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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국어 2023년 2학기 1차 지필고사 본문
성취수준 : 중세국어의 특징, 대안 생각하며 읽기, 주체적 관점에서 작품 해석하기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강원도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성품이 어질고 글 읽는 것을 좋아했다. 비록 아무 벼슬도 없는 양반이었으나 학식과 인품이 뛰어나 이미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중략)
그런데 이 양반은 워낙 집이 가난해서 해마다 관곡을 꾸어다 먹었다. 꾸어다 먹고 갚지를 못하니,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에 어느새 꾸어다 먹은 관곡이 천 석을 넘게 되었다.
어느 날 강원도 관찰사가 여러 고을을 순행하던 중에 그곳에 들르게 되었다. 관찰사는 정선 고을의 행정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마침내 관곡을 조사해 보고는 몹시 노해서 호령했다.
“어떤 놈의 양반이 이렇게 많은 관곡을 축냈단 말이냐?”
관찰사는 그 양반을 당장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중략)
한편 그 가난한 양반도 관찰사가 관곡을 못 갚은 양반을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양반은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관곡을 갚지 못해 포도청에 끌려갈 일을 생각하니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했던 것이다.
양반의 아내 역시 한심한 마음에 남편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당신은 평생을 꼿꼿이 앉아서 글만 읽더니, 이제 관청에서 꾸어 먹은 곡식조차 못 갚는 신세가 되었단 말이오? 에이, 한심하오. 양반, 양반, 입에 달고 살면 무엇하오. 그놈의 양반이라는 것이 한 푼어치도 못 되는 걸 이제야 알았소.”
그때 같은 마을에 양반은 아니지만 재산이 많은 부자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그 부자는 가난한 양반이 포도청에 잡혀가게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중략)
“양반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늘 귀한 대접을 받고 영화를 누리는 신분이지. 그러나 나는 언제나 천한 신세를 면치 못하니 아무리 재산이 많으면 뭘 하는가. 말 한 번을 제대로 탈 수가 있나, 가마를 탈 수가 있나……. 게다가 양반을 만나면 그저 엎드려서 설설 기어야 하니 참으로 더러운 신세가 아닌가.”
이렇게 탄식하고 난 부자는 목소리를 낮춰서 은근하게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이 마을의 가난한 양반이 그동안 꾸어다 먹은 관곡을 갚지 못해서 포도청에 끌려가게 생겼다 하네. 그렇게 되면 양반이라는 신분도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기회에 내가 그 양반에게서 ‘양반’을 사서 나도 양반 행세를 해 보는 게 어떨까 싶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이 모두 좋다고 찬성했다. 부자는 그길로 가난한 양반을 찾아갔다. 그리고 자기가 관곡을 갚아 줄 테니, 양반 신분을 자기에게 넘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꼼짝없이 포도청에 끌려갈 판이었던 가난한 양반은 크게 기뻐하며 허락하였다. 그래서 그 부자는 곡식을 바리바리 싣고 관가를 찾아가서 양반이 꾸어다 먹은 관곡을 깨끗하게 갚아 주었다. (중략)
“아하, 양반을 샀다는 그 부자가 그러고 보니 참으로 양반답구려. (중략) 그러나 양반의 신분을 사고팔면서 아무런 증서를 만들지 않았으니 나중에 소송이 생길 수도 있겠구려. 그러니 내가 온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증인이 되어, 증서를 만들어 서명을 해 드리리다. 그래야 마을 사람들도 그것을 신용할 것이오.” (중략)
건륭 10년 9월 며칠에 이 증서를 만든다.
양반 아무개가 관곡 천 석을 꾸어다 먹고 갚지 못하는 것을 딱하게 여겨, 같은 고을의 평민 아무개가 그에게 ‘양반’의 신분을 사는 대신 관곡을 갚아 주었다. (중략)
일단 양반이 되면 지켜야 할 도리가 있으니 지금부터 그것을 일러둔다. 먼저 양반은 절대로 더러운 일은 하지 않아야 하고, 옛 성현의 높은 뜻을 숭상하고 본받아야 한다. (중략)
양반은 배고픈 것을 참아야 하고 추운 것도 견디어야 하며, 가난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아야 한다. (중략)
양반은 하인을 부를 때 느린 말로 부르고, 걸을 때는 신을 끌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 「고문진보」나 「당시품휘」를 베껴 쓰되, 깨알 같은 글씨로 한 줄에 100자씩 쓴다. 양반은 손으로 돈을 만지는 법이 없고, 평생 쌀값이 얼마인지 묻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아야 하고, 맨상투 바람으로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 (중략)
양반은 소를 잡아먹지 않으며, 돈내기 노름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양반이 지켜야 할 도리이니, 양반의 행동이 이에 어긋날 시에는 이 문서를 가지고 관청에 가서 고발하면 사들인 양반 신분은 무효가 될 것이다.
증서 읽기가 끝나자, 군수는 그 증서에 서명을 하고 다른 관리들인 좌수와 별감도 이름을 썼다. 그러고 나서 통인에게 도장을 가져오라고 하여 여기저기에 찍었다. 도장 찍는 소리가 마치 큰북을 치듯이 쿵쿵 울렸고, 도장 찍힌 모습은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와 같았다.
그때 슬픈 얼굴로 한동안 말이 없던 부자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양반이 누리는 게 겨우 이것뿐이란 말인가요? 내가 듣기로는 양반은 신선처럼 산다하여 그 많은 곡식을 주고 양반을 사들인 것인데, 겨우 이것뿐이라면 너무 억울합니다. 좀 좋은 일이 있도록 고쳐 써 주십시오.”
그러자 군수는 기꺼이 증서를 고쳐 써 주겠다고 했다.
고쳐 쓴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A] | |
하늘이 이 나라 백성을 세상에 내실 때 네 가지로 구분했다. 네 가지 백성 중에 가장 귀한 사람이 선비인데 이는 곧 양반이다.
양반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고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글만 조금 공부하면 크게는 문과에 급제하고 작게는 진사가 된다.
문과에 급제하면 홍패를 받는데, 이것은 길이가 두 자도 안 되지만, 이것을 받게 되면 온갖 좋은 것을 다 누릴 수 있으니 돈 자루라 할 만하다.
진사는 나이 서른 살이 되어 첫 벼슬을 해도 이름이 나고, 또 다른 벼슬도 할 수 있다. 귀밑머리는 일산 밑에서 희게 물들어 가고, 종놈들의 ‘예, 예!’ 하는 소리로 배가 불러진다. 방 안에는 아리따운 기생을 불러다 앉히고 뜰에 서 있는 나무에는 학이 살도록 한다. 설사 가난한 선비가 되어 시골에 산다 해도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이웃집 소를 빌려서 자기 밭을 먼저 갈게 할 수도 있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다 자기 밭을 먼저 김매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도 아무도 양반을 욕할 수 없다. 만일 욕하는 놈이 있으면 잡아다가 코에 잿물을 들이붓고 기둥에 상투를 잡아매 놓고 수염을 뽑더라도 감히 원망하지 못한다. 또한…….
고쳐 쓴 양반 증서를 여기까지 읽었을 때였다. 부자는 질겁한 듯 소리쳤다.
“제발 그만하시오. 듣고 보니 그 양반이라는 것이 맹랑하기 짝이 없소이다. 아무래도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인가 본데, 그런 게 양반이라면 하고 싶지 않소.”
- 박지원, ‘양반전’
1.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4점]
① 관찰사는 고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② 양반의 아내는 현실적인 생활 능력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③ 통인은 도장을 통해 관리자로서의 위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④ 군수는 훗날 양반 증서로 인한 분쟁이 생길 것을 염려하는 인물이다.
⑤ 부자는 양반에게 무시 및 수모를 당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가진 인물이다.
2. [A]의 내용을 바탕으로 신문 기사를 작성할 때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1점]
① 양반 신분 사칭. 이대로 두고보고 있을 것인가!
② 조선의 질서 비결? 엄격한 신분제로 유지 덕분이지!
③ 문과와 진사의 보이지 않는 신분 전쟁. 과연 승자는?
④ 양반. 이렇게 해야 존경받는다! 양반의 바른 생활상이란?
⑤ 알고보니 각종 비리의 온상이었다? 양반의 실체를 밝힌다!
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4점]
< 보 기 > | ||
(창작동기) 선비란 것은 곧 천작*이므로, 선비의 마음은 곧 지(志) 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뜻이란 어떠한 것인가. 첫째 세리(勢利)*를 꾀하지 말 것이니, 선비는 몸이 비록 현달*하더라도 선비에서 떠나지 않아야 할 것이며, 몸이 비록 곤궁하더라도 선비의 본분을 잃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 소위 선비들은 명절(名節)*을 닦기에는 힘쓰지 않고 부질없이 문벌(門閥)*만을 기화(奇貨)*로 여겨 그의 세덕(世德)*을 팔고 사게 되니, 이야말로 저 장사치에 비해서 무엇이 낫겠는가. 이에 나는 이 ‘양반전’을 써 보았노라. -「방경각외전」자서(自序) *천작: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고 하늘의 조화로 만들어짐. 또는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 *세리(勢利): 세력과 권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 *현달: 벼슬, 명성, 덕망이 높아서 이름이 세상에 드러남 *명절(名節): 명분과 절의를 아울러 이르는 말 *문벌(門閥):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기화(奇貨): 진기한 재물이나 보배 *세덕(世德): 대대로 쌓아 내려오는 미덕 |
① 경제적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 지닌 삶의 가치를 중요시해야겠군.
② 양반들은 본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버리고 선비 정신을 가져야겠군.
③ 유대 관계에 의해 공과 사를 구분짓지 못하고 적절한 처우를 하지 못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군.
④ 당대 평민층 삶의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불우한 삶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군.
⑤ 법도와 체면을 중시 여기는 양반들의 노력으로 문벌(門閥)이 강화되어 더 많은 권력을 지닐 수 있었음을 알 수 있군.
4. 윗글의 ㉠과 <보기>의 ⓐ를 비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8점]
< 보 기 >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
① ㉠과 ⓐ는 모두 직설적으로 나타낸 작가의 표현으로, 대상에 대한 풍자의 기능이 있다.
② ㉠과 ⓐ는 모두 낯설게 하기를 통해 대상에 대해 느끼는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어 긍정적 태도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③ ㉠은 대상에 대한 작중 인물의 깨달음을 상징하고, ⓐ는 대상에게 인식되고 싶은 화자의 바람을 상징한다.
④ ㉠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성찰하며 객관적으로 평가한 표현이고, ⓐ는 자신과 다른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표현했다.
⑤ ㉠은 시대에 굴복하지 않는 주인공의 강한 의지를 의미하고, ⓐ는 현실에 순응한 화자의 흔들린 마음이 들킨 것을 의미한다.
[5~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떻게…… 오늘 밤엔 자네 소리나 몇 대목 해줄 수 없겠는가?” (중략)
“내 우연찮게 읍내서부터 자네 소문을 듣고 왔네. 술맛보단 소리를 좇아 남도천지 안 돌아본 데가 없는 위인이니, 내 자네 소리만 있어주면 이대로 앉아 밤이라도 새우겠네.”
무심스럽기만 하던 사내답지 않게 간절한 어조였다. (중략)
아무래도 여자답지 않은 목청이었다.
남도소리 특유의 애조와 한스러움은 있었으나 그 또한 서리 내린 가을 달밤의 기러기소리와도 같이 미련한 여인의 수수로움이 아니라, 무럭무럭 처연스럽게 가슴을 복받쳐 오르는 장부의 통한이 역연한 소리였다. 그러나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소리를 듣고 있는 술손의 표정에는 이번에도 별로 의아스러운 빛이 없었다. 남정네처럼 장중하고 도도한 여인의 목청 속에, 그 여인스럽지 않게 허허한 장부풍의 통한 속에 그는 오히려 깊은 수긍과 감동을 맛보는 듯 머리를 크게 주억이며 깊이깊이 소리에 취해 들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이 어느새 호남가 한 가락을 끝내고 나자 사내는 비로소 다시 눈을 번쩍 뜨며,
“좋으네, 참으로 좋으네…….”
진심어린 치하와 목추김잔을 건네고 나선 이내 또 다음 소리를 거푸 청해오는 것이었다. (중략)
소년은 여전히 그 무덤가 잔디에서 진종일 계속되는 노랫가락소리를 들어야 했고, 소리를 들으면서 허기에 지친 잠을 자거나, 소리를 들으면서 그 잠을 다시 깨어야만 했다. 잠을 자거나 잠을 깨거나 소년의 귓가에선 노랫소리가 떠돌고 있었고, 소년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그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뜨거운 햇덩이가 걸려 있었다.
소리는 얼굴이 없었으되, 소년의 기억 속엔 그 머리 위에 이글거리던 햇덩이보다도 분명한 소리의 얼굴이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언제나 뜨겁게만 불타고 있던 햇덩이야말로 그날의 소년이 숙명처럼 아직 그것을 찾아 헤매다니고 있는 그 자신의 운명의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소년이 그 소리의 진짜 모습을 자신이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된 것은 그의 어미가 어느 날 밤 뜻하지 않은 소동 끝에 홀연 저승길로 떠나가 버리던 다음 날 아침의 일이었다. 소리가 마을로 들어서던 그 한 여름이 지나가고 해가 훌쩍 뒤바뀌고 난 이듬해 이른 여름의 어느 날 밤, 소년의 어미는 땅덩이가 꺼져 내려앉는 듯한 길고도 무서운 복통 끝에 흡사 핏속에서 쏟아내듯 작은 살덩이 하나 낳아 놓고는 그날 새벽으로 그만 영영 눈을 감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은 다음 날 아침에야 비로소 소리의 사내가 그 후줄근한 모습을 드러내며 소년의 집 사립문을 들어서던 것이었다. (중략)
“하니까 그 다음 이야기는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대개 짐작이 가겠네마는, 어쨌거나 나는 그런저런 내력으로 이 나이 사십이 넘어서도 그 누추한 어릴 적 기억을 버리지 못해 이런 청승맞은 소리비렁뱅이질을 계속하고 다니는 꼴이라네. 소리를 들으면 어렸을 적에 그 밭두렁가에 누워 보던 바다비늘이 아슴아슴 떠오르고 골짜기 숲으로부터 복더위를 씻어가던 한줄기 바람결이 내 얼굴을 지나가고…… 아니 그보다도 나는 소리만 들으면 그 이마 위에서 무섭게 들끓고 있던 여름 햇덩이를 다시 보게 되곤 하니 말이네. 그런데 말이네, 그런데 난 오늘 밤 자네한테서 내 눈썹을 불태울 것 같은 그 무섭게도 뜨거운 햇덩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일세. 자네처럼 뜨거운 내 햇덩이를 품은 소리를 만난 일이 없는 것만 같단 말일세……. 이제 내가 이토록 자네 소리에 끌리는 까닭을 알겠는가…….”
사내는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도 마치 아직도 그 들끓는 태양볕을 머리 위에 견디고 있는 듯이 얼굴을 심히 고통스럽게 찡그리고 있었다. (중략)
지금까지 그녀 앞에 안고 있던 북통과 장단막대를 말없이 사내 앞으로 밀어놓고 있었다. 소리를 청해 들을 양이면 이제부터 장단을 좀 잡아달라는 시늉이었다. 소리를 청해 들을 만한 사람에겐 흔히 해온 일이었다. 여인은 으레 손님의 솜씨를 믿는 얼굴이었다. (중략)
그로부터 여인과 술손은 다시 소리로 꼬박 밤을 지새듯이 하고 있었다. (중략)
지칠 줄 모르는 소리였다. 여인의 목청은 남정네들의 그 컬컬하고 장중스런 우조뿐 아니라 여인네 특유의 맑고 고운 계면조풍도 함께 겸비하고 있어서 때로는 바위처럼 우람하고 도저한 기백이 솟아오르는가 하면 때로는 낙화처럼 한스럽고 가을 서릿발처럼 섬뜩섬뜩한 귀기가 넘쳐났다. 가파른 절벽을 넘고 나면 유장한 강물이 산야를 걸쳐 있고, 사나운 폭풍의 한밤이 지나고 나면 새소리 무르익는 꽃벌판의 한나절이 펼쳐졌다.
놀라운 것은 그 지칠 줄 모르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술손의 장단 가락 솜씨 또한 예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중략)
여인이 첫소리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장단가락을 잡아나가는 했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여인의 소리만 시작되면 사내는 마치 장단을 미리 외우고 있었기라도 한 사람처럼 솜씨가 익숙했다. 그러나 손님이고 여자고 새삼스레 상대편의 솜씨를 놀라와 하는 빛은 전혀 서로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여인과 손님은 끊임없이 소리를 하고 장단을 몰아나갈 뿐이었다.
잠을 깨고 난 여인이 손님의 빈 잠자리를 쓰다듬듯 정성스레 개켜 올리고 나서, 천천히 혼자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중략)
여인은 그 보이지 않는 눈길로 들판 건너 먼 산허리 쪽을 더듬으며 무심스레 내뱉고 있었다.
“그리 되었소. 오라비는 말도 없이 혼자서 떠나셨소.”
“오라비라? 간밤의 그 손님이 말인가.” 여인의 대꾸에 천 씨 사내가 갑자기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물어왔다. (중략)
“그렇답니다. 간밤엔 제 오라비를 만났더랍니다.”
소리꾼 아비는 나이 어린 오누이를 앞세우고 이 마을 저 마을 소리로 끼니를 빌고 떠돌아다녔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비는 철도 들기 전의 두 어린 것들에게 소리를 시키는 것이 소원이었던지, (중략)
어린것들에게 소리를 배워주려 애를 쓰고 있었다 했다. 하지만 오라비는 웬 고집으로 끝끝내 소리를 하지 않으려 했고 누이만이 무슨 재간이 좀 뻗쳤던지 세월따라 조금씩 조금씩 소리를 익혀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아비는 마침내 누이에게만 소리를 하게 했고. 소리를 싫어하는 오라비에게는 북장단을 익히게 하여 누이의 소리를 짚어나가게 했다는 것이었다. (중략)
하지만 오라비는 끝내 그 북채잡이조차도 따르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어느 해 가을날인가, (중략)
오라비는 용변이나 보러 가듯 숲속으로 들어가고 나선 영영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오라비가 가고 난 후 노인네는 아마 딸년마저 도망질을 칠까봐 겁이 나지 않았겠소. 그래 아비는 딸의 눈을 멀게 한 거랍니다.” (중략)
눈을 죽이고 나니까 그 죽은 눈빛이 다시 목청으로 살아났던지 여인의 소리는 윤택해지고, 그 덕분에 부녀는 오라비가 곁을 떠나고 난 다음에도 힘들이지 않고 이 고을 저 고을로 구걸유랑을 계속해 다닐 수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네한테 오라비가 있었다해도 어젯밤 손님이 그때의 오라비라고 장담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보아하니 자네나 손님이나 양쪽 다 그런 일은 입에도 올리질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네.” (중략)
“오라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은 벌써 손님을 처음 대했을 때부터 들기 시작했소. 손님이 소리를 찾아다니게 된 내력을 말했을 때는 다시 의심할 여지도 없었고요. 하지만 정말 오라버니 소리가 목에까지 솟아오를 뻔한 것은 북채를 손님께 내어드리고 나서 제 소리와 오라비의 장단을 만났을 때였답니다. 오라비의 솜씨는 옛날의 제 아비 되는 노인의 솜씨 그대로였소.” (중략)
“그렇다면 글쎄……. 자네를 알아보고도 오라비는 어째서 끝내 ㉠오라비라는 소리 한마디 못해 보고 그렇게 허망히 길을 떠나가고 말았단 말인가.”
“그것은 아마 오라비가 또 날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오.” (중략)
“노인네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말씀하신 것이 또 한 가지 있었답니다. 당신은 늘 소리를 할 때 오라비 눈에 살기가 도는 것을 보았더라고요. 당신이 소리를 하면 오라비는 이상스럽게 눈빛이 더워지면서 당신을 해치고 싶어 못견뎌하더랍니다. 오라비가 싫은 짓을 참아가면서도 의붓아비를 따라다닌 것은 그 불쌍한 노인네가 당신의 어머니를 죽인 거라 작심하고 어미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였을 거랍니다.” (중략)
“그러고 보면 아마 자네 오라비라는 사람이 그렇게 가버린 것도 자네의 그 한을 다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었는가 싶네. 사람들 중엔 때로 자기 한 덩어리를 지니고 그것을 소중스럽게 아끼면서 그 한 덩어리를 조금씩 갈아 마시면서 살아가는 의인들이 있는 듯 싶데 그랴. 자네가 그렇고, 내가 그렇고, 알고 보면 자네 오라비라는 사람도 아마 그 길에서 그리 먼 데 있는 사람은 아닐 걸세. 그런 사람들한테는 그 한이라는 것이 되레 한세상 살아가는 힘이 되고 양식이 되는 폭 아니겄는가. 그 한덩어리를 원망할 것 없을 것 같네. 더더구나 자네같이 한으로 해서 소리가 열리고 한으로 해서 소리가 깊어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일세. 자네 오라비도 아마 그 점을 알고 있었던 듯싶네. 자네는 아까 오라비가 자넬 해치고 싶은 충동을 못 이겨 간 거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설사 맞는 데가 있다 치더라도 내 짐작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네. 자네 오라빈 자네 소리에 서린 한을 아껴주고 싶은 나머지, 자네한테서 그것을 빼앗지 않고 떠나기를 소망했음에 틀림없을 걸세.”
- 이청준, ‘소리의 빛’
5. 윗글의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5점]
① 회상 장면을 삽입하여 인물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② 작중 인물이 서술자가 되어 사건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공간의 이동에 따른 환상적 면모 부각하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④ 이질적인 시선을 가진 작품 속 서술자들을 통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있다.
⑤ 작품 밖에 존재하는 서술자가 작품 속에 직접 개입하여 인물을 논평하고 있다.
6.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4.2점]
① 소리로 인한 내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② 누이가 지니고 있는 한(恨)을 소리에 계속 담게 하기 위해서
③ 누이의 소리를 능가하는 또다른 소리를 찾으러 떠나기 위해서
④ 지난날의 행동이 누이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임을 직감해 회피하기 위해서
⑤ 뛰어난 소리를 지닌 소리꾼으로 성장한 누이에게 느끼는 질투심을 감추기 위해서
7.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4점]
① 소년은 의붓아버지가 되었을 뻔한 사내를 증오하면서도 그의 소리에 매혹된 인물이다.
② 손님은 북장단을 잡는 것에 소질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가락을 즐겨 잡았던 인물이다.
③ 여인은 술손과 함께 밤새 소리를 하고 장단을 몰면서 어우러짐을 통해 교감하는 인물이다.
④ 천 씨는 눈먼 여인이 한(恨)을 지니게 된 사연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물이다.
⑤ 소리꾼 아비는 딸의 도망을 막기 위해 눈을 멀게 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소리에 대한 욕심이 있던 비정한 인물이다.
[8~13, 논술형 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나·랏:말·㉠미中國·귁·에달·아文문字··와·로서르·디아·니··이런젼··로어·린百·姓··㉡이니르·고·져··배㉢이·셔·도·:내제··들시·러펴·디:몯·노·미하·니·라·내·이
·爲·윙··야:어엿·비너·겨·새·로·스·믈여·듧字···노·니:사:마·다:·:수·니·겨·날·로··메便뼌安·킈·고·져·미니·라
세조 5년(1459), ‘월인석보’
(나)海東(해동)六龍(육룡)·㉣이ⓐ·샤:일:마다天福(천복)·이시·니古聖(고성)·이ⓑ同符(동부)·시·니
<제1장>
(다) Ⓐ불·휘기·픈남··매아·니:뮐·곶:됴·코여·름·하·니
:·미기·픈·므·른··래아·니그·츨·:내·㉤히이·러바··래·가·니
<제2장>
- 세종 29년(1447), ‘용비어천가’
8. (가)를 탐구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4점]
① 띄어쓰기를 표기에 반영하지 않았군.
② 한자음을 표기하는 방법이 현대 국어와 달랐군.
③ 조사가 앞말에 결합되어 하나의 음절로 쓰이기도 했군.
④ 현대 국어와 달리 음의 길이를 표기에 반영했음을 알 수 있군.
⑤ 현대 국어와 다른 형태의 비교 부사격조사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군.
9. (가)를 참고할 때, 중세 국어에서 현대 국어로의 변화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4점]
중세 국어 | 현대 국어 | 변화 내용 | |
① | 노미 | 놈이 | 체언과 조사를 구분하여 형태를 밝혀서 적었다. |
② | ·내 | 내가 | 생략되었던 주격 조사의 형태를 밝혀서 적었다. |
③ | ·스·믈 | 스물 | 철저하게 지켜지던 모음 조화가 깨졌다. |
④ | 여·듧 | 여덟 | 원순 모음화가 적용되었다. |
⑤ | 니·겨 | 익혀 | 현대 국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모음이 있다. |
10. (나)의 ⓐ, ⓑ에 대한 현대어 풀이로 가장 적절한 것은? [4.1점]
ᄂᆞᄅᆞ·샤 | 동부(同符)·ᄒᆞ시·니 | |
① | 나시어 | 닮아 있으시니 |
② | 나시어 | 틀림이 없으시니 |
③ | 나시어 | 꼭 들어맞으시니 |
④ | 태어나시어 | 틀림이 없으시니 |
⑤ | 태어나시어 | 꼭 들어맞으시니 |
11. (다)의 중세 국어 어휘에 대응하는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5점]
중세 국어 | 특징 | |
① | :뮐·ᄊᆡ | 현대 국어에서는 사라진 어휘가 쓰였다. |
② | :됴·코 | 구개음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
③ | ·ᄀᆞᄆᆞ·래 | 모음 조화에 의해 현대 국어와 다른 형태의 조사가 쓰였다. |
④ | 그·츨·ᄊᆡ | 이유를 나타내는 어미가 쓰였다. |
⑤ | :내·히 |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
12. (나)와 (다)를 탐구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7점]
① (나)는 (다)와 달리 현대 국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자음이 사용되었군.
② (나)는 (다)와 달리 중국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기 위한 한자음 표기가 사용되었군.
③ (다)는 (나)와 달리 국어가 발전하면서 의미가 확장된 어휘가 사용되었군.
④ (다)는 (나)와 달리 ‘ㅣ’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서 영형태(∅)의 주격 조사가 사용되었군.
⑤ (나)와 (다)는 모두 현대 국어와 같은 형태의 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가 사용되었군.
13. ㉠~㉤ 중 문법적 기능이 다른 것은? [4.9점]
① ㉠ ② ㉡ ③ ㉢ ④ ㉣ ⑤ ㉤
논술형 1. 윗글을 읽고, <조건>에 맞추어 서술하시오. [총 10.0점]
1) 다음 글을 읽고, ⓐ~ⓒ에 들어갈 말을 서술하시오. (단, ⓑ는 (가)에서 찾아서 쓸 것.) [3.0점]
선생님: 오늘은 중세 국어의 어휘에 대해 학습하겠습니다. 중세 국어의 어휘는 현대 국어로 국어가 발전하면서, 의미의 변화, 축소, 확대를 경험하거나 사라진 어휘들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변화의 양상 | 예시 |
ⓐ | 어린, ⓑ |
ⓒ | 놈 |
사라진 어휘 | 하다(하니라) |
<조건>
- ⓐ~ⓒ에 들어갈 말을 기호에 맞춰 순서대로 서술할 것.
2) <보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세 국어의 문법적 특징을 두 가지 서술하시오. (단, 세 번째 특징부터는 채점하지 않음.) [5.0점]
< 보 기 > | ||
·디아·니· |
<조건>
-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서술할 것.
- <보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세 국어의 문법적 특징만을 서술할 것.
- ‘첫째, ‘·디아·니·’를 통해 띄어쓰기를 표기에 반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의 형태로 서술할 것.
3) (다)의 밑줄 친 Ⓐ의 현대어 풀이를 쓰시오. [2.0점]
[14~1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영역은 추천 알고리즘이다. 뉴스나 드라마, 영화 등 여러 가지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추천 알고리즘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추천이나 랭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이용자는 알지 못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편리하게 생각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가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을 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고,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는 모든 과정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고리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시각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편향적 사고에 빠지게 되면서 이른바 필터 버블이나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예를 들어 이용자에게 검색의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관심사, 성향, 철학, 이념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결과를 찾아서 보여주는 것이, 개별 이용자를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확증편향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빈번하게 또는 선택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평소 선호나 성향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경향에 관한 것이다. (중략)
당연한 것이지만, 추천 알고리즘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보인다. 우선 넷플릭스가 되었든, 유튜브 동영상이 되었든, 알고리즘은 내가 스스로는 찾기 어려웠을 법한 콘텐츠를 찾아서 추천을 해준다. 인터넷 공간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콘텐츠 중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보여주는 것은 강력한 추천 및 검색 알고리즘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게 해주는 것은 결국 추천 및 검색 알고리즘인 것이다. 반면에, 추천과 관련된 확증편향이나 필터 버블 등 불가피한 부작용의 가능성도 계속 남아 있다.
- 고학수, ‘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
(나)
콘텐츠 추천 시스템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슈퍼컴퓨터는 우리가 보다가 만 영상과 끝까지 본 영상, 스크롤을 내리는 와중에 잠시 멈췄던 화면, 영상 시청 중 빨리 감기나 되감기 클릭 여부까지 개개인의 막대한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요.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은 우리가 SNS에 최대한 길게 머무를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하지요. 사용하면 할수록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더 잘 파악하게 돼 추천의 정확도가 올라가고, 이에 많은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기도 해요.
알고리즘의 역기능은 단순히 시간 낭비뿐만이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거나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 계속 볼 수 있다는 얘기는 곧, 다른 것은 못 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알고리즘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필더 버블(Filter Bubble)’ 현상은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 안에 갇히는 현상을 말해요. 이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지요. 또 다른 문제점은 사용자가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에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사용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 중 서비스 운영자에게 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콘텐츠가 우선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팀 켄들(前 페이스북 고위 임원): “소셜미디어에 심어진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균형적이고 가치중립적이며 진실된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나 가짜 뉴스에 더 잘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중독되기 쉽고 몸에 해로운 담배, 설탕과도 같습니다.”
- 엣지니어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 이대로 괜찮을까?’
14.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2점]
① 알고리즘은 개인정보의 축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②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모르고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③ 알고리즘의 역기능은 추천 알고리즘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④ 필터 버블(Filter Bubble)로 인해 정보 편식이 일어날 수 있다.
⑤ 필터 버블(Filter Bubble)로 말미암아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
15. (나)에 드러난 글쓴이의 관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5점]
① 소셜미디어의 이용 시간은 알고리즘의 정확도에 비례한다.
② 개인에 대한 막대한 정보 수집을 통해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진다.
③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자극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흥미를 갖도록 한다.
④ ‘팀 켄들’의 말을 인용한 이유는 알고리즘의 중독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⑤ 운영자는 개인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먼저 보여준다.
16. (가), (나)의 ‘알고리즘’과 <보기>의 ‘동굴의 우상’이 지닌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7점]
< 보 기 > | ||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의 ‘우상론’에서 사람을 거짓으로 이끄는 마음의 모든 경향을 우상으로 정의했는데, 그 중 ‘동굴의 우상’이 있다.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의 차이에서 오는 특수한 오류의 경향을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고유한 동굴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처한 특수한 환경, 성격, 교육, 관점, 취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와 같은 자기만의 동굴에 갇혀 이 자연을 바라보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
① 본인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② 개인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③ 개인에게 해당하는 특수한 관점이다.
④ 사람들을 거짓으로 이끄는 기능을 한다.
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처한 환경에 빠져든다.
[17~18, 논술형 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960년대에 캐나다의 교수 마셜 매클루언은 텔레비전의 등장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너무 깊고 강력해서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려는 노력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설명했다. 내 생각에 그가 전하고자 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기술을 배관으로 여긴다. 누군가 그 배관의 한쪽 끝에 정보를 부으면, 우리는 다른 한쪽 끝에서 필터 없이 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이 종이에 인쇄된 책이든 텔레비전이든 트위터든, 새 미디어가 등장해 사람들이 그 미디어를 쓰기 시작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유의 색깔과 렌즈를 가진 새 고글을 쓰는 것과 같다. 우리가 쓰는 각각의 고글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하면 특정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흡수하기 이전에 이미 세상을 텔레비전과 비슷한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매클루언이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날 때마다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기술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새로운 규칙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매클루언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이 정보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세상은 빠르고, 중요한 것은 표면과 겉모습이며, 세상만사는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이는지, 그 메시지는 종이책에서 받아들이는 메시지와 무엇이 다를지 궁금해졌다. 먼저 트위터에 대해 생각해봤다. 로그인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든 버니 샌더스든 부바 더 러브 스펀지든 상관없이, 트위터에 접속하면 이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읽고 그 메시지를 팔로어에게 전송하게 된다. 그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어느 하나에 오래 관심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280자로 된 짧고 단순한 발언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만 한다. 둘째,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세상을 해석하고 자신 있게 이해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짧고 단순하고 신속한 발언에 사람들이 즉시 동의하고 박수를 보낸다. 성공한 발언은 많은 사람들이 즉시 박수갈채를 보내는 발언이며, 성공하지 못한 발언은 사람들이 즉시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이다. 트윗을 올리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하기 이전에 이미 자신이 어느 정도는 이 세 가지 전제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러한 고글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어떨까? 이 미디어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전시하기 위해 존재하며, 편집한 자기 삶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일을 매일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간과 공을 들여 편집하고 신중하게 고른 하이라이트에 사람들이 즉시 ‘좋아요’를 누르느냐다. 셋째, 우리가 어떤 사람의 편집된 하이라이트를 자주 보고 그 사람도 우리의 하이라이트를 본다면 그 사람은 우리의 ‘친구’다. 이것이 바로 친구의 의미다.
인스타그램은 어떨까? 첫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 둘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 셋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 넷째,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의 겉모습을 좋아하느냐다.(생각 없이 쉽게 말하거나 비꼬는 게 아니다. 이게 정말로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다.)
소셜미디어를 하면 내가 세상과, 그리고 나 자신과 어긋나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핵심 이유 중 하나를 깨달았다. 나는 이 모든 생각(이 미디어들이 암시하는 메시지들)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트위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실 세상은 복잡하다. 세상을 제대로 고찰하려면 보통은 긴 시간 동안 한 가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길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말할 가치가 있는 내용 중 280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드물다. 어떤 생각에 대한 나의 반응이 즉각적일 때,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수년간 전문 지식을 쌓아 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 반응은 얄팍하고 별 볼 일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즉시 나에게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그건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나도 남들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러한 겉모습(자기 복근이나 비키니 입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라는 생각은 불행의 비결이다.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똑같다. 시기하며 남의 사진과 자랑과 불만을 뜯어보는 것, 남들도 자신에게 그러길 바라는 것은 우정이 아니다. 사실 우정의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 폭소와 따뜻한 포옹, 기쁨, 슬픔, 춤을 주고받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텅 빈 가짜 우정으로 우리의 시간을 장악함으로써 종종 우리에게서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이런 생각을 한 끝에, 나는 해변 별장의 방구석에 쌓아둔 종이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궁금했다. 종이책이라는 매체에 담긴 메시지는 뭐지? 글자가 구체적 의미를 전달하기 전부터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먼저, 삶은 복잡하다.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깊이 숙고할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야 하며, 속도 또한 늦춰야 한다. 둘째, 다른 걱정을 제쳐두고 한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한 문장, 한 문장, 한 쪽 한 쪽을 따라가는 경험은 가치 있는 일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은 깊이 사고해볼 만하다. 다른 이들에게도 우리처럼 복잡한 내면의 삶이 있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17. 밑줄 친 ㉠의 의미를 글쓴이의 관점에서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4점]
① 미디어는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바꾸었다.
② 미디어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규칙이다.
③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매체로서 작용을 한다.
④ 다른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그 미디어의 방식으로 정보를 수용하게 된다.
18. 윗글에 담긴 글쓴이의 생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4점]
① 글쓴이는 소셜미디어들의 메시지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② 책에 담긴 메시지와 소셜미디어에 담긴 메시지는 반대된다.
③ 수년간 전문 지식을 쌓아온 사람의 즉각적인 반응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
④ 타인의 생각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숙고할 때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⑤ 소셜미디어를 하며 어긋나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겉모습이나 남들의 반응에 신경 쓰기 때문이다.
논술형 2. 윗글을 읽고, 조건에 맞추어 물음에 답하시오. [총 10.0점]1) 글쓴이가 소셜미디어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찾아 서술하시오. [6.0점]
<조건>
-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서술할 것.
- 글쓴이가 소셜미디어의 각 매체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서술할 것.
- 매체에서 핵심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을 윗글에서 찾아 각각 40자 이내로 재구성하여 서술할 것.
2)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한 매체와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4.0점]
<조건>
-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서술할 것.
매체와 대안의 이유를 각각 서술할 것.
대안으로 제시한 이유를 윗글에서 찾아 100자 이내로 재구성하여
서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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