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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저, 창비

나무와 들풀 2016. 6. 18. 11:35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지음, 창비, 8500원

 

 소설을 지은 사람들의 사진이 자꾸 젊어지는 걸 보면 내가 적당히 늙은 것이렸다.

 위저드 베이커리, 지난 겨울 방학 무렵부터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 주고 사보고 싶지는 않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거 빌려 보고 싶었는데 그 땐 아주 신간이라 도서관에 없었다. 그래서 주문을 했다. 창비문학상을 받은 거면 문학적으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것이란 심증하에. 내가 먼저 읽어 봐야 애들한테 권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 학교 애들이 그 동안 돌려가며 좀 읽었는지 내게도 차례가 올 수 있도록 도서관에 꽂혀 있었다. 이걸 읽는데 그제는  들풀이가 흘끔거리며 봤다.

 "왜? 읽고 싶어?"

 "신문 선전에서 봤어. 그래서 읽고 싶었어."

 "신간이라 니네 학교 도서관엔 없을 수도 있어. 이건 나오자마자 내가 우리 학교 도서관에 구입 요청한 거라 우리 학교엔 있거든. 다 읽고 빌려 줄게."

이런 대화를 들풀이랑 나눴다.

 다 읽고 난 후, 애들한테 권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는데 그냥 권해지 싶다.

 한 인간의 성장 소설로, 애정이 없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마음을 몹시 친절하고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정말이지 이런 애들 학교에서 한 두 명은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를 교사들은 모른다. 설혹 안다고 해도 교사들이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답답한 상태인 경우는 알고 보면 100%다.

 그럴 땐? 책이나 읽으라고 해야지.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글읽기. 나도 어린 시절 그랬으니까.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땐 이런 류의 책들이 좋다.  책을 읽는 동안 현실을 잊고, 자신의 아픔을 소설의 주인공의 아픔과 비교하며 나는 그보다 덜 하다고 자위하며 스리슬쩍 현실을 타넘어가기에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 지금도 이런 류의 소설들은 현실의 아픔을 마취시키고, 이 정도면 여기에 나오는 인간들보다는 낫지 하면서 다시 일어서게 하기도 한다.

 마술사의 빵집. 상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비현실적인 부분이 어쩌면 진실일 수도 있는, 예를 들면 시간을 되돌려주는 머랭 쿠키는 마술사조차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의 쫌쫌한 짜임들, 그 짜임을 나 혼자서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 이런 놀라운 섬세함의 발견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바라기만 하지 그 바람이 남에게, 또는 세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의 깊이에 조금 감동을 받았다.

 애들아, 환타지 소설을 읽으려거든 차라리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어라. 이렇게 말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