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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저, 푸른 숲

나무와 들풀 2016. 6. 18. 11:39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푸른 숲 출판

 

 제목이 반어적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상투적이다. 그리고 정확히 맞지도 않다. 집에 대한 바람이라고 해야겠다. 정확히 말하면 바람도 아니다. 그녀의 집은 세상에서 사투를 벌이다가도 돌아갈 수 있는 곳, 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 쉬고 다음의 출격을 준비하는 베이스 캠프 같은 곳이니까. 굳이 이야기하자면, 소설의 시작에 맞춘 적당히 잘 팔리기를 예상하고 정한 제목이라고 해야겠다.

 언제부터인가 공지영의 글을 읽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우리의 80년대를 팔아먹는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의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배신감처럼 그냥 그녀는 우리의 80년대를 우롱하며 글로, 말로 팔아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느끼거나 말거나 그녀는 책을 그 후로도 많이 썼고, 나는 주변인이 다 읽은 책을 아직 안 읽은 채로 지냈다.

 그 후로 몇 년? 이번에 나온 도가니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지영의 소설을 읽기로 했다. 내까짓게 그녀의 소설을 읽던 말던 그녀는 개미 한 마리 지나간 것 같은 흔적도 못 느끼겠지만 나도 책 읽는데 나의 고집이 있다. 책 한 권 내 마음대로 못 골라 읽냐 하는 그런 고집.

 잘 봤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지만, 세상 존재하는 글 중에 글쓴이의 경험이 안 들어가는 글이 어디 존재하나? 다 글쓴이가 경험하고, 보고, 느낀 것이지. 물론 이번 소설엔 자신의 경험이 어느 소설보다 많이 들어갔겠지. 그거야 당연하겠지. 일부러 작정하고 쓴 것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애들 이름마저 그렇고.

 새로운 가족을 모색한 시도는 신선했고, 사실적이었으며, 요즘 세태에 필요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흔들이는 가족 관계에서 갈등하는 애들이 있으면 권해줄만한 책으로 정리했다.

 읽는 동안 정말  많이 공감이 갔고, 들풀이한테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 '자전적이지만, 소설일 뿐.'이라고 적어둔 건 사족이다. 누가 소설이 지어낸 것이라는 걸 모르나? 아니 그렇게 변명할 거면 이 소설을 왜 썼나 싶다. 그리고 지어낸 거라고 밝히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나? 그냥 독자들이 알아서 받아들이도록 하면 되지. 작가가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독자의 감상에 끼어드는 건 독자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비둬. 독자 마음대로 상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