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8일 금요일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볼리비아를 떠나 칠레로 들어간다는 희망에 부풀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핫케익과 커피로 해결하고 차를 탔다. 7시 30분에 차를 타고 칠레 국경으로 갔는데, 분쟁 때문에 이날 일정이었던 노천 온천도 못하고 하루 종일 차만 타야 했다.
원래는 노천 온천을 하면서 차를 2시간 정도만 타면 칠레 국경을 넘어 아따까마로 가는 것이었는데 불리비아 내전 때문에 우리는 한 7시간 차를 타고 볼리비아 밑으로 갔다가 다시 칠레의 위로 올라와서 아따까마까지 내려갔다. 일정대로 가면 5-60키로만 가면 될 것을 300키로도 넘게 차를 탄 것이다.
볼리비아의 길은 정말 길이 아니다. 그냥 사막 한 가운데를 차로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돌덩이를 넘고, 진흙을 지나가는 울렁거림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 할 것이다. 그런 길이 없으니까.
우리는 볼리비아 국경으로 가면서 호수를 보았다. 볼리비아에서 마지막으로 본 호수가 에디욘다 호수로 플라멩고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호수라 했다. 여기서도 화장실은 5볼리비아노였다. 화장실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말로는 5볼리비아노였지만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데서 플라멩고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플라멩고들이 나는 모습을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새들이 날 때는 그냥 날개짓을 하면 날 수 있을 것 같지만, 비행기와 똑 같이 난다. 플라멩고들이 날 때 물 위로 비행기가 활주로를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이륙하는 것처럼 물에서 전속력으로 뛰다가 날아올랐다. 처음엔 발이 물 속에서 달리기를 시작하지만 속력을 내면서 물 위로 뛰어가는 발이 보인다. 무협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물 위를 뛰는 신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새들이 나는 것은 무척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이라 철새들을 구경할 때 될 수 있으면 조용히 해서 철새들이 날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 속력을 내야 날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디욘다 호수를 본 후 국경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차를 타고 가며 보는 볼리비아의 자연은 웅장함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에 보았던 자연도 그랬다. 보이는 것 모두가 거대했다. 관광 명소가 아닐 지라도 거대한 바위와 산들과 돌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관광은 차를 타고 가면서 그런 것들을 보면 된다. 그러다 마음에 들면 차에서 내려 자세히 보는 것이다.
국경에 다다른 우리는 볼리비아 출국 신고를 하고, 칠레에 입국 신고를 했다. 볼리비아 출국 신고를 한 후 버스를 타고 3분 정도 가서 그 옆에 있는 칠레 입국 심사대에서 심사를 받았는데 입국 심사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사람들의 트렁크를 모두 열어서 내용물을 다 확인하더니, 나중에는 사람들이 많았서인지, 검사한 짐들이 너무 평범한 옷가지와 빨래감이어서 그런지 검사하지 않고 통과해 주었다. 처음 순서였던 사람들이 몹시 기분 나빠하였다. 그래도 공항에서 신발까지 벗어야 하는 USA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출국을 하며 볼리비아 사람들의 낙천적이고 즐거운 전형적인 성격의 알베르또와 작별 인사를 하고 칠레 버스를 탔다. 칠레만 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란 희망으로 부풀어 있던 우리는 버스 회사의 착오로 다른 나라 여행객들과 섞여 타게 되었다. 그런데 버스 회사에서는 한 달을 여행하는 우리의 짐을 생각하지도 않고 25명이라고 25인승인 가운데 머리받침도 없는 임시 의자를 펴는 버스를 보냈다. 짐은 우리만 많은 것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우리와 다름이 없이 크고 무거웠다. 게다가 우리가 그런 사태에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약삭빠른 서양인들이 얼른 버스에 올라 가운데 의자를 피해 양옆 좌석으로 앉아버리는 바람에 우린 무지 억울한 심정으로 버스 회사에 항의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이며 양옆을 일방적으로 차지한 서양인들에게 눈만 흘기며 투덜댔다.
다행히 우리의 팀장인 루피가 서양인 여행객 세 명을 다른 버스로 보내서 빽빽이 앉아서 6시간을 오는 고통은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일행 중에는 가운데 임시 의자에 앉아서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다행히 양옆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내가 앉은 의자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바퀴 바로 위라 다리를 펴지도 못 하고 쪼그리고 앉은 형태로 그 긴 시간을 버스를 타야만 했다.
이렇게 칠레 국경을 넘으면서 버스 때문에 칠레에 대한 인상이 몹시 나빠졌다. 그리고 동시에 칠레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기대도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쉬었던 주유소-구리광산이 유명해서 광부들이 많이 산다는 곳이었는데, 집들이 볼리비아하고는 비교되리 만큼 깨끗하고 좋고 한 마디로 비싸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선전하는 문구에 적어 놓은 1400 페소가 넘는 단위를 보고 볼리비아와 물가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칠레는 참 긴 나라였다. 국경에서 쉬지 않고 3시간을 달려야 겨우 마을이 나타났다. 3시간 동안 버스로 아무리 달려도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만이 보였다. 칠레는 그렇게 길고도 넓은 나라이면서 쓸모 없는 땅이 많은 나라였다. 그렇지만 볼리비아의 자연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사막이 이어졌지만 돌덩이로 이루어진 사막은 아니었으며, 간간히 풀들이 보이며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이거나 풀과 꽃들이 핀 사막이었다.
사람들도 달랐다. 인디오는 거의 보이지 않고, 백인들 혹은 혼혈인일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칠레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인디오들을 다른 곳으로 밀어내고 백인들이 산다고 했다. 그래서 페루나 볼리비아에서처럼 인디오들이 보이지 않았다.
< 볼리비아의 국경일 것 같다. 칠레에서 볼리비아 쪽을 찍은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