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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19 시흥행복교육지구 사업 소개와 인터뷰> 본문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반칠환 ‘노랑제비꽃)
허리를 굽혀야만 겨우 보이는 제비꽃 하나를 피우는 데도 온 우주가 필요한데, 하물며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더 말해 무엇을 하랴!
경기도교육청 혁신교육지구는 학생들을 온마을 전체가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러 지자체가 공감하며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시흥은 지자체와 교육청이 정말 한 몸이 돼 학생 교육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온 마을이 시흥 아이를 키우고, 도시 전체가 교과서, 마을 사람 모두가 교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교육청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양 기관의 끊임없는 소통과 협업은 지역 전체의 공교육 혁신이라는 불가능이라 여겨지던 일들을 실현하고 있다. 주민이 학교와 협업하여 지역의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가운데 일자리까지 창출되는 평생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양 기관이 어떤 협력을 이뤄왔는지 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 협력의 출발. 혁신교육지구
경기도교육청과 시흥시는 2011년 두 기관이 혁신교육지구사업에 뜻을 모으면서 협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 학교, 지역주민이 함께 협력해 풀어나가자는 목적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각 지역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학교 밖 마을에서 아이들의 삶과 직결되는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지원하자는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모든 것이 원활히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교육과 관련된 생소한 단어들은 행정 공무원들을 당혹케 만들었고, 예산 처리와 관련해 교육 공무원들도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교육사업을 어떻게 만들고 진행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입장도 서로 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교육청과 시청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그 간격이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시-교육청이 통합근무하는 형태의 조직인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를 만들며 보다 적극적인 협업의 장이 열렸다.
행복교육지원센터는 현재 교사 2명과 교육행정직 1명 등 교육 전문가와 행정 전문가가 하나의 팀을 이뤄 시-교육청-마을-학교 간 교육지원 허브 구실을 하고 있다. 학교는 교과서를 벗어나 지역 전체를 수업에 활용하여 학생들의 삶의 힘을 키우고 진로를 꾸준히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센터가 체험프로그램과 마을 자원의 연결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학교 밖의 더 큰 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시와 교육청, 그리고 마을까지 함께하는 네트워크를 다양한 방안으로 구축해 마을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시흥 교육 사업을 위해 7개의 민관학 협의체가 구성·운영됐다. 매달 학교·마을교육분과로 각각 나뉘어 혁신교육지구 운영을 어떻게 해 갈 것인지에 대한 실무자 간 협의가 진행됐으며, 교육청 장학사와 시청 팀장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교육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 및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며 교육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는 마을의 학교들, 마을의 단체, 주민센터 등이 마을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마을 교육자치회가 우리나라 최초로 세 개의 마을에서 만들어졌다. 이것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에 대한 최초의 시도이다.
이처럼 시와 교육청이 함께 발맞춰가며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하자 학생들의 배움도 갈수록 깊고 섬세해질 수밖에 없었다.
▶원클릭 시스템. 다양해진 프로그램. 지역으로 나간 교육 활동
시와 교육청의 교육 지원을 위한 고민과 실천은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확실한 지원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교가 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이 줄어들고, 학교와 마을이 소통하며 마을 맞춤형 새로운 교육모델이 생겨나는 등 혁신교육지구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공교육의 혁신과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교육지원사업 원클릭시스템'은 학교가 교육사업 접수부터 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클릭 한 번만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행정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21개 교육경비사업, 19개 강사지원사업, 11개 사업공고 등 총 51개 사업이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진행되고 있고, 학교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접수부터 결과까지 모두 받아볼 수 있다. 올해에는 모든 교육경비와 강사지원사업에 대해 접수뿐만 아니라 정산과 강사 매칭까지 통합해 진행할 계획으로 원클릭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했다.
행정이 간편해지자 교육프로그램 활용도 대폭 증가했다. 특히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시흥창의체험학교는 지난해 초·중·고 83개교에서 실시돼 5만4천여 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이처럼 지역의 교육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학습 체험 터는 학생들이 지역을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 교육을 같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마을교육과정도 만들어졌다. 전래놀이, 다문화체험, 연극, 요리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에 녹여 재구성해 학생들이 교과서를 벗어나 마을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가는 가운데 ‘시민’으로 자라며,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로도 모색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을과 학교가 소통하면서 핚교 교육과정으로 만드는 마을 축제, 마을신문 제작, 벼룩시장 운영 등 협업을 통한 새로운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에도 장곡·정왕·군자·능곡·배곧지구 등 5개 지역에서는 학생,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축제위원회가 구성돼 아이들이 마을의 어른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축제를 만들고 그동안 마을을 통해 배운 결과물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시흥시와 교육청이 꿈꾸는 교육 자치모델
시흥시와 교육청은 이제 단순하게 마을과 학교 간의 소통을 뛰어넘어 '지역화'된 교육을 새로이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는 중이다. 그동안 발굴하고 모아놓은 다양한 지역 자원들을 토대로 각 마을의 특색이 반영된 교육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현재 장곡, 정왕, 군자 등 3개 마을이 시범운영으로 선정돼 운영 중인데, 해당 지역에서는 마을 교과서 기획, 마을-학교 공동 비전 수립을 위한 마을교육과정 만들기 등의 사업을 통해 시흥시의 조각을 이루는 각 마을의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시와 교육청은 정책과 제도가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시흥 교육자치의 근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와 교육청이 협의체 수준을 넘어 공동기획부터 실행까지 가능하도록 교육 인력과 행정인력 상호파견 법제화하는 등 센터 지방교육자치 모델(안)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새 지방교육자치 모델 구축을 위한 TFT를 운영 중이며, 현재 연구모임이 구성돼 회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동안 마을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학교와 소통하며 기본을 탄탄히 다져왔던 만큼 '마을이 통째로 학교'라는 진정한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시와 교육청의 노력은 올해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
김영진 시흥평생교육원장
-양 기관의 협업에 점수를 매겨 달라.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 사실 기관과 기관이 같이 협업해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시와 교육청 담당 부서 간 서로 소통을 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사람 간 문제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가 생기며 구심점 역할을 해줬고 각 기관에서 사람을 보내 한 곳에서 근무를 하고 소통하다 보니 서로 간극이 좁아지고 협력을 위해 같이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갈등이 생겼을 때, ‘교육’을 위한 것이란 생각을 하면 바라보는 곳이 같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와 교육청이 올해 목표로 세운 지방교육자치모델 구축 어떻게 진행해나갈 예정인가.
현재 행복교육지원센터가 완성체는 아니다.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는 센터도 아니고 인력파견도 휴직하고 근무하는 형태로 아직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을 특별협력 기관이라는 틀 안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리고 교육자치는 결국 학교와 마을, 마을활동가 등과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시와 교육청이 지원해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현장에서 학생, 학교, 마을, 마을활동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앉아 마을에서 진행돼야 할 교육과정 등을 논의해나가는 진정한 마을 단위의 교육자치를 실현할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지방교육자치 모델 구축 TFT에서 논의할 것이다. 현재 이런 마을교육자치회를 공고히 운영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사업이 시범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향후 계획은?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외에도 2020년부터 서울대 협력사업으로 서울대교육협력센터가 개소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양 센터가 같이 협력하면서 시흥 교육에 보다 질 높은 교육으로 시너지를 낼 방안을 TF를 통해 추가로 고민할 예정이다.
조은옥 시흥교육지원청 교육장
-양 기관의 협업에 점수를 매겨달라.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두 기관 간 협력 결과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5점 정도를 주고 싶다. 그동안 시와 교육청은 한 아이가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꿈을 키우며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그렇게 성장한 아이가 되돌아와 다시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조성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며 협력해왔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했고, 서로 관점의 차이도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인력 파견, 연구 진행 등을 통해 간극을 좁히며 시흥교육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5점은 앞으로 시와 교육청이 통합센터를 구축하고, 질 관리를 위한 심화한 교육 사업에 주력하며 보충될 점수다.
-시와 교육청이 올해 목표로 세운 지방교육자치모델 구축 어떻게 진행해나갈 예정인가.
혁신교육지구 시즌Ⅰ부터 시와 교육청은 항상 전국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협력 사업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구축한 통합교육사업 원클릭 시스템도 그 예다. 하지만 진정한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체계가 더욱 공고히 될 필요가 있다. 이에 양 기관은 사전 학습모임, 독일 등 선도지역 탐방, 정책연구보고서 작성 등을 통해 지방교육자치모델을 살펴보고 아직 한국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은?
내년부터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 '다름의 가치를 담은 고교만들기', '풀뿌리 교육자치협의회 활성화', '시흥창의체험학교와 마을교육과정의 융합형 시범 사업' 등이 진행된다.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 잘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진행된 17개 교육사업에 대한 질 관리와 함께 새로운 교육사업이 본래의 목적대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른 어떤 때보다 지자체와 소통과 협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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