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
2013년1월 5일 11시 50분에 안준상이 들풀이와 나를 태우고 안의 집으로 갔다. 남미로 떠나는 날, 우리 점심을 사주고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였다. 12시 조금 넘은 시간, 전날 방학을 아직 하지 않은 학교를 내팽개쳐 두고 남미로 떠나는 미안함을 어찌 할 수 없어 학교에 떡을 돌리고 떡값과 식혜값을 외상으로 하는 바람에 남미로 가는 도중에 장곡동의 가게에 들러 외상값을 갚았다. 말은 이렇게 값았다고 하지만, 현금과 카드를 들고 안성영은 떡집으로 나는 현대직판장으로 뛰어서 해결하였다. 그리고 안선영 친정 동네에서 해물 칼국수와 파전에 처음처럼 한 병을 깠다. 진정한 여행의 시작은 소주에서 시작된다. 릴렉스, 일상에서 떠난다는 것은 긴장 빼기이기 때문이다.
약속한 1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임정아 샘만 빼고 15명이 다 와 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짐 부치고, 로밍하고 4시 30분에 비행기에 올라 드디어 남미 여행길에 올랐다. 이렇게 준비하지 않고, 일상에 묻혀 살다가 전날 한 달 동안 소주맛 못 볼 것이라고 안준상과 안선영하고 소주 왕창 마시고 떠나는 날 짐 꾸리고 떠나는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모르겠다 여행'이니 말이다. 살면서 한번쯤은 가고 싶은 나라인 페루, 칠레, 브라질 등을 기회가 왔을 때 아니면 언제 가랴 싶어 질른 여행이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계획이고 공부고 뭐고 팽개치고 혁신학교에 미쳐 살다가 어느 날 전기가 '팍'하고 나가듯 가는 여행이다.
비행기에 올라 10시간 동안 LA로 이동하며, 기내식인 저녁과 간식으로 피자를 먹고, 자다 깨다하다가 한국 영화 '점쟁이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니 어느덧 LA에 도착하였다.
약간 시건방진 입국심사원들의 심사를 받고, 공항으로 오니 페루의 리마로 떠나는 란 항공에 문제가 있어, 12시에 떠나기로 했던 비행기가 6시에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항에서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 후 란 항공에서 마련해준 호텔에서 머물면서 항공기 소식을 듣기로 했다.
호텔로 데려다주는 셔틀 버스 타야 하는데 버스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남미만 느린 게 아니라 USA도 만만치 않게 느리다.
1시간을 기다린 끝에 무슨 사우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한국의 특급호텔 같진 않았지만 아주 아름답고 시설이 좋았다.
호텔에서 우린 샤워도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뜻하지 않은 미국의 정취를 즐겼다.
호텔에서는 저녁 식사로 생선과 구운 감자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기다리다 란 항공에서 직원이 호텔로 와서 8시 30분 비행기라고 해서 우린 급하게 짐을 꾸려 다시 공항으로 갔다.
저녁 8시 30분의 란 항공을 탔지만 비행기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다 어쨌거나 페루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또 10시간을 보내면서 아주 미치는 줄 알았지만 시간은 화가 나나, 기다리다, 그냥 있으나 흘러가는 것이라 우린 6일 아침 8시에 페루의 리마에 도착을 했다.
여행사의 안내자가 우리와 함께 인천공항에서부터 여행을 같이 하기로 했다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계획이 변경 되어 우리끼리 페루에 오니 드디어 다른 안내자가 우릴 기다린다.
역시 여행은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린 여행사에서 예약해둔 호텔에 들어왔다. 날씨는 덥고, 길가에 온갖 꽃이 피어있으며 매연이 대단해서 공기가 나쁘지만 여기가 여딘가! 페루 아닌가! 무사히 오게 된 사실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