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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2019년 장곡타임즈) 본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시흥행복지원센터 박현숙
시를 쓸 때 어려운 일 중 하나는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빗대어 표현하는 일이다. 그래서 잘 쓴 시들을 보면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한 경우가 많다.
교실에서 시 쓰기를 할 때 교과서의 시들을 보여준 후 시 창작을 하게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떻게 해요?”, “못 하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를 보고 ‘너도 이렇게 써봐!’라고 하는데, 어느 누구가 ‘음! 난 할 수 있어!’하면서 덤벼들 수 있겠는가?
J는 수업 시간에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협력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은 모둠으로 앉아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하고 친구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해야 하는데 말을 하지 않고 늘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과목 숙제를 한다거나, 머리를 빗는다거나 하면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는 아이었다. 책상 위에는 국어책과 활동지, 필기구와 공책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활동지는 수업이 끝날 무렵엔 항상 채워져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J와 같은 모둠인 아이들은 처음에는 J의 생각을 들으려고 “네 생각은 어때?”하고 묻고 대답을 기다리다 마냥 시간이 흐르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고 나선 J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이 J에게 생각을 물어보면 J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구들이 눈길을 거둘 때까지 미소만 지었다. 처음엔 J를 인정하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대답이 안 나올 것이란 것을 알게 되자, 그의 미소만을 인정하고 그러다 나중엔 J를 잊었다. 네 명이 앉아 있어도 세 명이었다. 협력이 많이 필요한 과제일 경우엔 심지어 “우리 모둠은 세 명이라 다른 모둠보다 어려워요.”라고 했다. 내가 “네 명인데 무슨 소리야?”라 물으면 애들은 배시시 웃으며 “아! 샘도 아시면서.”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도 J는 웃기만 했다.
어느 날 짓궂은 남자 아이가 큰 소리로 “선생님! 혹시 J가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닐까요?”했을 때, J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가 “아니야. 집에 가면 말해. 그리고 2반 S하고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짓궂은 그 녀석은 “J야, 미안~”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나도 궁금했던 바였다.
시 수업. 시를 짓기 위해 우리는 화단을 관찰했다. 5월 학교 화단이 가장 예쁠 때 구석구석을 관찰하다 보면 자신이 마음에 남는 풀, 꽃, 나무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객관적 상관물로 하여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하고 싶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운율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시 쓰기 수업. J도 화단 관찰 활동지와 필기구를 들고 화단을 관찰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조잘대며 하고 있는 작업을 J는 아무 말 없이 떠드는 친구들 얼굴을 바라보기도 하며 활동을 하고 있었다,
며칠 후, 화단 관찰에서 만난 ‘상관물’과 자신의 감정을 연결한 후 시를 쓰는 작업이 끝나고 모둠에서 돌아가며 자신이 쓴 시를 발표하고 친구들의 감상을 듣는 시간이었다. 당연히 J의 활동지는 백지일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다. 객관적인 사실은 활동지에 적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은 단 한 번도 표현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둠 친구들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걸 듣고 감상을 말하는데, 그 짓궂은 녀석이 J의 활동지를 흘낏 보더니 소리를 쳤다. “선생님! J가 시를 썼어요.” 순간 교실 안 아이들의 눈길이 모두 J에게 쏠렸다. “뭐라고? J가 시를 썼다고?”
나는 얼른 J에게 다가가 활동지를 보았다. 거기엔 분명 몇 줄의 글이 적혀있었다. 가까이 대고 읽어보았다. 그런데 너무 많이 흘려 써서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 짓궂은 그 녀석이 활동지를 빼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읽더니 “아! 알겠다. 읽을 수 있다. 오~~~ 야!” 하더니 킥킥 웃다가 “근데 잘 썼어.”했다. 그리고 J를 바라보며 “내가 읽어도 돼?”하고 물었다. 반친구들이 J를 간절하게 쳐다보며 “읽게 해줘.”했고, J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제목 꽃, 지은이 J”
“나도
꽃처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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