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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타임즈 칼럼> 선생님도 드실래요? 본문
장곡타임즈 칼럼에 쓴 교육수필이다.
선생님도 드실래요?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를까? 그 녀석들이 옆에 서 있을 때, 엎드려 무엇인가를 할 때 햇살이 얼굴에 비치면 보송보송한 솜털이 빛난다. 여학생보다 많이 어려서 같은 또래라고 보기가 어렵다. 한 반에 같이 있으면 누나들이랑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 1학년 담임을 할 때 일이다.
퇴근을 하려고 나서다가 문득 우리 반 교실이 보고 싶었다. 1층 복도 끝이라 종종 퇴근길에 들러서 한 번 훑어보고 가는 일이 있었다.
그날도 텅 빈 교실을 생각하며 교실에 들어서려는데, 앞쪽 출입문의 열쇠가 벗겨져 있었다. 누가 있나 싶어 유리창으로 확인을 하는데, 예닐곱 명의 남학생들이 교실 한 쪽 책상에 동그랗게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교실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얘네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지 하는 생각도 났다.
야한 만화나 잡지를 함께 보고 있나? 아니면... 온갖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일단 그 아이들이 무엇을 했건 그건 이후에 내가 할 일이고, 우선은 얘들을 깜짝 놀래키고 싶었다.
문을 소리 나지 않게 살며시 열고, 발자국 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다가갔다. 내가 그러는 동안에도 애들은 여전히 머리를 맞대고 무엇인가에 집중해 있었다. 거의 다가간 순간 “왁!”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모여 있던 아이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잠시 침묵. 조금 기다리자 한 녀석이 잠시 생각하더니 씩 웃으며 무엇인가를 건네며 말했다.
“선생님도 드실래요?”
‘아니, 뭐지? 야한 잡지가 아니었나?’ 하는데 녀석이 내민 손엔 막대 사탕 하나가 들려있었다.
아! 순간 사태 판단이 들었다. 집에 가려고 하는데, 어느 녀석의 바지춤에 막대 사탕이 하나 들어있었겠지. 먹고 싶은데 하나 밖에 없고, 한 명에 하나씩 살 돈은 없고, 만약 산다고 해도 사서 다시 교실로 오는 것도 그렇고, 그렇지만 다 같이 먹고는 싶고. 그래서 막대 사탕 하나를 까서 한 사람씩 입에 넣고 사탕의 달콤한 맛을 느낀 후, 옆 사람에게 넘기고...
그런 모습을 밖에서 볼 때 불 꺼진 교실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무엇인가를 하는 것처럼, 특히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니까 야한 잡지? 만화잭?이라는 상상까지 간 것이었다.
사탕 하나를 한 바탕 돌려먹고 있는데 담임이 나타나자 순간 어떡하지 했다가 내게도 합류할 것인가를 ‘선생님도 드실래요?’로 타진한 것이다.
그 아이들은 잠시나마 오해한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아냐, 너희들 맛있게 먹어.” 했는데, 다른 녀석들이 그 녀석에게 “야! 선생님이 그걸 드시겠냐?” 했다.
그 녀석은 “엄마가 먹는 것은 다른 사람과 같이 나눠먹으랬어.”라고 친구들에게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오래 전 기억인데도 나는 가끔 이 장면이 기억난다. 그리고 내가 “야! 니네 뭐해?”로 접근하지 않았던 것을 몹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내가 “왁!”이 아니라, “야! 니네 뭐해?” 했다면, 그 녀석은 엉겁결에 손에 든 것을 숨겼을 것이고, 나는 꺼내보라고 추궁을 했을 것이고, 녀석은 끝까지 안 보이려고 하다가 “교무실로 올라와!”로 이어지고, 교무실에서 나머지 녀석들을 줄 세워놓고(혹은 꿇어앉히고?) 손에 숨긴 녀석을 집중 추궁하다가 결국 손에서 나온 것이 막대사탕임을 알았을 때! 알았을 때! 아~~~ 나는 개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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