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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맞는 비' 선택형, 논술형 문제 본문

학교/수업일지

'함께 맞는 비' 선택형, 논술형 문제

나무와 들풀 2024. 12. 5. 11:44

 최종 수정된 문제가 아니지만, 기록을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8~11, 논술형1]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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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칫솔 한 개를 베푸는 마음도 그 내심을 들추어보면 실상 여러 가지의 동기가 그 속에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겪어서 압니다. 이를테면 그 대가를 다른 것으로 거두어들이기 위한 상략적(商略的)인 동기가 있는가 하면, 비록 물질적인 형태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으나 수혜자 측의 호의나 협조를 얻거나, 그의 비판이나 저항을 둔화시키거나, 극단적인 경우 그의 추종이나 굴종을 확보함으로써 자기의 신장(伸張)을 도모하는 정략적(政略的)인 동기도 있으며, 또 시혜자라는 정신적 우월감을 즐기는 향락적(享樂的)인 동기도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동기에서 나오는 도움은 자선이라는 극히 선량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은 조금도 선량한 것이 못됩니다. 도움을 받는 쪽이 감수해야 하는 주체성의 침해와 정신적 저상(沮喪)이 그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가에 대하여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자기의 볼일만 챙겨가는 처사는 상대방을 한 사람의 인간적 주체로 보지 않고 자기 환경이나 방편으로 삼는 비정한 위선입니다.

() 이러한 것에 비하여 매우 순수한 것으로 알려진 동정이라는 동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발로로서 고래(古來)의 미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동정이란 것은 객관적으로는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인정주의의 한계를 가지며 주관적으로는 상대방의 문제해결보다는 자기의 양심의 가책을 위무(慰撫)하려는 도피주의의 한계를 갖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정은 동정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정하는 자의 시점에서 자신을 조감(鳥瞰)케 함으로써 탈기(脫氣)와 위축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이 점에서 동정은, 공감의 제일보라는 강변(强辯)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공감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값싼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중략)

() 사람은 스스로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프랑스의 문인)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신영복, ‘함께 맞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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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3]

베푸는 사람의 내면에 여러 가지 동기가 있으면 위선이다.

자선이든 동정이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행위가 될 수 없다.

베푸는 마음이 상대의 협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본질적으로 선량하지 않다.

동정은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지만 상대방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므로 공감과 다르다.(0)

동정을 받는 자는 베푸는 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에 베푸는 자 앞에서 위축된다.

 

9. ㉠~의 문맥적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7]

① ㉠ : 물질적인 계략을 가진

② ㉡ : 정치적인 의도를 지닌

③ ㉢ : 해악을 끼치는 것(0)

④ ㉣ : 위로하고 달래려는

⑤ ㉤ : 기운을 빼는 것

 

10. ()~()에서 말하는 돕는다의 의미를 탐구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3.9]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돕는다면 괜찮은 것이군.(0)

도움을 받는 사람이 처한 어려움을 돕는 사람도 같이 느끼며 행동하는 것이군.

가르치는 행위와 같은 것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군.

돕는 사람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강변하지 않고, 순수하게 베푸는 것이군.

순수한 마음인 측은지심에서 발휘되어야 받는 사람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는 것이.

 

 

논술형1.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0.0]

자살은 없다. 타살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살을 받아들인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 존중이 그를 죽음으로 몬 이들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살아 있는 자는 함부로 죽음을 이야기해선 안 된다. 그러나 오늘 나는 말하기로 했다. 그 죽음의 가해자를 찾아 고발하기 위해서다.
죽음을 비난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이란 말 뒤에 숨는 이들을 경계하라. 그중에 가해자가 있다. 죽기 전에 우울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으랴. 먼저 떠난 것이 우울증 때문이라고 하는 이들 또한 가해자다. 40분마다 1, 하루 38, 한해에 14천명이 자살하는 나라, 14년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죽음에 내몰리는데도 우울증 상담 외에는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못 만드는 정부가 가해자다.
다른 가해자는 민생을 외면한 채 금배지 달기에만 혈안이 된 국회의원들이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이야기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도덕적 해이를 외치는 이들이 가해자다. 이들을 잡아야 죽음이 멈춘다.
그러나 이 모든 가해자에게는 공범이 있다. 그런 정부, 정치인이 저지르는 이런 폭력에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자, 쉽게 잊는 자, 무엇보다 자살한 사람의 상황을 알고서도 아파하지 않는 자가 공범이다.
                                                                                                                                                                     -신영전, ‘자살은 없다

(1)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살은 없다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서술하시오. [4.0]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자쉽게 잊는 자무엇보다 자살한 사람의 상황을 알고서도 아파하지 않는 자가 공범이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쓰면 됨.

 

(2) ()동정을 하는 자자살은 없다가해자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6.0]

문제 해결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도록 하여 서술하면 됨.

 

(3) ()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을 탐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7]

나도 동생 얘기를 듣다가 잠들었던가. 아니면 동생이 먼저 잠들었을까. 하여튼 아침에 깨어나 건진 건 거기까지였다. 그 후 나는 동생을 더 부릴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다. 나는 동생에게 항상 베푸는 입장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상전의식*이지 동기간에 우애는 아니다. 상전의식이란 충복*을 갈망하게 돼 있다. 예전부터 상전들의 심보란, 종에게 아무리 최고의 인간 대접을 한다고 해도 일단 자신의 거룩한 혈통이 위태로워졌을 때면 종이 기꺼이 제 새끼하고 바꿔치기 해주길 바라는 잔인무도한 것이 아니던가. 나는 상전의식을 포기한 대신 자매애를 찾았다.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상전의식 : 종을 부리는 사람의 인식
* 충복 : 충성을 다해 주인을 섬기는 종

상전의식으로 베풀었을 때는 도움 받는 쪽의 희생을 원하기 때문에 정략적인 동기이다.

의 동생에 대한 우월감은 동생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의식에서 나오는 향략적 동기에 해당한다.

가 자매애를 찾은 것은 동생에게 베풀며 가졌던 상전의식을 포기한 것이므로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난 것이다.(0)

가 동생을 더 이상 부릴 수 없음에도 기분이 좋아진 이유는 동기간의 우애라는 선량한 마음을 찾았기 때문이다.

상전의식은 충복을 갈망하므로 도움받는 쪽에서 도움을 주는 쪽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부담이 있어, 주체성의 침해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