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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기 43) 열정 래퍼 학급자치회장의 고백 본문
우리 반 열정 래퍼, 1학기 교육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는 우리 반 자치회장이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급자치회장으로 출마해 당선했다. 열정 래퍼가 출마를 말하지 않았을 때 2명 정도 자치회장을 노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런데 열정 래퍼가 출마를 또 해 볼까 하는 의사를 내비치자 우리 반 자치회장과 부회장 출마 구도는 싹 바뀌었다. 회장은 아무도 출마하지 않고 부회장만 여러 명 후보로 나왔다. 누구도 열정 래퍼와 겨룰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았다. 담임 입장에서는 혹시 저러다 막판에 열정 래퍼가 회장 후보로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으나 그런 일 없이 단독으로 나와 학급자치회장이 되었다.
열정 래퍼는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학교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1도 하지 않으며, 학급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하는 학생이다. 어느 누구와도 사이가 좋았으므로 학급 학생들도 믿고 잘 따랐다. 뒤에서 험담하거나 고자질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 반은 고딩 치고는 많이 순수해서 누가 무슨 좋지 않은 일을 하면 교무실로 쪼르르 달려와서 “샘, 00이가 00해서 00 샘이 불편해하셨어요.” 하는 말을 심심찮게 들으며 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알았다. 지금 당장 부르면 00이가 니네 의심할 테니까 조만간 내가 불러다 상담할게.”라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상담이란 걸 그날이나 다음날 했다. 그 00이들을 불러서 “니가 00샘 시간에 00해서 샘이 불편해하신 거 맞아요?”라고 물어보면 “네, 맞아요. 죄송해요. 00샘이 불편하실 줄 몰랐어요.”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행동 교정을 하기 때문에 고자질이 학급에 해악을 끼치기보다 긍정적일 때가 많았다. 이렇게 고자질을 줄곧 하는 중에도 열정 래퍼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10월 어느 날, 열정 래퍼가 심각한 얼굴로 교무실로 왔다.
“샘, 저 상담할 게 있어요.”
“그래, 여기서 할까, 아님 다른 곳에서 할까?”
“샘과 단 둘이 있는 곳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 이 완벽한 녀석이 나처럼 허술한 사람하고 심각하게 나눌 이야기가 있다니 너무 궁금했다. 학교는 단둘이 대화 나눌 단 한 평 땅도 없는 아주 거지 같은 곳이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다니다 빵자판기 옆에 작은 모임을 하라고 만들어둔, 청소는커녕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구질구질한 공간-그래서 아무도 잘 안 온다-으로 가서 마주 보고 앉았다. 지나가는 애들은 한 번씩 힐끔 쳐다본다.
“무슨 얘기인지 해볼까?”
“샘, 저 지연이 때문에 너무 자존심 상해서 못 견디겠어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오열한다. 너무 놀라서
“왜 지연이가 어쨌는데?”
“지연이가 너무 저를 무시해요. 국어 시간에 모둠 활동할 때도 저보고 그렇게 대충대충 하면 너 학원 샘한테 이른다고 했구요, 수학 시간에는 제가 문제 풀고 있는 걸 보면서 그것도 못 푸냐? 하는데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어요. 국어 시간엔 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대충한다고 비아냥거려요.” 라며 펑펑 운다.
아아! 아니! 이렇게 잘 생기고, 이렇게 행동도 생각도 바르고, 운동도 잘하고, 랩 공연도 무지막지 잘하고, 책임감 빵빵에, 부모님한테 효자고,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친구들한테 좋은 사람이고, 흠잡을 데 하나도 없는 학생한테 공부 잘하지 못한다고 상처 줄 수 있나? 공부가 뭔데? 중학교 때 축구 선수하다 방출된 이후 저렇게 열심히 하면서 잘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더더 나아질 건데! 또 공부 좀 못하면 어떤데? 사람 훌륭하면 되지. 아으~ 가슴이 마구마구 찢어졌다.
다 울기를 기다렸다 말했다.
“난, 니네 엄마가 세상에서 젤 부러워. 너 같은 아들이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 내가 마음속으로만 했던 생각인데, 너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그런 생각 너를 보면서 했었어. 나 거짓말 못 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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