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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간다 27 - 칠레, 달의 계곡에서 일몰을 보다 본문
2013년 1월 19일 오후
칠레 달의 계곡에서 일몰을 보다.
여기의 가이드는 아따까마 마을의 관광 가이드로 영어를 스페인식으로 발음을 했고, 주로 그 발음을 들풀이가 알아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가이드가 아예 들풀이게만 설명을 하고 들풀이가 우리에게 다시 설명하도록 하였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외고도 아닌 예고 영어 시험에서 50점대를 받는 들풀이가 외국에 나가니 우리 중에 가장 영어를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영어 발음에 대한 선입견 없이 들으면 되나? 그렇지만 ‘투모주’를 ‘투머로우’로 알아듣기는 어려웠고, 그걸 들풀이는 신기하게 알아들었다.
우리는 소금산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거대한 소금 동굴을 통과하고, 또 버스를 타고 동굴을 들어가서 개인별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공룡의 머리와 기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 바위를 보았다. 그러면서 볼리비아에서 긴 시간을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본 스톤트리보다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 사진을 찍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가서 거북이 모습을 한 산을 보았다. 거기에서 가이드는 코끼리와 늑대를 보여준다고 해서 걸어가는데, 도중에 가던 길을 멈추고 산에서 들리는 소리를 귀기울여 들어보라고 해서 귀를 기울였다.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한 상태에서 귀를 기울이니 ‘딱딱’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바위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였다. 소리만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바위가 갈라져서 떨어진다고 했다. 가이드는 그런 소리를 하면서 태연하게 우리에게 그 밑을 지나가게 했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코끼리와 늑대가 있다고 해서 보았는데 모두들 웃음이 빵 터졌다. 그 거대한 자연을 가진 그들이 코끼리와 늑대라고 하면 산 전체가 그런 모습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거대한 바위 덩어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가방 크기의 동물 모양이었다. 사실은 코끼리와 늑대는 이방인인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산 전체가 코끼리로 보이고 늑대 얼굴로 보이는 바위도 있었는데 그렇게 작은 것에서 그런 동물을 보는 그들에게서 삶의 위트와 쉼을 보았다고 할까? 어쨌거나 좋게 해석하기로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의 계곡이 다 보이는 높은 곳으로 갔다. 갑자기 바람이 엄청나게 일어났는데 제주도의 바람보다 더 세게 부는 것 같았다. 달의 계곡은 과연 칠레가 자랑할만 했다. 규모나 모양이나 세상 어느 곳에 그렇게 멋있고 웅장한 곳이 있을까 싶었다.
그 후 우리는 일몰을 보러 갔다. 그곳의 일몰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것 같았다. 많은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 계곡의 벼랑 끝에서 산 너머로 지는 일몰을 기다렸다. 해는 뜨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빨갛고 예쁜 해가 서쪽 하늘에서 지지 않을 듯이 애를 태우더니 바로 뚝 떨어져버렸다. 그 순간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인간의 감성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일몰의 순간에 가져갔던 아우스랄을 마시고 저녁으로 삶은 계란과 복숭아를 먹고 사람들과 반갑습니다를 부르고 왔다.
일몰을 지켜보는 순간 우리 앞에는 한 쌍의 칠레 연인들이 끌어안고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몰보다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들풀이는 일몰보다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향수를 달래기 위해 낮에 산 오이로 오이무침을 했다. 오이무침은 간단하다. 오이와 양파, 고추를 썰고 가지고 간 고추장에 무친 후 레몬으로 신맛을 내면 된다. 이렇게 만든 오이 무침은 영미를 비롯한 승진 등 우리 젊은 아가씨들의 환호와 칭찬을 받았으며 좋은 안주가 되었다.
기도하는 바위
늑대
제주보다 심한 바람
일몰과 연인
나이 들면 사랑도 소용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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