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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원고 (112)
나무
"이러다간 다 죽어" “진정 부유한 나라는 노동시간이 하루에 12시간인 나라가 아니라, 하루에 6시간인 곳이다. 부란 잉여노동시간을 좌지우지하는 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과 사회 전체가 직접적인 생산에 필요한 시간 외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에서 생기는 것이다.”(324쪽) 마르크스의 이 말은 한 사회의 부는 의∙식∙주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 어떤 제약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의 양으로 측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집단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마르크스는 주장했고, 지금이 바로 그런 대안적인 사회의 건설을 진지하게 생각할 순간이 아니냐고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왜 그 순간이냐 하면, 미 국립해양대기청에서 발표한 그래프에서 대기에 포함된 ..
선한 믿음이 밝은 미래를 나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가 낙관적으로 보는가? ‘우리가 믿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가 예측하는 일은 일어나게 된다.’(40쪽) 이 말에 따르면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가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미래에 대한 우울한 예측은 어찌 된 말인가? 글쓴이는 인간을 ‘호모 퍼피’로 정의한다. 우리 종의 진화는 ‘가장 친절하고 우호적인 동물의 생존’(108쪽)이며, 그렇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리대왕’과 같은 소설이나 ‘이스터섬의 수수께끼’, ‘스텐퍼드 교도소의 실험’, ‘스탠리 밀그램과 전기충격 실험’,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에서 나온 ‘방관자 효과’는 어찌된 일인가? 한 마디..
힘겹게 집어든 책 ‘무사 나가 이 책을 사졈신고?’(내가 왜 이 책을 사지는 걸까?) 책을 사는 내 자신이 이상했지만 사야만 했고 사고서는 선뜻 읽을 수 없었다. 소설이 허구라 하지만, 4.3은 어떻게 지어내도 꾸며낸 일일 수 없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일이고, 아직 끝난 일이 아니며, 끝이 날 수도 없는 일이다. 내 인생이 그렇게 살아지게 된 원인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 삶이 그렇게 뒤틀린 것도, 내가 끝끝내 아버지와 화해하지 않고 장례식조차 가지 않았던 것도 다 4.3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허구일 수 있을까? 이 책을 한 달 정도 책상 위에 두고 읽지 못했다. 얼마 전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 후배 교사에게 “「제주도우다」 사신디 못 읽으커라” ('제주도우다' 샀는데 못 읽겠어)했..
우리 의회 의원들이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리에 가서 제대로 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배워와서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건 자기 배반이 되겠지? 수학여행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스페인의 마드리드나 베네수엘라에 가서 어떻게 시민이 권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다. 몇 년 전 공무원 신분이었을 때 성공적인 팀 과제 수행의 결과로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살라망카, 바르셀로나 등을 혁신교육지구를 담당하던 팀들과 함께 다녀왔다. 아뿔싸! 그때 우리는 봐야 할 것은 안 보고, 쓸데없는 것들만 실컷 보고 왔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절박할 때 광화문에 모이지만, 그때만 일시적인 성공감을 맛볼 뿐. 이후는 실패로 점철되고 다시 안타까움을 안고 광화문으로 모인다. 이런 되돌이표에 ..
“누가 4.3을 비껴갈 수 있으랴, 이 섬에서” 『제주도우다2』는 해방을 맞은 제주의 기쁨과 그 기쁨도 잠시 잠깐에 그치고 이후에 닥친 미군정이 제주도민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조천 사람들과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2권은 내 입장에서 다행스럽게도, 4.3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그 촉발점이 되었던 1947년 3월 1일의 경찰 총격과 그 이후의 전개까지 서술된다. 이 시점에서 영화로 본 ‘용길네 곱창집’이 생각난다. 그 영화를 봤을 때 내 충격은 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에서, 제주인들이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 이후에 겪게 된 4.3을 직접적으로 말하면서, 겪은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지점을 건드려서 그런 것 같다. ‘용길’의 절절한 심정에 가슴이 저리면서 대체 ‘이걸 만든 감독은 누구지?’하..
우치다 선생의 통찰력 이제 두 달만 지나면 학교마다 입학식이 시작될 것이다. 초, 중, 고, 대학교의 입학식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입학에 민감한 것 같다. 나는 날라리 엄마라서 그런지 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땐 학부모가 된다는 생각에 설레었던 것 같은데,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땐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목을 보고 중학교 입학할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아마도 한 대 맞거나, ‘너 제 정신이냐’고 질책당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엔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는 노하우 같은 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있는 것은 아이를 보는 큰 원칙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인 주문이 있다. 14세의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진 상..
살아남은 자의 광기 “니네 큰아방, 저기 비석거리에서 광질햄서.”(니네 큰아버지, 저기 비석거리에서 술주정한다.) 제주도에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동네 친구가 우리 집으로 뛰어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술 먹으민 고배시 집에 왕 잘 것이주만 꼭 ᄂᆞᆷ 부끄럽게 비석거리에서 허대는지 모르커라. 나가 죽어사주, 무사 그때 죽지 않앙 살아신고...” 하셨다.(술 먹으면 가만히 집에 와서 잘 것이지 꼭 남 부끄럽게 비석거리에서 설치는지 모르겠네. 내가 죽어야지, 왜 그때 죽지 않고 살았을까)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너무나 놀라웠던 큰아버지가 술주정하던 광경, 그 초점 잃은 공허한 눈빛. 「제주도우다 3」을 읽고서야 그 장소에서, 그 눈빛으..
중학생 부모와 교사의 지침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고 생각한다. 10년도 넘게 중학교 교사를 했던 나도 그랬다. ‘아이가 다 컸으니 이제 나에게만 집중해도 되겠다.’하며 내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이가 커서 중학교, 고등학교 등을 거친 후 성인이 되었을 때, 중학교 시절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워 문득문득 후회를 하곤 했다. 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아이가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킴벌리 커버커의 시 패러디) 이 책은 부모로 살아가며 내가 앞서 했던 후회를 다른 사람이 하지 않게 하는 ‘중학생 부모 되기’ 지침서 역할을 한다. 교..
자신과, 자식과, 학교와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괴물부모' 일본의 교육현상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정도 앞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교실붕괴’가 있었다. ‘괴물 부모’도 일본에서 2000년대에 회자했고, 홍콩도 이 현상을 겪었는데 유치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읽고 싶지 않았다. ‘서이초와 같은 불행을 이렇게까지 선정적인 제목으로 끌어나가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만 괴물 부모고 교사는 그런 사람 없나? 내가 교사라고 내게 호소하는 주변 학부모의 애로 사항을 들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았다. 이런 경우 한쪽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기에 어느 정도 걸러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읽을 생각이 없었다. ..
방학하고 20여 일이 지났다. 예전 같으면 반 학생들에게 전화를 다 돌렸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어졌고, 그래도 궁금해서 전화하면 낮엔 대부분 학원에 있어 받지 못한다. 통화 기록이 있을 테지만 일부 학생들은 담임 교사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지 않아, 그냥 부재중 전화이기도 하고...모르겠다. 우리 딸도 그렇고, 우리 학생들도 그렇고 그렇게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때 없이 늘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찌 내 전화와 톡은 못 받고, 안 보는지. 종업식이 2월일 땐 겨울 방학 중에 연락을 꼭 했다. 그런데 종업식이 겨울 방학 전으로 가면서 연락하지 않게 된다. 종업식을 먼저 한 것이 사람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월말까지는 여전히 우리반 학생인데. 종업식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