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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생 만화, 박재동 열림원 본문
박재동 글, 그림. 열림원. 12000원
생활국어 1학년 1학기 1단원에 박재동 씨의 글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것인가'가 나온다. 이번 해에는 애들에게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냥 책이 아닌 우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으로. 그래야 애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소개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애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모습이 보였다.
박재동 씨는 답답한 시절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 우리에게 숨통을 틔워준 작가다. 지금 창의적인 생각과 표현 단원을 가르치며 박재동 씨를 생각하며 정말 이 작가야말로 창의력이 번뜩이는 사람이다. 그가 그린 그림판을 보는 게 그 당시 우리의 낙이었다. 그의 번뜩이는 풍자와 해학 정신은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한 판 웃음으로 풀어주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비판적이지만 아프지 않은. 따스한 시선으로 주변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
'인생 만화'도 역시 한겨레 신문에서 '박재동의 스케치'란 꼭지에서 만났던 그림과 글이었다. 그 때도 이 스케치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단원 가르치며 '인생만화'를 소개할 것이다. 애들은 이 스케치에 담긴 박재동 씨의 사랑과 감성과 시대 정신을 다 읽진 못 하겠지만, 주변 미물이나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는 것들에 담긴 그의 따스한 시선을 읽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각이 있다는 걸 직접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이 그의 따스한 시선과 감성에 감동 받았으면 좋겠다. 또한 그의 창의적인 생각에도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
들풀이가 5살 때였나? 그의 강의를 들은 후 "우리 들풀이 좀 그려주세요."했더니 흔쾌히 예쁘게 그려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 그 그림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어서는 옥수수
만화가 오세영 씨가 꿈에도 그리던 집을 마련했다. 경기도 안산, 뒤로는 병풍같은 산, 앞으로는 툭 트여 미끄러져 내려간 밭과 그 아래 마을, 거기서 우리 만화 그림쟁이들이 바베큐 파티를 했다. 왜? 그날부터 우리들은 그림 공부 모임을 결성해서 앞으로 미술해부학 등 그림 공부를 하기로 하고 해부학의 대가인 오세영 씨 집에 모인 것이다. 이희재, 김광성, 석정우, 한제성 씨 등등...
시종 싱글벙글하는 오세영 씨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 난 말이야, 식물들을 그리기는 오히려 도시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 왜냐면 도시 근처는 식물들이 귀해서 그거라도 그리려 애쓰게 되는데 시골은 식물들이 너무 많아 그릴 마음이 오히려 덜 나지 않을까 싶거든
오세영:아, 아니예요. 시골이 더 유리해요. 봐요, 전번에 우리 집 앞에 옥수수가 태풍에 쓰러졌거든요. 아 근데 글세 이놈이 땅에 닿은 부분에서 발을 내더니 일어서는 거예요. 주욱주욱 발을 뻗어가지곤 나중엔 진짜 일어서더라구요. 야, 식물들이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난 말이 막혀버렸다, 옥수수가 발을 내어 쓰러진 자신을 일으킨다.... 난 그 이야기가 늘 잊히지 않고 때로 지치면 옥수수처럼 일어서야지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내가 지칠 때, 혹은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칠 때,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지칠 때 꼭 이 이야기를 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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