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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칼럼> 놀아야 산다. 본문
놀아야 산다.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27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가 지난 3년 동안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에서 시흥혁신교육지구의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을 했다. 이제 학교로 복귀하는 시점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등이 아파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전혀 없었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유 없이 무작정 아프기만 하고, 누울 수도 없어 잠도 못 자고, 언제 나을 지 기약 없는 아픔은 두려움마저 자아냈다.
결국 한의원의 치료를 포기하고 대체 의학으로 전환했다. 그곳에서 진단한 원인인 즉, 3년 동안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생활이 허리 중추에서 엉덩이를 거쳐 대퇴로 이어지는 4개 근육의 불균형을 가져왔으며, 그 불균형이 등쪽의 아픔을 야기시켰다는 것이었다.
아! 결국 너무 열심히 앉아서 일했다는 이야기였다. 화장실도 자주 다녀오고, 왔다갔다 하고, 점심 먹고 산책도 했으면 이런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었겠지.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시대
호이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하였다.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인간에 대해 내린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정의다. 지금 시대 호모 루덴스를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아마도 호모 에코노미쿠스일 것이다. 한창 일해도 모자랄 시간에 놀기만 하니 얼마나 얄밉고 짜증날까?
그런 마음은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무더운 여름 햇빛이 쨍쨍 내리쬘 때 개미는 열심히 먹이를 모았다. 베짱이는 먹을 것이 많은 그 시절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며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러다 추운 겨울이 와서 먹을 것이 없어지자 결국은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가 개미네 집에 가서 따뜻하게 환대를 받으며 먹이를 얻어먹는다는 줄거리다. 이 우화의 교훈은 부지런히 일 해야 나중에 행복하게 살 수 있다이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있었으며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였다. 이 논리에 어느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시흥시 도서관에서 놀라운 그림책을 발견했다. 프랑스아주 사강이라는 사람이 쓴 ‘거꾸로 읽는 개미와 베짱이’에서 겨울 동안 열심히 먹이를 모은 개미가 여름이 오자 들끓는 파리와 벌레떼로 고민을 하다 베짱이에게 먹이를 대출해 달라고 간청을 한다. 그러나 베짱이는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개미에게 싸게 팔라고 권유를 한다. 그러면서 ‘왜 쓸데없이 겨울 내내 일했냐“고 조롱한다.
성실, 근면이 미덕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실로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겨울 내내 뭘 하신 거죠?”
“먹을 것을 모았다고요? 대단하네요. 그럼 이제 싸게 팔면 되겠네요.”
겨울 내내 남들 놀 때 열심히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남들 놀 때 안 놀고 뭐 했냐는 말, 그렇게 일한 너의 노력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는 말. 그러니 일하지 말고 놀라고 말. 호모 루덴스와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대결에서 호모 루덴스의 통쾌한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동화처럼 과연 호모 루덴스가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이길 수 있을까? 이미 현실은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바람직한 인간’이며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고,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게으르고 미래에 대한 대책이 없는 한심한 사람으로 양분화 되었다. 그렇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를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가, 그렇게 하면 미래에 행복은 반드시 오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우리 선조들의 삶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시조이다. 가을 밤 강가의 물이 찬데 낚싯대를 드리워도 고기는 물지 않는다.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다 날이 춥고 하니 빈 배를 저어오지만 내 배엔 달빛이 가득하다. 이 시조에는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속상하다거나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무엇인가를 취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거기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고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의 생활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삶을 고귀한 선비의 생활이라 여기고 실천했다. 왕이 될 수 있었지만 당시의 정치 상황 때문에 동생이 왕이 된 상황에서 세상 그 어떤 것에 욕심이 없는 마음이 그를 왕위에 관련된 사건에 얽히지 않고 살 수 있게 한 것이겠다.
인간이 놀지 않고 일만 하면 살 수 없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해 결국 죽거나 이상이 생길 것이다. 인생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공부한다면, ‘열심히, 파이팅’보다는 ‘적당히 하고 놀아’가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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