제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규졍했다. 2010년 10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서 학생들의 인권과 존엄성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당시 정권은 이를 매우 탐탁지 않아 했다. 결국 2012년 당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를 다시 고쳤다. ”학교의 장은 ...학칙을 개저하고나 제정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로 수정한 것이다. 이것이 굳어져 오늘날 초∙중∙고교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인 것처럼 여기는 학교 3주체협의론의 법률적 근거가 되어 버렸다. 3주체 협의론은 민주주의는 ‘무조건 다수결’이라는 확고부동한 그릇된 신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학생이다.
‘학교 공동체’라는 집단
아직 전근대적 속성과 근대의 잔재가 상당한 학교 체제를 민주적인 공동체라고 명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 공동체라는 말에는 여전히 개인의 희생과 소외, 배제를 공동체를 위한 당연한 전체로 여기는 실상들이 은폐되어 있다. 학교가 민주적 자치 공동체가 되려면 집단성을 지우고 공동체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학교 공동체’라고 명명하는 순간 그를 구성하는 개인들은 주체성을 박탈당하고 부속품이 되어 버린다. ‘교육 가족’이라는 말이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 체제를 가부장적 가족이데올로기로 치환해버리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제는 개인 삶의 가치를 받쳐주는 공동체가 필요한 시대다. 학교는 학생의 삶을 위한 공동체여야 한다. 학교 집단의 명예, 기풍을 위해 학생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고 삶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집단이 ‘목적-규율, 규칙-위계-질서-명령-형식’ 중심이라면, 공동체는 ‘자율-자치-협력-소통-관계-가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자치 훼손하는 공동체 3주체 협약
법에만 의존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말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치의 가치를 존중하는 학교에 필요한 건 관계와 소통이다.
학급은 있어도 학급자치는 없다
담임교사는 학급자치를 이루는 학생들과 그들의 자치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존재로 역할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치 예산 편성과 집행의 보장
학생 중심의 학급자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는 재정이다. 학급자치가 제대로 활동하고 기능하려면 학급 예산 편성과 집행 권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현재 학급운연비 등으로 이름 붙인 예산이 있기는 하나 어쨌든 이 예산의 집행 주체는 담임 교사다. 학급운영비, 학급교육 활동비 대신 ‘학급자치 운영비’로 명칭과 기능을 바꾸어 학급자치회 예산을 편성하고 사용할 권한을 학생들이 갖게 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
학급자치와 담임교사
학급의 경영∙운영자
경영이나 운영이라는 말은 모두 학급 체제에서 담임교사의 권한이 가장 우월한 것임을 나타낸다. 담임교사가 전적인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는 체제가 학급인 것이다. 학교 민주주의의 자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권한과 체제가 타당한 것이다. 서로 존중하며 소통과 타협으로 학급자치와 학생자치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학급자치 지배하는 담임 권한 축소와 해체
무엇보다 반장을 학급자치회장이 되지 못하고 반장에 머물도록 만드는 것이 담임교사야 하는 것이다. 담임교사와 학급자치회장이 주종관계여서는 목적지에 당도하지 못한다.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학생들도 학급자치회장에 대한 인식을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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