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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원고 (115)
나무
중학생 부모와 교사의 지침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고 생각한다. 10년도 넘게 중학교 교사를 했던 나도 그랬다. ‘아이가 다 컸으니 이제 나에게만 집중해도 되겠다.’하며 내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이가 커서 중학교, 고등학교 등을 거친 후 성인이 되었을 때, 중학교 시절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워 문득문득 후회를 하곤 했다. 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아이가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킴벌리 커버커의 시 패러디) 이 책은 부모로 살아가며 내가 앞서 했던 후회를 다른 사람이 하지 않게 하는 ‘중학생 부모 되기’ 지침서 역할을 한다. 교..
자신과, 자식과, 학교와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괴물부모' 일본의 교육현상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정도 앞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교실붕괴’가 있었다. ‘괴물 부모’도 일본에서 2000년대에 회자했고, 홍콩도 이 현상을 겪었는데 유치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읽고 싶지 않았다. ‘서이초와 같은 불행을 이렇게까지 선정적인 제목으로 끌어나가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만 괴물 부모고 교사는 그런 사람 없나? 내가 교사라고 내게 호소하는 주변 학부모의 애로 사항을 들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았다. 이런 경우 한쪽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기에 어느 정도 걸러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읽을 생각이 없었다. ..
방학하고 20여 일이 지났다. 예전 같으면 반 학생들에게 전화를 다 돌렸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어졌고, 그래도 궁금해서 전화하면 낮엔 대부분 학원에 있어 받지 못한다. 통화 기록이 있을 테지만 일부 학생들은 담임 교사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지 않아, 그냥 부재중 전화이기도 하고...모르겠다. 우리 딸도 그렇고, 우리 학생들도 그렇고 그렇게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때 없이 늘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찌 내 전화와 톡은 못 받고, 안 보는지. 종업식이 2월일 땐 겨울 방학 중에 연락을 꼭 했다. 그런데 종업식이 겨울 방학 전으로 가면서 연락하지 않게 된다. 종업식을 먼저 한 것이 사람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월말까지는 여전히 우리반 학생인데. 종업식도 의..
나는 뒷끝이 상당히 큰 편이다. 주변 사람들과 나를 지나쳐간 학생들은 ‘샘은 쿨해요.’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쿨해 보이는 이유는 내성적이라 표현을 잘 안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영화제 상장건을 이렇게까지 곱씹고 또 곱씹는 것은 그 뒷끝 작렬의 한 가지가 되겠다. 이름이 없고 ‘티백’이란 팀명이 적힌 상장을 받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상장을 사진으로 찍어 이사장에게 톡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밑에 다음과 같이 썼다. ‘안녕하세요? 00고 교사 000입니다. 어제 받은 상장입니다. 상장 받고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정말 처음입니다. 1. 12월 12일 담당장에게 전화받았을 때, 상장은 주문했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 보냈다고 하셔서 착불로 보내면 제가 지불한다고 했습니다. 2. 다음 날인 1..
8일 은영을 미인정지각 처리했던 것을, 은하로 바로 잡고, 톡으로 은영이에게 오류 바로 잡았다고 연락했다. 조금 있으니 학교에서 평면조형 점수 잘못 나간 것 학생들 임시소집날 출력해서 배부하라고 문자가 온다. 2월 21일부터 새학기 맞이 연수 기간이 시작되니 그때 출근해서 출력하고 결재받아서 학생들에게 주면 된다. 은영이한테는 다시 한번 출결 확인하라고 하고. 2차 지필 고사 전에 야영하자, 파티하자고 조르던 10반 애들은 시험이 끝나자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 그 반 담임 교사가 학생들 한 번 떠볼 요량으로 “니네 국어 샘하고 야영간다며?” 했더니, “누가요?”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날 국어 시간에 그 애들은 나를 보고 자기들이 졸..
8일 은영을 미인정지각 처리했던 것을, 은하로 바로 잡고, 톡으로 은영이에게 오류 바로 잡았다고 연락했다. 조금 있으니 학교에서 평면조형 점수 잘못 나간 것 학생들 임시소집날 출력해서 배부하라고 문자가 온다. 2월 21일부터 새학기 맞이 연수 기간이 시작되니 그때 출근해서 출력하고 결재받아서 학생들에게 주면 된다. 은영이한테는 다시 한번 출결 확인하라고 하고. 2차 지필 고사 전에 야영하자, 파티하자고 조르던 10반 애들은 시험이 끝나자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 그 반 담임 교사가 학생들 한 번 떠볼 요량으로 “니네 국어 샘하고 야영간다며?” 했더니, “누가요?”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날 국어 시간에 그 애들은 나를 보고 자기들이 졸..
방학인 오늘, 교사들은 여전히 생활기록부 검증과 출석부 마감과 같은 일 때문에 넋이 나가 있다. 생활기록부 검증을 누르면 빨간 색으로 확인하라고 뜨는데, 자율과 진로와 동아리 출결 때문이다. 자율과 진로는 담임이 해결할 수 있지만, 동아리는 동아리 담당 샘만이 할 수 있다. 인정 결석한 날 창의적체험활동이 들면 참여하지 않았어도 참여한 것으로 기록이 되고, 결국엔 누가 기록과 실제 참여한 시간이 달라서 오류가 뜨는 것이다. 그럴 땐 일 년 동안 창체 날짜 다 찾아서 출석기록과 대조해서 찾은 후 인정 결석한 날 기록을 삭제해야 빨간 글씨가 없어진다. 이건 바뀌기 전 나이스도 그랬다. 나이스는 무슨!! 학생들한테 성적표 나눠주니 받아서 열어보고, 이나는 ‘평면조형 점수가 이상하다’고 하고, 은영이는 ‘미인정..
새벽 한 시에 잠이 깨서 세 시 반까지 진로 항목에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넣을지 고민하다 다시 자고, 학교에 와서 진로 활동 입력을 하고 있다. 각 부서에서 진행했던 활동의 내용을 공통 문구로 보내오는데, 수업 시간이 아닌 방과후에 내부결재를 해서 이루어진 활동은 담당 부서에서 참여한 학생의 명단과 함께 공통 문구를 보내준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낸 감상문을 토대로 내용을 담임이 채우라고 하기에 어떤 학생은 너무 많아 착즙기로 짜듯이 글자 수와 내용을 줄여도 차고 넘쳐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담임이 고민하며 작성해야 한다. 활동이 별로 없는 학생들은 온갖 활동들 공통 문구 활용하며 작성하지만 그들이 낸 감상문은 빈약하기 짝이 없으니 껍데기처럼 활동만 나열이 된다. 어쨌거나 학생들이 낸 감상문을 바탕으로 결..
“일치, 불일치는 지문과 같냐, 같지 않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추론하면 안 돼요.” “이 문장은 ‘그의 용감한 결정은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게 했다.’니까, 추론까지 아니라 롤 모델을 말하는 거잖아.” “따라 하는 게 그냥 무작정 따라 할 수 있잖아요. 무작정 따라하는 건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없어요. 롤 모델은 존경심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해요.” "용감한 행동’이란 말 자체에 긍정적인 평가가 담겨 있잖아. 롤 모델은 긍정적인 행동이므로 따라 하는 것을 말하니까 일치한다고 볼 수 있지.” “그건 선생님의 지나친 확대 해석이예요. 영어에서 일치를 묻는 문제에서 추론하는 건 아니예요. 지문과 일치하는 것만 해당해요.” “이 문장 자체가 롤 모델을 말하는 것인데 롤 모델이란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이잖아. 추론..
“샘~~~~ 야영 가요!” “왜?” “우리 데리고 야영 가요.” “내가 왜?” “아, 그냥요.” “말이 되는 얘기를 해라.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수업하자.” 여름 방학 전에도 야영 가자고 조르더니 3주 전부터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10반 아이들이 야영을 가자고 또 조르기 시작한다. 아니! 담임 교사도 있는데, 나는 다른 반 담임인데, 어쩌자고 나한테 야영을 가자는 것일까? 아무래도 수업 시작을 늦추어 조금이라도 놀아보자는 수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조르는 것이 매 시간 지속되니 야영에 대한 내 생각을 밝혔다. “난 야영을 한여름과 한겨울엔 하지 않아. 그땐 어디 가더라도 펜션 같은 데를 가. 너무 덥고 추울 때 야영을 하려면 장비도 특수한 게 있어야 하고, 그걸 가지고 가더라도 무게가 너무 많이 ..