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나무

남미에 간다 28 - 칠레, 끝에서 끝으로 (아따까마에서 아레나스로) 본문

여행

남미에 간다 28 - 칠레, 끝에서 끝으로 (아따까마에서 아레나스로)

나무와 들풀 2016. 6. 20. 13:04

칠레 끝에서 끝으로 (아따까마에서 아레나스로)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버스를 타고 깔라마 공항으로 이동했다. 1년에 3일 정도 비가 온다는 아따까마는 전날 우리가 달의 계곡을 갔을 때 비가 왔다고 한다. 그래서 왕창 빨아 널어놓은 옷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검정 반팔 티셔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르헨티나에 오니 없어진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이날 루피와 주인장이 헐레벌떡 걷은 옷 틈에서 생각이 안 나 못 찾은 것 같다.
이 호텔의 주인 아가씨(아줌마인지, 일꾼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봐선 주인장인 듯!)는 참 부지런했다. 틈만 나면 쓸고 닦고, 그래서 호텔이 화장실이나 욕실을 함께 쓰는 다인실이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있고, 아늑한 이 곳 여관이 더 났다는 생각을 했다.
일 년 내내 건조한 지역이라 그런지 잠자리나 방이 뽀송하고 쾌적하다. 이불도 무겁지 않았고, 냄새도 나지 않으며, 방도 크지도 않아 오히려 안정감이 있다. 흙집의 매력이 이런 것인가 보다. 몸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1시간 조금 넘게 졸면서 오니 깔라마 공항이다. 루피가 표를 주는데 2장이다. 비행기는 세 번 타는데 두 장이어서 궁금했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비행기를 탔는데 2시간 정도 걸려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산티아고는 칠레의 수도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항이 공항다웠다. 스넥 코너와 면세점이 있었고 스타벅도!도 있었다. 유나이티드의 다국적 기업이 반갑다는 게 신기했다. 다국적 음식기업에 길들여진 국제 표준의 입맛이 낯선 곳에서 적응 못하는 혀를 달래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와 요플레를 먹고 다시 뿐따 아레나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 안내지에는 점심으로 기내식이 표시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특별히 점심을 준비하지도 않았고, 산티아고에서 점심으로 스낵을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레나스 행 비행기에서는 산티아고 행 란 항공이 준 스낵이 그대로 또 나왔다. 내심 기내식을 기대한 우리는 실망과 배고픔, 비행 멀미로 속이 울렁거렸다.
우리가 탔던 깔라마 공항에서 아레나스 공항까지 세 번의 비행은 모두 다 란 항공이었다. 그런데 그 세 번 중에는 한 번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에서 내려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다시 란 항공을 타서 뿌에르또 몬뜨에서 잠시 착륙해서 내릴 사람 내리고, 아레나스 갈 사람은 그 비행기에 그대로 있고, 몬뜨에서 아레나스 가는 사람은 타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산티아고에서 앉은 자리에 그대로 앉은 사람도 있고, 몬뜨에서 다시 새로운 자리로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 세 번의 비행 중 기내식이 한 번은 음식다운 음식이 나올 줄 알았으나, 세 번 다 똑같은 스낵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세 번째 스낵은 두 번 제공한 스낵과 똑같은 것과 견과류 중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이렇게 비행기만 6시간 정도를 탄 우리는 배고픔에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그래서 아레나스 공항에 내리자마자 스낵바로 달려갔는데, 햄버거가 하나에 6000원 정도나 했다. 그러나 딱딱한 빵에 짠 맛의 고기에 화가 벌컥 났다. 다행히 우리의 다국적 기업 코카콜라 컴퍼니에서 만든 코가콜라가 이 모든 맛을 없애 주었다.
배고픔은 따뜻한 음식으로만 풀 수 있다. 빨리 숙소로 가서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으나 란 항공에서 우리 일행의 가방을 망가뜨리는 바람에 항의하고 배상을 받느라 1시간 정도를 지체하고, 또 나탈레스로 이동하는 버스도 공항의 주차장에서 주차권을 인식하지 못해 사람을 부르고, 기다리고 하면서 1시간 정도를 지체하는 바람에 7시 정도에 출발했다. 그러나 이 지역이 극지방과 가까운 탓에 밖은 서너 시 정도로 밝았다. 백야 현상이었다.
버스로 세 시간 반 정도 이동했는데, 창밖은 그 동안 보았던 거친 사막이 아닌 풀과 나무가 있는 멋진 풍광을 보면서 왔다. 10시 30분쯤에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방을 배정받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 칠레는 정말 해산물이 유명한 나라 맞았다. 하루 종일 음식에 대한 욕구를 참느라 고생한 우리는 루피가 시켜준 해산물 스프에 그만 칠레에 대한 나쁜 감정이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신선한 조개와 멍게, 생선살의 국물은 그 이전 나라에서 먹은 이상한 맛의 향신료에 경기를 일으켰던 우리의 입맛을 보상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온 소고기 스테이크와 조기와 같은 맛의 생선 튀김과 으깬 감자, 모두 모두 맛이 있었다. 기쁜 마음에 아우스트랄과 함께 맛있게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참 이상한 것은 11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레스토랑에는 식사를 하는 가족들이 북적거렸다. 내일 어떻게 출근하고 일을 할지 참 궁금했다.

< 칠레의 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