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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논문>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역량 교육

나무와 들풀 2020. 3. 2. 15:28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역량 교육 : Deleuze의 존재론에 기초하여

교육과정 연구 제 37권 제 22019/6

박지애, 소경희, 장연우, 허예지

 

 

서론

역량 교육을 근대 교육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혁신성의 핵심으로 접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역량 교육을 포스트모던 접근할 때에 비로소 역량 교육이 지닌 잠재력과 혁신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역량 교육이 함의하는 바를 근대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제하고, 역량 교육의 성격을 포스트모던(-근대적) 관점에서 규정하고자 한다.

근대 교육이 인간을 세계와 독립된 것으로 간주하고 지식의 확실성을 전제함으로써 특정 스타일의 인간을 재상산하는 문제를 야기했다고 보고, 인간을 고정적이고 규명 가능한 존재가 아닌 계속해서 구성되는 유동적 존재로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이현민, 강기수 2018) 역량 교육 또한 학습자를 적극적인 의미 구성자로 상저하고, 지식을 고정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변화와 수정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소경희, 2012) 포스터모더니즘이 근대 교육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 연구에서는 학습자와 지식에 대한 관점을 들뢰즈의 존재론에 기초하여 탐색한 후 종래의 역량 교육 접근이 내포한 한계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드러낸 후, 역량 교육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접근 방향이 논의될 것이다.

 

. 들뢰즈의 존재론을 통해 본 포스트모던 관점에서의 학습자와 지식

1. 들뢰즈의 존재론을 통해 본 포스트모던 관점에서의 학습자

.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상호 규정되는 학습자

들뢰즈에게 존재는 타자와의 관계 내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존재를 타자와의 접속을 통해 발생하고,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재정립하고자 하였다. 들뢰즈는 존재에서 경험적으로 포착 가능한 현실적 차원’, ‘이념적 차원’, ‘강도적 차원이 존재함을 주장하였다. (김재춘, 배지현, 2016) 이렇게 볼 때, 존재는 타자와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로 규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습자는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이자, 만남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매 순간 다채로운 인식능력을 생성하는 학습자

들뢰즈의 논의에 따르면, 학습자의 인식능력은 교과 지식이나 교수자 등과의 만남을 통해 그때그때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 , 학습자는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과 환경이 발산하는 모호한 기호들과 마주침으로써 기존의 고정된 인식 방식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고유하고, 상황마다 독특한 인식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2. 들뢰즈의 존재론을 통해 본 포스트모던 관점에서의 지식

. 기호와의 마주침에서 출현한 잠정적 해()로서의 지식

들뢰즈의 포스트모던 존재론에 따르면, 지식은 인간이 이미 있는 대상에 대해 그것의 공통점을 파악하여 도출해낸 재현의 결과라기보다는, 마주침이 대상인 기호가 사유자에게 문제를 불러일으켜 사유를 강제함으로써(김재춘, 배지현, 2016) 도출된 하나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관은, 우리가 접하는 지식과 관련하여, 그것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 지식이 감성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근원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지식

근대적 관점에서 지식은 우리가 마주하는 대상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 즉 그것의 의미작용적 성격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옸다. 그러나 들뢰즈의 존재론에 따르면, 지식은 그것의 의미작용적 성격보다는 문제제기적 성격 측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문제 혹은 물음은 우리를 새로움으로 이끄는 데 핵심적인 것으로서, 우리는 문제게기를 통해 차이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생성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혹은 물음 엇이 답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결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지도, 새로운 존재가 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식의 문제지기적 성격은 지식의 중요한 차원으로 그 중요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역량 교육

1.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역량 교육의 성격과 특징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적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실질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제시함으로써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말하는 역량 교육이란 기존 교과 교육이 지나치게 지식 교육에 경도된 나머지 미래 사회에 중시되는 기능이나 수행을 소홀히 여겼다고 판단하고 이를 시야에 넣어 강조하는 교육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량 기반 교육과정이라기보다는 교과 기반 핵심역량 교육과정”(정영근, 민용성, 이주연 2018)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근거는 교과별 내용 체계에 기능을 도입한 것에서 나타난다. 이 기능은 교과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방편이자 역량 교육의 구체적인 구현 방안으로 새롭게 도입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역량 교육에 대한 비판적 검토

포스트모던의 관점에서 보면 학습자는 그 본질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 다른 개념과 만나 얼마든지 지금과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유동적 존재이다.(St.Pierre,2004)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와 같이 학습자의 본질을 타자와의 만남 없이도 이미 스스로 유효한 존재로 상정하게 되면, 역량 교육을 통해 현재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은 현저히 제한될 수 있다. 또한 합리적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설정된 단일한 혹은 편협한 표준에 따라 학습자들을 우수한 인식능력을 지닌 사람에서부터 열등한 또는 비정상적인 인식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서열화하고 위계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습자는 창조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들 가운데 오직 합리적이라고 간주되는 특정한 인식능력만을 불균형적으로 발달시키도록 요구받을 수 있다.

 

.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제안하는 역량 교육에의 대안적 접근 방향

1. 역량 교육의 존재론적 재개념화 : Doing에서 Becoming으로

역량 교육을 받은 학습자란 단지 더 나은 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볼 때, 역량 교육은 학습자가 다양한 지식 및 맥락과의 만남을 통해 매번 자신만의 혹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창조적인 해석과 활용 방식을 생성해내고 그 결과로 자신의 존재론적인 변화로까지 나아가도록 촉진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 학습자가 단순한 수행이나 기능 혹은 ‘-하기(Doing)에 머물지 않고 존재론적인 변화 혹은 ’-되기(Becoming)‘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먼저, 역량 교육은 학습자들이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형성 및 변화시킬 수 있는 성격의 것이 되어야 한다. 역량 교육은 학습자가 자신 앞의 존재(, 지식, 학급 동료, 교수자, 물리적/사회적 상황 등)를 현실적 차원에서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존재가 강도적 차원에서 내뿜고 있는, 모호하고 익숙하지 않은 기호를 신체를 통해 감지하고 이해하며,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O’Loughlin,1998)

다음으로 역량 교육은 학습자들이 학습해 온 습관, 신념, 사유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기존의 평형 관계를 깨뜨리는, 즉 사유를 강제하는 충격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익숙한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더 나아가 새로운 사유를 촉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습자가 기존의 인식능력을 와해하고, 새로운 인식능력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또한 역량 교육은 학습자들이 기호와 접하면서 마주하는 애매모호함을 익숙한 방식으로 성급히 포착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가운에 충분히 머무르고 탐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성격의 것이 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역량 교육은 학생들이 기호를 해석하여 현실적 차원에서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되어야 한다.

2. 역량 교육에서 지식의 성격과 위상 재고 : 학습의 참조 자료이자 진원으로

지식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사유를 자극하고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진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학습자들이 마주한 사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시하는 하나의 참조 자료이자 학습자들에게 근원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진원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 결론

역량 교육은 확실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근대 교육이 불확실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이상은, 2018)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단편적인 지식과 기술을 숙달하는 것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실제 삶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역량 교육은 역량의 잠재성을 단순히 아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수행력 정도에 머물게 할 뿐, 앎을 통해 끊임없이 다른 존재가 되게 하는 힘으로까지는 고양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작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급격하게 삶의 물적 토대가 변화하고 있으며 지식의 해체와 대체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세계를 기반으로 싹튼 특정의 교과 지식이 그 자체로 당면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역량 교육은 고정된 특정의 지식 틀에 기반을 두어 접근되기 보다는, 학습자들의 사유 방식을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새롭게 접근될 필요가 있다. 향후 역량 교육은 이런 논의가 주는 시사점을 적극 반영하여 근대적으로 규정되어 온 인간상을 넘어서는 인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추가적인 연구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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