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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추수밭, 2013 본문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추수밭, 2013
01 우리도 한때 길들지 않은 동물이었다
02 나의 늑대가 되어 줄래?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정의한 적 있다.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이들이라면, 그들이 만들어 준 사람의 모습으로 사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방법이다.
03 강의실에서 하울링을
오직 영장류만이 진정으로 문명화될 수 있다. 늑대들이 못하는 것이 거짓말이다. 그래서 늑대는 문명사회에 맞지 않다. 늑대도 개도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적 지능 가설에 따르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지능이 높아졌다. 첫 번째 기회는 동료를 이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집단생활의 혜택을 얻는 것이다. 그 주된 방법인 속임수를 잘 써야 동료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집단에 소속된 자의 제1의 과제는 속임수를 잘 쓰는 것이다. 또 다른 기회는 동료와의 연합
이다 영장류 사회에서 연합은 특정 구성원을 이용하여 다른 구성원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곧 영장류의 사회적 지능의 핵심은 속임수와 계략이다. 인류의 과학적 예술적 지능을 속임수와 계략의 피해자가 되기보다는 가해자가 되고자 하는 진화의 부산물이다. 교향곡도 거짓말에 속기보다는 거짓말을 잘 하는, 계략에 속기보다는 계략을 짜는 능력을 키우도록 발전해 온 자연 역사의 연장된 산물이라는 말이다. 진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애착, 공감, 사랑은 인간의 전뮤물이 아니며 영장류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모든 사회적 포유류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이다. 이성이나 지성은 인간을 구성하는 뿌리이며 다른 동물과의 차이점이다. 그러나 이성과 쾌락은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이성은 부분적으로 쾌락 욕구의 결과물이다. 쾌락과 번식의 전도가 영장류의 공식이라면, 고의는 영장류의 발명품이다.
04 너에게 길드니, 사람이 보인다
순수, 창조, 자유의 가치 속에 숨겨진 인간의 사악함을 알고 싶다면 왕복 상자를 보면 된다. 왕복 상자는 솔로몬, 카민, 그리고 와인이라는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도구이다. 개들이 이용되는 것은 오직 사악한 실험뿐이다. 왜 그런 고문이 허용되었을까? 이 실험은 우울증의 원인이 절망의 반복학습이라는 소위 ‘학습된 무기력’ 모델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30년간 개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 전기고문을 가한 결과, 이 모델은 결국 고려할 가치가 없는 헛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실험은 최소한 인간의 사악함을 증명하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악에 대한 정의. 첫째, 악은 매우 나쁜 일이다. 둘째, 악한 사람이란 스스로 매우 나쁜 일을 행하는 사람이다. 악행은 가해자의 직무유기에 따른 것이다. 의무에도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가 있다. 하나는 도덕적 의무이다. 두 번째는 철학자들이 인식적 의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비판적 기준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 보는 것을 뜻하는데, 가능한 모든 증거에 따라 검증하고 최소한 반대되는 증거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말한다. 오늘날 인식적 의무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 다양한 형태로 위장한 악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식적 도덕적 의무 유기가 가면 뒤에 숨어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명백히 아픔과 고통을 초래하고, 그것을 즐기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악은 보기 드믄 예외에 불과하다. 우리는 악을 직시하지 못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더 많은 악행과 악인들이 있음을 망각하곤 한다. 악은 사회 전체에서 발견된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는 말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이마누엘 칸트는 해야 한다는 말은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정확히 간파한 바 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말은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능력이 아닌 의지 부재로 도덕적 인식적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 세상 속 악의 본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생자의 무력함. 인간 영장류는 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작한다. 인간은 다른 존재의 나약함을 조작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동물을 약하게 만들어 이용한다. 인간은 스스로 악의 가능성을 조작하는 동물일 것이다.
05 늑대의 사전에 계약이란 없다
홉스는 계약이 있기 전에 인간은 야생에 살았다고 한다. 자연의 약육강식이 지배했고, 우리의 생활은 고독하고 비참했다. 계약 이후에 우리는 문명화되었고 삶도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홉스가 결코 해 보지 못한 질문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야만적인 인간이 어떻게 애초에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었을까? 바로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계약이란 것은 오직 문명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들의 힘이 어느 정도는 동등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사회계약설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두 번째 전제를 만나게 된다. 바로 계약은 기대 이득을 위한 의도적 희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존 롤스는 ‘원초적 입장’ 한 사람이 피자를 나누게 하고, 그 사람이 자신의 몫을 제일 마지막에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롤스에게 사회정의는 공정성이었다. 계약이란 결국 힘과 속임수의 문제다. 영장류가 되기 이전의 우리는 늑대였던 모습. 이 늑대는 행복이 결코 계산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이 늑대는 진정한 관계는 결코 계약에 의해 성립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먼저 신의가 있다. 이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야 한다. 계산과 계약은 항상 그 다음이다.
06 행복이란 토끼보다 좋은 거야?
많은 철학자들은 행복의 본질적 가치를 주장한다. 행복은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의미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란 사실이다. 삶의 질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다른 동물은 감정을 좇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감정에 그토록 집착한다. 감정에 강박적으로 집중한 결과 인간은 노이로제에 걸렸다. 요컨대 인류의 가장 명확하고 단순한 특징은 감정을 숭배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삶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가치를 지닌다.
07 아직은 너를 보낼 수 없어
08 시간은 롤렉스 시계가 아니잖아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우리 모두는 미래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향하고 있다. 우리는 죽음에 묶여 있는 존재다. 이것이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고통이다. 우리는 새롭고 평범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그리고 화살의 경로에서 벗어나는 어떤 작은 일탈에서라도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죽음은 삶의 한계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변하지 않는 것, 똑같은 것, 영원 불변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우연성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09 꿈속에서 다시 만나자
하이데거에 따르면 시간성이란 인간 존재의 핵심이다. 브레닌과 살면서 깨달는 것 중 하나는 우월함이란 특정 영역에서의 우월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특정 영역에서의 우월함은 다른 영역의 결핍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도 말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며, 바로 그 때문에 행복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인간에게 매 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 매 순간의 의미는 다른 순간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내용 또한 다른 순간들로부터 회복될 수 없는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기억된 과거나 욕망하는 미래를 현재라고 부른다. 시간의 피조물은 순간의 피조물과는 달리 노이로제에 걸린다. 시간성은 인간에게 이해할 수도 없는 대상을 향한 욕망을 안겨 주었다. 인간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은 순간의 피조물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은 끝없이 지연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삶에 큰 의미를 줄 수도 있는 어떤 위대한 목표를 찾을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삶은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영장류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힘들고, 차갑고,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삶을 살아 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바로 이 순간들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결국 우리의 담대한 도전만이 우리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두려운 순간들은 좋은 것이든 악한 것이든 타인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만 우리의 것이 된다. 나의 순간은 무리의 순간이며 나는 무리를 통해서만 나 자신을 기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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